UPDATED 2018.12.11 화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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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몰서 갑자기 그녀가 '하바네라'를 불렀다···문턱 낮춘 오페라 감동의 노래선물라벨라오페라단 롯데월드몰서 게릴라 콘서트...시민들 마법같은 깜짝공연에 환호·박수
소프라노 오희진, 소프라노 강혜명, 테너 김중일(왼쪽부터) 등이 29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에서 진행된 '오페라 게릴라 콘서트'에서 베르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에 나오는 '축배의 노래'를 열창하고 있다. /사진제공=라벨라오페라단
29일 오후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을 찾은 시민들이 2층 난간까지 빼곡히 메우며 라벨라오페라단의 '오페라 게릴라 콘서트'를 보고 있다. /사진제공=라벨라오페라단

“사랑은 반항하는 새입니다. 아무도 길들일 수 없죠~”

주말을 맞아 쇼핑객이 가장 붐비는 토요일 오후 3시.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 1층 중앙홀을 찾은 시민들은 깜짝 놀랐다. 인파 속에서 갑자기 웬 여자가 툭 튀어나와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에 나오는 ‘하바네라(Havanera)’를 불렀다. 자유분방한 집시 여인 카르멘이 하급장교 돈호세를 유혹하며 부르는 아리아다. 

화려한 음색과 절정의 기교가 어우러진 목소리가 넓은 홀에 넘실댔다. 처음엔 ‘이게 뭐지’라며 고개를 갸우뚱하던 쇼핑객도 눈을 번쩍 뜨고 귀를 쫑긋 세우며 빠져 들었다. 지켜보던 사람 모두가 어느새 돈호세가 되었고 결국 아름다운 카르멘에게 마음을 빼앗겨 ‘포로’가 됐다.

오페라가 문턱을 낮추고 관객 속으로 들어갔다. 믿고 보는 오페라단이라는 애칭으로 유명한 라벨라오페라단이 29일 진행한 오페라 게릴라 콘서트가 한낮의 뜨거운 감동을 선사했다.

이날 공연은 20여분의 시간차를 두고 두번의 플래시몹 스타일로 열려 큰 호응을 받았다. 군중 속에 섞여 있는 소프라노와 테너 그리고 40여명이 넘는 합창단원들이 갑자기 등장해 유명 오페라곡을 생생한 라이브로 들려줬다. 오케스트라나 피아노 대신에 MR(반주음악)를 사용했고, 오픈된 넓은 공간에서 노래를 불러야 했기 때문에 무선마이크를 활용했다. 틀에 박힌 일상을 살아가는 시민에게 잠시나마 황홀한 노래 선물을 안겨줬다.

테너 김중일이 29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에서 진행된 '오페라 게릴라 콘서트'에서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에 나오는 '공주는 잠 못 이루고'를 부르고 있다. /사진제공=라벨라오페라단
테너 이현종이 29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에서 진행된 '오페라 게릴라 콘서트'에서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에 나오는 '공주는 잠 못 이루고'를 부르고 있다. /사진제공=라벨라오페라단

테너 김중일과 이현종은 2층 난간에서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에 나오는 ‘공주는 잠 못 이루고(Nessun dorma)’를 불렀다. 휴대전화 판매원인 폴 포츠가 영국의 리얼리티 TV프로그램에서  이 노래를 불러 우승했고, 한석규와 이제훈 주연의 영화 ‘파파로티’에서도 최종 경연곡으로 이 노래가 나온다. 

“아무도 잠 못 들겁니다. 공주여 당신마저도. 당신의 그 차가운 방안에서 저 별을 바라보세요. 떨고 있는 저 별을” 감미롭고 뭉클한 아리아가 퍼지자 1층 홀에 있던 시민들도 고개들 들어 칼라프 왕자의 가슴 적시는 호소에 공감했다. 여기저기서 사진촬영을 하며 즐겁게 노래를 즐겼다.

