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8.10.18 목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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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운동' 200일…페미니스트가 말하는 요즘 페미니즘10·20·30대 페미니스트 인터뷰…"페미 내 세대갈등? 각자 방식 투쟁 중"
   
▲ 지난 5월 2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국제개발협력 미투 기자회견에서 국제개발협력 미투운동모임 활동가들이 '미투, 위드유' 손피켓을 들고 있다. /양문숙 기자 yms7890@hanmail.net

"페미니즘이 여러 갈래로 나뉘고 있다고요?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싸우고 있는 겁니다."

한국사회를 뒤흔든 '미투(#metoo·나도 겪었다)' 운동이 16일로 200일째를 맞는다. 서지현 검사의 검찰 내 성폭력 폭로로 시작된 미투 운동은 사회 각계에서 미투 선언으로 확산했고,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력 의혹 폭로로 정점을 찍었다. 14일에는 안 전 지사의 성폭력 사건 1심 선고가 나온다.

누군가는 미투를 놓고 '광란의 파도가 지나갔다'며 가슴을 쓸어내리는 지금, 오히려 "페미니즘의 해일은 이제 시작"이라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혜화역과 광화문에서 사상 최대규모로 열린 여성 집회는 이를 증명하려는 몸짓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페미니즘을 두고 여성끼리도 생각이 다른 '줏대없는' 사상이라고 비판한다. 남녀 갈등으로 몰아가는 분위기도 있다.

그러나 '미투 200일'을 앞두고 12일 연합뉴스가 만난 10·20·30대 페미니스트들은 "페미니즘은 하나의 방향이 있는 게 아니라, 각자가 실천하며 만들어내는 거대한 움직임"이라며 "늘 고민하는 것은 연대와 참여의 방법"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 '단발머리' 반응에 충격받은 여고생 "차별과 불편함 말하고 싶어"

미투운동시민행동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5일 서울 조선일보 앞에서 장자연 리스트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양문숙 기자 photoyms@seoulmedia.co.kr

이달 4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 시위'에 참가한 고등학생 박모(17)양은 작년 여름 너무 더워서 단발머리를 했다가 주변 반응에 충격을 받아 페미니스트가 됐다.

박양이 머리카락을 짧게 자르자 주변에서는 남녀노소 불문하고 "실연당했니", "남자 같아", "여자가 그게 뭐니", "아무리 그래도 여자가 머리는 길어야지", "인제 머리 그만 길러라" 등 온갖 성차별적 훈수와 지적이 터져 나왔다.

박양은 "내 편의를 위해 편한 머리로 잘랐을 뿐인데 여자라는 이유로 이런 얘기를 듣는 상황이 부당하다고 느껴서 페미니즘을 공부하기 시작했다"면서 "시위는 이번에 처음 가봤는데, 폭염 속에서 느낀 것은 '우리의 의지가 이렇게 강하다'는 것과 '혼자가 아니다'라는 강한 연대감이었다"고 말했다.

박양은 최근 '탈(脫) 코르셋' 선언도 했다. 머리를 짧게 자르고, 화장도 하지 않고 있다.

그는 "코르셋이 제일 심한 연령대가 10대라고 생각한다"면서 "고등학교에서 남학생들의 여학생 얼평(얼굴 평가)·몸평(몸매 평가)·성희롱이 가장 심하고, 꽉 끼고 불편한 허리라인의 교복 착용을 강요하는 학교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남성과 여성에 대한 인식이 잡히는 시기도 10대이기 때문에, 10대 때 페미니즘 인식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시위 참여조차 제한되는 연령대지만, 그래서 더 크게 10대로서 겪는 차별과 불편함을 말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 "내가 '강남역 사건' 피해자될 수도"…'엽서 총공' 나선 대학생

지난달 5일 서울 영등포구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미투가 바꿀 세상, 우리가 만들자' 전시의 모습./여성경제신문 사진자료.

