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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회 칼럼] 폭염 속에 보내는 8월
7일 입추가 지나고 16일이 말복(末伏), 23일이 처서(處暑)이니 절기로 보아 이제 더위도 한풀 꺾일 때가 되었습니다. /여성경제신문 자료사진

―한증탕을 방불케 하는 날씨, 재앙의 수준이 된 기상이변. 하지만 시절은 입추를 지나 처서, 가을로 접어들었으니 이제 더위도 물러 갈 때가―

태초에 인류가 지구상에 등장해 오늘에 이르기까지 생존해 오는데 가장 크게 영향을 끼쳐 온 것이라면 그 첫째가 날씨일 것입니다. 춘하추동 네 계절이야 동서양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어느 곳이건 해는 날마다 뜨고 비가 오는가하면 눈이 내리는 등 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날씨보다 더한 것은 없지 않을까 싶기에 말입니다.

그 옛날 기상 업무가 시작되기 전에는 하늘의 변화를 보고 날씨를 점치곤 했습니다. 밤하늘의 별을 보고 점을 치는 서양의 점성술이 그것이고 “달무리가 지면 비가 온다”거나 “저녁놀이 아름다우면 다음 날, 날이 맑다”는 등 전통사회의 속설들이 또한 그렇습니다. 그런데 신통하게도 그러한 예측은 거의 들어맞곤 했으니 이는 오랜 경험에서 얻은 지혜였던 것입니다.

고대 그리스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BC384~322)가 그때 이미 ‘기상학’이라는 책을 쓴 것을 보면 기원 전 4세기, 그러니까 2400여 년 전에도 날씨에 관한 일반의 관심이 얼마나 컸던가를 엿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기상관측에 대한 역사는 멀리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기원전 53년 신라에서 ‘용오름 현상’을 관측하였다는 기록이 삼국유사에 전해오고 있고 고구려에서는 414년 겨울 적설량을 기록하였다고 전해집니다.

선덕여왕(?~647)때 세워진 경주의 첨성대, 조선 세종대왕(1397~1450)때 세계 최초로 발명한 측우기는 서양의 것보다 198년이나 앞선 것으로 알려져 있으니 우리 선조들의 뛰어난 지혜가 놀랍기만 합니다.

기상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일기를 예보 한 것은 113년 전입니다. “1905년 11월 1일 예보 맑음”― 이것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 된 일기예보 기록입니다. 그리고 이 예보의 ‘기상표’가 가장 오래된 문서로 남아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근대 기상관측은 1904년 부산, 목포, 인천, 원산 용암포 등지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1883년(고종 20년) 부산에서 최초로 기상관측이 이루어졌다는 기록이 최근 발견됨으로써 기상청의 역사가 새롭게 바뀌었다고 합니다.

기상예보는 예보를 통한 국민생활의 편의도 중요하지만 가장 큰 의의는 기후변화로 인한 ‘재해의 방지’입니다. 따라서 기상청에서는 기후변화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예측, 그리고 이에 대한 대비를 위해 현대적인 예보시스템의 구축과 장비의 도입, 국제적인 기술협력 등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국민들에게 전달되는 일기예보는 아주 복잡하고 세밀한 과정을 거칩니다. 매시간 단위로 하늘, 땅, 바다 등의 온갖 기상 현황을 세밀하게 측정하여 파악하는 일입니다. 이를 위해 라디오존데, 인공위성, 기상레이더, 관측용 항공기, 해상 부표, 지상관측소 등 여러 첨단과학기술의 기상 장비들이 동원됩니다.

라디오존데(Radiosonde)란 고층 기상의 연구를 위해 1930년대부터 사용된 장비로 전파를 발사할 수 있는 무선송신기를 기구에 매달아 높은 상공에 띄워 놓은 것을 가리킵니다.

올 여름은 참으로 무덥습니다. ‘살인적인 폭염’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이니 추운 겨울을 동장군(冬將軍)이라 하면서 무더운 여름을 ‘염제(炎帝)’라고 한 표현이 과하지 않습니다. 예년 같으면 덥다고 해봤자 34~35°를 가리키는 것이 전부였지만 올해는 그를 훨씬 뛰어 넘어 40°를 넘나드는, 전에 일찍 겪어보지 못한 폭염이, 그것도 장기간 지속이 돼오고 있으니 여기저기서 “못 살겠다”는 비명이 터져 나오는 것은 불가피한 현상입니다.

올 여름 폭염으로 인한 국내 온열질환자는 3000명을 훨씬 뛰어 넘었고 사망자만도 40명에 이르고 있으니 이쯤 되면 무더위가 재앙의 수준으로 까지 발전된 것이 분명합니다.

그런데 올 여름의 유난한 폭염은 우리 한국만은 아닌 모양입니다. 이웃나라 일본도 마찬가지여서 폭염 사망자가 130여명이요, 5만8000명이 병원으로 실려 가는 수난을 겪고 있다고 하니 아무래도 예삿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지금 지구촌 곳곳의 폭염, 산불, 가뭄으로 인한 대규모 재해는 역대 ‘최악의 여름’이 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하고 있습니다. 그리스와 스웨덴, 네덜란드, 스페인, 스위스 등등 어디라고 할 것 없이 더위, 산불, 가뭄으로 비상상황이고 지상낙원이라던 태평양의 하와이는 화산의 용암분출로, 미국의 캘리포니아, 캐나다는 대규모 산불로 엄청난 피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기상이변이 올해만의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기상학자들은 향후 수십 년간 폭염은 더 많은 곳에서 자주 일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또 이 같은 혹서(酷暑)는 인류가 만들어낸 기후변화의 가장 직접적인 결과 중 하나로 불린다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인류, 자신들이 저지른 자업자득이라는 것입니다.

그 옛날 우리 조상들은 여름이면 더운 것은 뜨거운 것으로 다스려야 한다면서 이열치열(以熱治熱)을 생활의 지혜처럼 가르쳤습니다. 하지만 뜨거운 것은 찬 것으로 식히는 것이 상식이지, 뜨거운 것을 먹어 마음과 신체를 더욱 더 덥게 하곤 하던 지난 시절의 ‘지혜’로 이 폭염을 식힐 수 있을까. 아무리 풍류가 있다한 들 부채로 더운 바람을 부쳐봤자, 더 더운 것은 피할 수 없습니다.

지금 걱정은 그것뿐이 아닙니다. 저 호남평야에는 가뭄으로 논밭이 타들어 간다고 울상들이고 동해안엔 느닷없는 집중폭우가 쏟아져 도시가 침수되어 난리이니 이래저래 사회가 불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인간이 과학기술을 발전시켜 달나라를 다녀오는 지혜를 가졌다하나 “하늘에는 예측할 수 없는 비와 바람이 있다(天有不測風雨)”고 옛글에도 있을 만큼 변화무쌍하고 신비롭기 그지없는 대자연의 섭리를 기상대 인들 어찌 백발백중 맞출 수 있겠는가.

7일 입추가 지나고 16일이 말복(末伏), 23일이 처서(處暑)이니 절기로 보아 이제 더위도 한풀 꺾일 때가 되었습니다. 처서가 되면 갑자기 내려간 기온에 모기 입이 돌아간다는 속설도 있는지라, 며칠만 지나면 지겨운 더위도 물러갈 때가 되지 않았나, 한 가닥 기대를 가져 봅니다.  

김영회(언론인)  yhk93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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