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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회 칼럼] 장마철
우리나라는 특성상 비가 조금만 오면 금새 장마가 지고 며칠만 비가 오지 않으면 이내 가뭄이 드는 기후라서 국민들이 겪는 고통이 적지 않습니다. 제발, 올 여름일랑 알맞게 비가 내려 피해가 없이 장마철을 잘 넘겼으면 좋겠습니다./여성경제신문 자료사진

―해마다 겪는 연례행사, 장마철 연일 비가 내립니다. 소나기에 서린 순수한 사랑, 시대와 세대를 뛰어 넘어 공감대를 갖게 합니다―

<소년은 개울가에서 소녀를 보게 되지만, 말도 제대로 못 붙이는 내성적인 성격이다. 어느 날 소녀가 그런 소년에게 조약돌을 던져 관심을 나타내고 소년은 이를 소중히 간직한다. 그러나 소극적으로 소녀를 피하기만 하던 소년은 소녀의 제안으로 함께 산에 놀러 간다. 논밭을 지나 산마루까지 오르면서 아늑하고 평화로운 가을날의 시골 정취 속에 둘 사이는 더욱 가까워진다. 산을 내려올 때 갑자기 소나기를 만난 소년과 소녀는 수숫단 속에서 비를 피한다. 비가 그친 뒤 돌아오는 길에 도랑물이 불어서 소년은 소녀를 등에 업고 건너며 둘 사이는 더욱 친밀해진다. 소년은 그 후 한동안 소녀를 만나지 못하다가 다시 만나 소녀의 옷에 묻은 얼룩을 보고 부끄러워한다. 자신의 옷에서 옮겨진 것이기 때문이다. 소녀는 그동안 몸이 아팠으며 곧 이사를 가게 되었다는 말을 한다. 소년은 마지막으로 한 번 소녀를 만나려고 애를 태우다가 소녀가 이사 가기로 한 전날 밤 잠결에 부모님의 대화를 통해 얼마 전 소녀가 죽었으며 소년과의 추억이 깃든 옷을 그대로 입혀서 묻어 달라는 말을 남겼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황순원(1915~2000)의 단편소설 ‘소나기’는 비가 갑자기 내리다가 금방 그치는 소나기 같은 사랑을 담고 있는 이야기로 사춘기 소년과 소녀에게 소나기처럼 찾아 온 아름다운 첫사랑을 서정적으로 그린 수작입니다.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신문학’지에 발표된 소설 ‘소나기’의 원제는 ‘소녀(少女)’입니다. 시적이고 서정적인 경향이 뚜렷이 나타나는 이 단편소설은 황순원을 대중에게 알린 작품 중의 하나입니다. 이 작품은 1960년부터 2018년 현재까지 중학교 1학년 국어 교과서에 수록되고 있는 한국 단편소설의 전설 중의 전설로 TV베스트셀러극장에도 소개되고 영화로도 제작되었을 만큼 남녀노소 국민들에게 감명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1960년대 중학교 시절 이 작품을 배운 어린이들이 이미 70대 노인이 되었으니 ‘소나기’야말로 시대와 세대를 뛰어넘어 공감을 갖게 하는 수작(秀作)임이 분명합니다.

경기도 양평군은 소설 끝머리에 소녀가 양평으로 이사를 간다는 내용이 나오는 것에 착안해 지난 2009년 서종면 수능리에 군의 테마파크로 ‘소나기’ 마을을 조성하고 ‘황순원 문학관’을 건립해 놓아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청주 대청호(大淸湖) 호반 마동창작마을에서 작품을 하고 있는 서양화가 이홍원 화백은 해마다 여름이면 소나기를 소재로 한 몇 점의 그림을 그립니다. 지난 날 농촌에서 마구 엎어지고 뒹굴며 흙에서 자란 아이들의 천진무구(天眞無垢)한 모습을 해학적으로 묘사한 그의 그림은 어릴 적의 진한 향수를 불러오곤 합니다.

한 여름 검은 먹구름이 뒤덮여 어두컴컴하기까지 한 오후, 뇌성벽력에 번개가 내려치고 소나기가 퍼붓는 들판을 아이들이 커다란 황소를 몰고 빗속을 마구 달려가는 장면은 농촌에서 자란 사람이라면 누구나 머릿속에 간직하고 있는 살아있는 어린 시절의 추억입니다.

