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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장길 칼럼] 세대교체론의 유독성
  • 송장길(언론인·수필가)
  • 승인 2018.09.04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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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가 기성세대를 계속 무시한다면 그 대가로 점점 더 무거운 짐을 져야 할 것이다. /여성경제신문 자료사진

선거철이 되면 정치권에는 어김없이 세대교체론이 고개를 든다. 비교적 젊은 후보가 끼어있으면 으레 이유나 대안도 뚜렷하지 않으면서 연상의 경쟁자를 낡은 프레임으로 매도하고, 갈아치워야할 대상으로 몰아친다. 지난달 25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도 55세인 송영길 의원은 66세 이해찬 의원과 71세 김진표 의원을 구세대로 모는 세대교체론으로 돌풍을 노렸다. 당 대표는 친노와 친문의 지원으로 7선의 이해찬 의원이 차지했지만, 그리 젊지 않은 송 의원은 젊은 피와 호남 출신임을 내세워  쏠쏠하게 재미를 보았다. 여권의 세력판도와 야권의 부진을 미루어 보면 다음 총선도 여야를 막론하고 한 차례 태풍급 세대교체의 바람에 휩싸일 것으로 예상된다.

1971년 신민당의 제7대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김영삼 의원이 40대 기수론을 들고나와 김대중, 이철승 의원과 당내 세대 교체를 이룬 이래 세대교체론이 제기되면 거스르기 힘든 거센 바람이 되곤 했다. 세대교체론은 교착된 난국에서 무기력한 기존 체재를 일신해서 신선하고 역동적인 힘을 결집하는 특효약이다. 그럴 경우 당 내부이건 정치 지형이건 괄목할 개편과 변화를 일으킨다. 그러나 세대교체는 그런 변화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 즉 답답하거나 엄중한 국면에 처해 있거나, 이를 타개할 수 있는 탁월한 지도력이 등장할 때에만 가치가 있고, 유효하다. 상황 인식도 충분하지 않고, 비전도 없는 세대교체론은 받아드릴 이유도 없고, 도움도 되지 않는다. 오히려 세대간의 갈등만 부추기는 부작용을 남긴다. 

문제는 세대교체론이 어느덧 한국사회에 피하기 힘든  상수가 돼버렸다는 점이다. 특별한 명분도 없고, 희망도 없는데도 세대교체론은 휘발성을 품고있어 쉽게 대세가 되는 경향이 있고, 그에 대한 비판이나 저항도 동인을 얻기가 어렵다. ‘세태가 그러니 어쩌겠는가’ 하면서 받아들이고, 체념한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정계에 잘 알려지지도 않고  젊은 인물임에도 돌풍을 일으켜 대권까지 거머쥔 것은 그의 입으로 세대교체를 부르짖어서가 아니다. 시민들에 의해 신선하고 실력있는 새로운 지도자 감으로 평가받았기 때문이었다. 한국의 매도 일변도  정치와는 사뭇 다르다. 바보라고 몰아치면 실제로 바보처럼 되듯이 아직 활동할 수 있는 여력이 있음에도  퇴출 대상으로 취급하면 바로 노인이 돼버린다. 노인을 양산하는 사회 분위기이고 시스템이다. 이는 개인의 차원을 넘어 사회적, 국가적인  문제고 손실이다. 

정치권의 세대교체 바람은 공직사회나 공공기관, 심지어 대기업 등 일반 기업에까지 퍼져 거스르지 못할 흐름이 됐다. 정치권은 참신한 인재의 발굴이라며 경험과 경륜을 무시하고 코드인사에 혈안이 돼왔다. 그 결과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는가? 젊은 피로 수혈된 청년들이 중책을 맡아 새 바람을 일으킬 것을 기대했던 그 자체가 허황된 일이었다는 사례는 많다. 경험과 경륜의 부족에 따른 당연한 결과다.

