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8.9.23 일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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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호 신한은행장 야심작 '직원호칭 간소화' 좌초 위기직원들 "김 매니저·최 파트너로 불리기 싫다"...결국 직급 단순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신한은행이 원활한 소통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추진하는 '호칭 단순화'가 직원들의 반발로 진통을 겪고 있는 가운데 10일 신한은행 본점 앞으로 시만들이 지나가고 있다. /문인영 기자 photoiym@gmail.com

"까마득한 후배가 '김 매니저' '최 파트너'라고 부르면 솔직히 기분이 안좋죠. 또 한단계씩 차근차근 올라가는 '승진'이라는 성취동기가 사라지는데다, 진급에 따른 급여 인상도 없어질 가능성이 있어 불안하고요."

위성호 신한은행장이 밀어붙이고 있는 ‘호칭 단순화’가 결국 직원들의 저항에 부딪혀 좌초위기에 빠졌다. 

신한은행은 원활한 소통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과장·차장·부부장은 ‘매니저’로, 행원·대리는 ‘파트너’로 호칭을 변경할 계획을 추진했다. 

신한은행이 원활한 소통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추진하는 '호칭 단순화'가 직원들의 반발로 진통을 겪고 있는 가운데 10일 신한은행 본점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문인영 기자 photoiym@gmail.com

보수적인 은행권에서 신한은행의 이런 시도는 분명 '파격'이다. 그러나 직원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고 현재는 호칭 단순화 제도 실행 자체가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유주선 신한은행 노조위원장은 9일 “회사 측에 (직원들의) 이미 호칭 간소화 반대 입장을 명확히 전달한 상태다”라고 말했다.

유 위원장은 “직위와 역할, 권한 등이 종합적으로 포함돼 있는 게 직원의 ‘호칭’이다”라며 “갑자기 상사를 ‘매니저’라고 부르게 되면 예전에는 없던 오해가 생길 수 있고 업무에도 차질을 부를 수 있어 직원들의 반응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호칭 단순화가 직원들의 사기를 저하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표했다.

유 위원장은 “직원들은 어떻게든 승진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호칭 단순화는) 위아래 경계를 없애고 수평적인 업무환경을 만든다는 것 아니냐”며 “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질 것이다”고 말했다.

특히 인사 적체로 승진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호칭 단순화는 향후 직급 단순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노조는 반대하고 있다. 

그는 “우리나라는 서구식 정서와 다르기 때문에 직급별 호칭을 유지해야 한다”며 “사측은 계속 ‘논의하자’는 입장이지만 노조 측에서 반대 의사를 밝힌 만큼 사측에서도 직원들이 원하지 않는 제도를 추진할 수는 없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이 추진하는 호칭 단순화는 위 은행장이 올해 초부터 내세운 ‘리디파인 신한, 비 더 넥스트(Redefine 신한, Be the NEXT)’의 일환이다.

신한은행이 원활한 소통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추진하는 '호칭 단순화'가 직원들의 반발로 진통을 겪고 있는 가운데 10일 신한은행 본점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문인영 기자 photoiym@gmail.com

위 은행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리디파인(재정립)’ 슬로건을 내세우고 각종 행사에서 금융업의 변화를 주도하겠다는 경영 목표를 알리는 등 내부 업무환경 개선과 디지털, 글로벌 환경을 구축하는 데 노력해왔다.

올 초부터는 경영기획그룹 미래전략부가 리디파인 부서로 개편돼 위 은행장의 경영 목표에 대한 지원을 전담하고 있을 정도다.

위 은행장은 하반기 첫 영업일인 지난 2일 조회사에서 “우리의 한계를 뛰어넘어 리디파인 도전과제를 열심히 추진해야 한다”며 경영 이념을 다시 한 번 강조하기도 했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외부적으로 신한은행의 리디파인 전략은 꽤 성공적인 성과를 이뤘다.

신한은행은 올해 초 신한S뱅크, 써니뱅크 등으로 나뉘어 있던 금융앱 6개를 합친 통합플랫폼 ‘쏠(SOL)’을 내놨다. 여기에는 텍스트와 음성을 인식해 금융 상품을 추천해주는 AI 금융비서 ‘쏠 메이트’도 탑재돼 젊은층의 인기를 끌고 있다.

위 은행장은 이에 그치지 않고 내부 업무환경을 개편해 수평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이루고자 했다. 금융권 최초로 호칭을 단순화하는 작업을 시도한 것이다. 하지만 직원들의 반발이 만만찮다.

신한은행은 이에 앞서 디지털그룹과 ICT(정보통신기술) 그룹에 ‘수석’과 ‘선임’이라는 호칭을 도입해 호칭 단순화 시범 운영 작업도 거쳤다. 이 두곳에서는 현재 행원·대리들은 ‘선임’으로, 과장·차장·부부장들은 ‘수석’으로 불리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당초 7월 초부터 ‘호칭 단순화’를 실행하고자 했다는 것은 언론사들의 오보다”라며 “아직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검토하고 있는 사항이고 충분한 합의를 거쳐 진행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호칭만 단순화한다는 것이지 승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윤아름 기자  aruumi@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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