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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복 칼럼] 재벌보다 더 나쁜 규제공화국
  • 강희복(전 대통령 경제비서관)
  • 승인 2018.09.21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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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월 서울시 중구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열린 인터넷 전문은행 규제혁신 현장방문 행사에 참석한 뒤 환호하는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 경제는 세계가 한강의 기적이라고 부러워할 만큼 힘차게 성장·발전했고, 우리 국민은 세상에서 가장 부지런하게 오랜 시간 열심히 일했다. 그런데 IMF 경제위기를 겪은 후부터는 벌써 20년 가까이 일자리가 줄어 실업자가 발생하고 경제성장을 걱정하는 한국병에 걸렸다. 조선과 자동차 같은 핵심 산업조차 국제경쟁력을 빠르게 잃는다고들 걱정이 많다. 고비용과 저생산성이 고질화(痼疾化)하고 전국적으로 만연해진 것이다.

현 정부는 병인(病因)을 과거 정부들의 잘못된 정책에서 찾았다. 과거의 ‘친대기업(親大企業) 정책’으로 근로자를 착취하고 부패와 불평등을 심화시켰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래서 초강력 처방인 ‘소득주도 성장’을 선택했다. 기업의 부담능력 여부와 관계없이 근로서민의 소득을 먼저 과감히 강제적(법령)으로 늘려서 내수를 진작하고 중소기업의 시장을 키운다는 전략이다. 그렇기에 정부 예산을 지출해서라도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급인상 등을 밀어붙였고, 더불어 재벌에게 유리했다는 정책들을 의도적으로 불리하게 고쳤다.

최근 성과가 없다고 비판이 높아지자 정부는 시간이 필요할 뿐이지 조만간 좋은 결과가 나온다고 말한다. 물론 중병 환자의 건강이 회복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것은 진단과 처방이 옳은 경우이다. 잘못된 진단과 엉뚱한 처방은 시간이 가도 병을 치유하기보다 악화시킨다. 과연 현 정부의 진단과 처방은 옳은가?

지난 1년여의 경과를 보면, 재벌을 옥죄고 소득을 늘려 내수를 진작해도 중소기업의 시장진입이나 활성화라는 기대효과가 거의 없다. 오히려 고용과 투자가 줄고 경제 전반이 침체하는 모습이다. 정부의 진단처럼 한국병을 재벌의 탓으로 돌리기에 한계가 있다. 오히려 재벌보다 더 큰 병인(病因)이 따로 있음을 말해준다. 현재의 정책 조합으로는 한국병을 치유할지 극히 의심스럽다. 

다시 한국병을 심층 진단하면, 재벌보다 더 큰 암(癌)이 정부와 행정규제임을 알게 된다. 정부는 자신의 병을 가볍게 보고 남만 탓하는 꼴이다. 사실 5년짜리 정부마다 성과 욕심에 빠져 만사에 개입하니 규제공화국이라는 과잉정부가 만들어졌다. 정부는 특성상 기업보다 비효율적이며 낭비적인 조직이고, 커질수록 시장의 자유는 더 줄고 경제성장을 위협·잠식하기 마련이다. 정부가 일 잘하려하기보다 기업과 개인의 활약에 맡길 때 진정으로 창조산업이 꽃피고 한국병이 치유될 것은 자명하다. 더구나 규제에 ‘부서 이기주의’와 ‘집단 이기주의’라는 독성(毒性)이 주입되어 누구도 자유롭지 않게 되니, 창조가 일어날 공간은 시장에서 사라졌다. 최근 인터넷금융의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대통령이 말해도 규제는 그대로 진행 중이다. 어떻게 하면 규제공화국을 걷어내고 기업과 개인들에게 충분한 자유와 창의의 기회를 열어줄 수 있을까? 난공불락의 규제를 극복할 특단의 조치가 무엇일까?

비상한 각오 아래, 규제개혁을 책상에서 지시하지말고 시장 행동으로 혁파해야 한다. “제4차 산업을 육성한다, 서비스규제를 개혁한다, 혁신산업을 지원한다” 등을 “관계자회의, 지시, 업무추진계획”으로 거듭 해봐도 규제 벽을 넘지 못했다. 행동이다. 규제로 둘러쌓인 시장에서 정부가 선행자로 규제를 깨는 행동을 하는 것이다. 규제부서가 아닌 다른 부서가 현명한 소비자, 고가품의 수요자로 나서서 직접 구매·사용하면 된다. WTO 아래 정부가, 산업지원이나 시장개입에 나설 수 없지만, 현명한 ‘소비자’가 되고 규제를 깨는 선례를 만들 수는 있다. 

그렇기에 특히 대통령이 규제덩어리 시장에서 직접 구매에 나설 것을 제안한다. 최첨단 고가품일수록 직접 구입한다면 전문중소기업에게 시장을 더 많이 열어주고, 규제 혁파로 얻을 가치는 더 많아진다. 중소형 요트, 수륙양용 비행기, 드론, 위그선 등 각종 수송기계를 직접 구입·사용하면 청년들에게, 규제덩어리를 넘어, 3면 바다와 많은 섬을 넓게 이용할 도전기회를 열어줄 수 있다. 원격의료 서비스, 인터넷금융 등등 오랜 규제덩어리 시장에서도 규제를 깨는 선례를 만들자. 대통령은 시장에서 유행을 만들 힘이 많기에 중소기업 활성화를 더 앞당길 수 있다.

영국 왕실은 거래 기업에게 왕실인증서(Royal Warrant)를 주어서 품질을 인정하고, 자연히 영국 기업의 성가를 세계에 알렸다. 미국 대통령이 자국산 방탄승용차를 자랑하는 싱가포르 장면이 세계로 중계되었기에 미국산의 국제 홍보는 제대로 됐다. 이에 못지않게 중국도 정부가 전기자동차, 드론, 고속철도, 인터넷서비스 등의 첨단제품을 적극 구매하여 자국 기업이 세계 선두자리를 차지하도록 간접 지원했다. 우리도 대통령이 나서서 대통령급 문화를 담는 한국적 고가품의 시장을 만들 수 있다. 품셈이라는 예산절약원칙을 버리고, 품질우선에 대통령급 선호를 만족시키게 지출하면 된다. 

강희복(전 대통령 경제비서관)  womaneconomy@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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