숙명여대생 김지연(22)씨는 "여중·여고를 거치며 자연스럽게 '예뻐야 한다, 연애해야 한다, 미(美)로 선택받아야 한다, 야망보다는 가정을 꾸리는 사람이어야 한다, 순하고 말 잘 듣는 아이가 돼야 한다'는 가르침과 기대를 받았다"고 털어놨다.

"어릴 때 성폭력은 '여자가 겪는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김씨는 2016년 강남역 여성살해 사건을 계기로 '나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자각하면서 처음 페미니즘에 관심을 두게 됐다.

지금은 학교 소모임 '페미파워프로젝트'를 하며 여러 행동에 나서고 있다는 김씨는 지난 10일 숙대 다목적홀에서 '엽서 총공' 시위 연대를 준비하고 있었다.

김씨 등은 10일 하루 동안 '여남차별 편파수사 그만하라'라고 적은 엽서를 청와대·중앙지검·서울경찰청·국회·대법원·행정안전부 등에 우편으로 보내는 '엽서 총공' 시위를 벌였다.

엽서에는 경찰이 일베 등 남초 커뮤니티와 달리 워마드를 상대로만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적극적으로 수사하는 것이 '편파수사'라는 주장을 담았다.

온라인을 기반으로 기획·홍보가 이뤄진 탓에 시위 참여 규모를 가늠하기는 어려웠지만, SNS에서는 10일 오후 6시 기준으로 '#엽서총공' 해시태그 게시글이 100여건 검색됐다.

이날 김씨는 다른 학생들도 쉽게 시위에 참여할 수 있도록 엽서 140여장을 준비해 나눠줬다. "사람이 많이 안 오면 어떡하죠"라는 걱정이 무색하게도, 오후 4시까지 약 40명의 학생이 엽서를 여러 장씩 받아가며 4시간여 만에 동났다.

김씨는 "엽서총공에서 알 수 있듯, 우리가 분노하는 대상은 남성 개개인이 아니라 남성 중심적인 구조와 법원·검찰 등 권력기관"이라면서 "지금 한국사회를 함께 살아가는 또래들에게 '우리가 뭘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계속 던지고 싶다. '총공'도 또 하고, 대학끼리 연대하는 움직임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 현장 활동가가 본 안희정 재판…"권력형 성폭력 처벌기준 될 것"

법원에 출석하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모습. 안 전 지사 성폭력 사건 재판은 오는 14일 1심 선고 예정이다./여성경제신문 사진자료.

'안희정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에서 활동하는 한국성폭력상담소 김혜정(38)씨는 "안희정 사건은 현실에서 자주 일어나는 권력형 성폭력을 제대로 처벌할 수 있을지 가늠하는 기준이 될 것"이라며 14일 법원 선고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 전 지사 사건은 미투 폭로로 제기된 사건 중에서도 이른바 가해자의 사회적 명망이 가장 높은 사건이었다. 이 때문에 언론과 대중이 초미의 관심을 보였고, 재판이 열릴 때마다 성범죄 사건으로는 유례없이 상세한 보도가 이뤄졌다.

공대위는 함께 재판을 방청하면서 감시하는 '방청연대'를 꾸리는 한편, 안 전 지사 측의 증인이 피해자에게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낸 날에는 자극적인 보도를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김씨는 "재판이 시작되자 언론은 국민 알 권리를 위해 중계하는 형식을 띠었지만, 왜 재판까지 왔는지 그 본질과 상관없는 가십과 스토리를 소비했다"면서 그간 언론 대응에 고민과 노력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이어 "지금 여성들은 청소년부터 오랫동안 운동을 한 나 같은 활동가까지, 또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에 이르기까지, 각자의 자리에서 나름의 방식으로 페미니즘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남녀 갈등이 심하네, 여성시위에 왜 저렇게 많이 모여' 하는 것은 문제를 피상적으로 보는 태도"라며 "이 사회가 안전하다고 느끼고, 웹하드가 별문제 아니라고 느끼는 이들에게 '우리 사회는 누구에게 편안한 사회인가요?'라고 묻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임유정 기자  wiselim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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