이제는 세상이 좋아져 우산도 흔하고 웬만한 거리는 자동차로 이동을 하곤 해 비 맞을 일이 별로 없지만 과거 농촌에서는 비가 오면 그냥 종종걸음을 치거나 내달리는 것이 그 시대의 풍속도였습니다.

장마는 동아시아 하계 계절풍 기후의 일환입니다. 우리나라는 해마다 6월 하순에 장마가 시작되어 7월 말까지 한 달여 동안 계속됩니다. 장마철이 되면 남쪽 제주도에서 올라오는 구름이 동서로 길게 장마전선을 형성하고 한반도를 남북으로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면서 비를 내립니다.

해마다 이맘때면 잔뜩 습기를 머금은 구름 띠가 전라도, 경상도, 충청도, 강원도, 경기도, 그리고 북한 땅을 남북으로 넘나들면서 이곳저곳에 비를 뿌립니다. 곳에 따라 집중호우가 쏟아지기도 하고 강우량은 지역마다 편차를 보입니다.

비가 많을 때 강수량은 하루 100mm를 훌쩍 넘기도 하는데 한해 여름 내리는 장마 비는 전국의 연 평균 강우량 1357mm의 2/3로 대단한 양입니다.

우리나라는 산이 많은데다 경사가 급한 지형적 특징 때문에 대부분의 빗물이 하천을 따라 바다로 흘러들어 갑니다. 그렇게 바다로 흘러들어 가는 양이 전체의 1/3이나 되니 많은 양의 물이 버려지고 있는 셈입니다.

비는 두 얼굴의 양면성을 갖고 있습니다. 인간의 생활에 필수 불가결의 이로움을 줘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어느 순간에 삶을 송두리째 망치게 하는 심술궂은 존재로 원망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지구상의 모든 살아있는 것들은 물로 인하여 태어나고 성장하고 존재합니다. 비가 오지 않는 사막에 식물이 존재하지 못하는 것은 물이 없기 때문입니다.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비가 오고 물이 있어야 합니다. 물은 생명의 원천인 것입니다.

비가 오면 좋은 것은 대기 중에 떠있는 먼지를 말끔히 씻어 줘 공기를 맑게 해 주고 건조한 공기를 적셔 상쾌하게 해 줍니다. 메마른 대지에 비가 오면 초목들의 목을 축여줘 생명의 에너지가 됩니다. 또 비가 내리면 사람들의 마음을 차분하게 해 줍니다. 시인들은 시상(詩想)을 다듬고 외로운 이들은 빗소리를 들으며 울적한 마음을 달랩니다.

그러나 집중호우가 쏟아지거나 너무 오래 비가 계속되면 필시 수해가 있기 마련입니다. 비가 많이 오면 강이나 하천이 범람해 다리가 붕괴되고 도로가 유실되며 애써 가꾼 농작물을 망칩니다. 산사태가 나면 인명피해가 생기고 도시에서도 가옥이 침수되면 삶의 터전을 잃게 됩니다.

그러면 장마철에 발표하는 강우량의 기준은 무엇이고, 측정은 어떻게 할까? 모두가 궁금해 하지만 이해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강우량의 ‘밀리(mm)’란 수심을 나타내는 단위입니다. ‘빗물이 다른 장소로 흐르지 않고, 증발하지 않고, 지면에 스며들지 않는 상태에서의 물의 깊이’를 나타내는 척도가 mm입니다. 즉, ‘1일 100mm의 강우량’이라고 하는 것은 ‘하루에 비가 10cm 내렸다’라는 의미입니다. 10cm 깊이가 적은 양이라고 생각하기 쉬우나 도로나 지붕 위 등 모든 곳에 10cm가 내리기 때문에, 이 빗물이 낮은 곳에 모이게 되면 상당한 양이 되는 것입니다.

강우량은 간단하게 측정할 수가 있습니다. 대야와 같은 원주형의 용기를 밖에 놓고 빗물을 직접 받습니다. 그리고 자로 수심을 mm단위로 측정하면 그것이 바로 강우량이 됩니다. 전 세계적으로 강우를 측정하는 원통의 지름은 20cm로 통일돼있습니다.

우리나라는 특성상 비가 조금만 오면 금새 장마가 지고 며칠만 비가 오지 않으면 이내 가뭄이 드는 기후라서 국민들이 겪는 고통이 적지 않습니다. 제발, 올 여름일랑 알맞게 비가 내려 피해가 없이 장마철을 잘 넘겼으면 좋겠습니다.

 

김영회(언론인)  yhk93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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