삼성은 이병철 창업자 시절부터 치열한 경쟁을 유도하고 철저한 성과제도를 적용하는 매몰찬 인사관리로 평판이 나있었지만, 지금도 직원들이 45세만 되면 퇴직 후의 삶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45세면 한창 능력을 발휘할 시기인데 퇴직을 대비하라는 일종의 암시를 주는 것이다. 젊음을 수혈하고, 고비용을 줄이려는 기업경영의 냉엄한 계산이 읽힌다.

조기퇴직은 넘치는 은퇴자들의 고달픈 삶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오죽하면 “한강의 기적과 압축성장의 노하우가 청계산 속에서 떼지어 헤맨다”는 말이 떠도는가. 한국의 중장년들이 너무 일찍 퇴직하도록 압박을 받기 때문에 노인 문제를 더 악화시킨다. 45세부터 퇴직을 고민하는 사회는 세계적으로 드물 것이다. 더구나 평균 연령이 놀랍게 늘어나고 있는 점을 생각하면 그런 분위기는 심각하게 성찰해야 할 과제다.

나이가 들수록 활동력과 건강이 약화되는 현상은 어쩔 수 없다. 관리자나 경영자측에서는 연령의 경제적 측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근시안적 시각으로 연령과 세대 문제에 접근하고 있는 현실이 한국의 실정이다. 충원과 인건비에만 집착하면 경험과 경륜은 갈 길을 잃는다. 경험과 경륜이 온전히 전수돼야 거기서 새로운 싹도 트게 된다. 모든 문화는 축적된 전통의 바탕 위에서 발전되고 창조되는 것이다.

정년퇴직 후에도 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하는 방법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필자가 1970년대에 일본 NHK의 연수프로그램에 참여했을 때 세세한 돌봄과 프로그램의 진행을 도맡아준 이는 67세의 NHK 고위직 은퇴자였다. 정식 직원은 아니었지만 회사의 고문으로서 회사와 연수자,  그리고 국제 방송계를 위해서 풍부한 지식과 경험으로 훌륭한 역할을 해주었다. 젊은 세대는 그런 역할을 결코 수행하지 못할 것이다.

고참 세대도 꾸준한 자기 수련에 부지런해야 한다. 시대변화에서 후배들에게 뒤처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며, 그동안 연마한 역량을 새 환경에서도 조화롭게 선용할 수 있도록 스스로 입지를 만들어 가야 한다. 대우만 받으려 하면 기피대상이 되고 방출의 발끝에 당하고 말기 때문이다. 선배들은 이끌어 주고, 후배들은 전수하는 풍토야말로 조직을 발전시키는 토양일 뿐 아니라,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거름이 되어준다.

한국의 고령화 현상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통계청은 2050년에는 한국의 고령화가 OECD 중 최고인 일본 수준으로 높아진다고 예상한다. 2018년의 65세 이상 인구가 738만 여명으로 2017년보다 증가율이 14%를 넘었다. 고령화 사회에서 고령 사회로 진입한 것이다. 공무원 정년이 60세이므로 65세 이상이면 거의 무직인 셈이다. 60대 이후의 연령층도 나름 할 일을 찾을 수 있는데 지금의 사회 분위기는 그런 가능성에 굳게 문을 닫고 있다. 노인 인구가 부쩍 더 늘어나도 활동력이 남아있는 층을 탑골공원으로 내몰 것인가? 

고령화 속도가 이렇게 빠른데도 정치권이나 고용자들은 세대교체니, 젊은피 수혈이니 강변하면서 50대 후반의 장년부터 노인 취급을 하려고 한다. 고용문제를 다룰 때는 청년일자리로만 통한다. 자연히 나이든 층은 의기소침해져서 활동할 의욕을 잃고 애늙은이의 반열에 편입돼버린다. 세대교체만 외쳐댄 사회적 책임이다. 사회가 기성세대를 계속 무시한다면 그 대가로 점점 더 무거운 짐을 져야 할 것이다.                          

송장길(언론인·수필가)  womaneconomy@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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