메조소프라노 권수빈이 29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에서 진행된 '오페라 게릴라 콘서트'에서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에 나오는 '하바네라'를 부르고 있다. /사진제공=라벨라오페라단
메조소프라노 여정윤이 29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에서 진행된 '오페라 게릴라 콘서트'에서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에 나오는 '하바네라'를 부르고 있다. /사진제공=라벨라오페라단

그 다음은 '하바네라'를 선보인 메조소프라노 권수빈과 여정윤의 차례였다. 빨간 브라우스의 권수빈은 꽃 한송이를 들고 나와 완벽한 집시여인으로 변신해 환호를 받았고, 여정윤은 일부러 관객들 사이로 들어가 자연스럽게 눈을 마주치며 노래를 불렀다. 시민들은 이번엔 어디에서 누가 노래를 부르는 지 미리 알아보려는 듯 주위을 두리번거리며 성악가를 찾기도 했다. 

하이라이트는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에 나오는 경쾌한 권주가 '축배의 노래(Brindisi)'. 소프라노 오희진과 강혜명이 테너 김중일·이현종과 호흡을 맞춰 멋진 화음을 선보였다. 성악가들은 즉석에서 관객의 손을 잡고 잠시 춤을 추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쇼핑객들은 비록 가사를 몰라 따라하지는 못했지만 모두가 비올레타와 알프레도가 되어 흥얼흥얼 콧노래를 불렀다. 노래가 끝나자 박수와 환호가 이어지며 광장은 열기가 고조됐다.

관중 속에 숨어 있던 메트오페라합창단 소속 40여명의 단원들도 힘을 보태 웅장하고 풍성한 연주회가 됐다.

29일 오후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을 찾은 시민들이 라벨라오페라단의 '오페라 게릴라 콘서트'를 보면서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제공=라벨라오페라단
29일 오후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을 찾은 시민들이 1층과 2층을 연결하는 에스컬레이터에서 라벨라오페라단의 '오페라 게릴라 콘서트'를 보고 있다. /사진제공=라벨라오페라단
29일 오후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을 찾은 시민들이 라벨라오페라단의 '오페라 게릴라 콘서트'를 보고 있다. /사진제공=라벨라오페라단

이날 마법같은 콘서트를 지켜본 20대 시민 김준태 씨는 “시민들 사이에서 소프라노와 테너들이 갑자기 노래를 해서 재미있었다”라며 “오늘 게릴라 이벤트를 통해 오페라 아리아를 실제로 듣게돼 무척 감동받았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는 주로 영화 데이트를 했는데 앞으로 여자 친구와 오페라 공연을 보며 행복한 시간을 가져야겠다"고 덧붙였다.

라벨라오페라단의 서연주 전략기획이사는 “이번 공연을 통해 '오페라는 고급문화’ ‘오페라는 가까이하기엔 먼 예술’이라는 선입견을 깨고 싶었다"라며 "엄숙한 분위기의 제한된 무대에서만 공연되는 이미지를 벗어나 시민들 일상 곳곳에 숨겨진 오페라곡들처럼 일상의 마법같은 시간을 선사해 뿌듯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별도로 무대 설치를 하지 않고 오페라 가수들도 일반인 복장으로 등장해 시민들과 더 가까워질 수 있어 기뻤다”고 말했다.

한편 라벨라오페라단은 오는 10월 12일(금) 오후 8시 롯데콘서트홀에서 2018 라벨라 시그니처시리즈 '그랜드오페라갈라 2탄-베르디 vs 바그너'를 무대에 올린다. 김현경, 강혜명, 김성혜, 이미경, 김소영 등 대한민국 최고의 디바 5명이 두 오페라 거장의 음악으로 가을을 수놓는다. 테너 김중일과 이현종, 바리톤 박경준과 박대용도 출연한다.

티켓 구매는 롯데콘서트홀 홈페이지와 인터파크에서 할 수 있으며, VIP석 12만원·R석 8만원·S석 5만원·A석 3만원이다.

민병무 기자  joshuamin@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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