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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장길 칼럼] 북미정상회담의 대차대조표
  • 송장길(언론인·수필가)
  • 승인 2018.06.13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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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12일 오후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공동합의문에 서명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스트레이츠타임스 홈페이지 캡처

지난 석 달 동안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미북정상회담이 긴 여운을 남기며 마무리 되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파격을 거듭하며 싱가포르에서 극적으로 만나  북핵문제와 65년에 걸쳐 엉킨 적대적 매듭을 풀려고 설전을 벌였으나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 김 위원장은 조부 김일성 주석으로부터 20여 년을 개발해 온 핵을 단숨에 포기하기에는 그에 매달려 있는 중량이 너무 무거웠을 것이다. 군부는 물론 주민의 의식을 갑자기 바꾸는 일이 제일 큰 압력이었지 싶다. 트럼프 대통령도 아무리 협상의 명수라 해도 의회 등 국내 정치의 감시와 견제 아래에서 한 나라가 명운을 걸고 덤비는 심각한 사안을 속전속결로 완벽하게 밀고 나가기에는 힘에  부쳤을 것이다. 

미국은 회담 전날까지 국무장관의 회견 등으로 부단히 공들였던 CVID,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의 명문화에 미치지 못했고, 북한도 안전 보장과 국제 제재의 해제, 경제 지원을 얻어가지 못했다. 다만 두 정상들은 원칙적이고 포괄적인 공동선언에 서명했을 뿐이다.

두 정상이 서명한 공동선언의 3개 항에는 양 측이 요구하는 (1)새로운 미북 관계 수립 (2)한반도의 지속적이고 안정적 평화 구축 (3)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등이 담겨 있다. 이는 북한이 2000년 미국과의 협상에서 합의한 미북 코뮤니케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4항에서 한국전 참전 미군의 유해 송환이 명시된 게 구체적으로는 유일하다. 

물론 공동선언의 전문에서 북한의 안보와 한반도의 비핵화 의지를 선언적으로 명시했고, 세계가 주시하는 정상회담에서 어렵게 분명히 한 만큼, 격이 다르다는 기대를 주기는 한다.  양 정상이 합의한 것으로 알려진 국무장관 등 고위급 회담에서 구체적인 논의도 속도를 낼 것으로도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북미 고위급 회담이 곧 열릴 것이며, 김 위원장의 백악관 초청과 자신의 평양방문에 동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싱가포르의 회담은 협상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미국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몇가지 중요한 실질적인 소득을 챙겼다. 북한이 풍계리 핵 실험장과 장거리 유도탄 시험장을 선제적으로 폭파했고, 미사일 에너지 실험장을 조속히 폐기하겠다는 김 위원장의 약속을 받아냈다. 북한의 핵실험이 7개 월 째 중단됐고, 적의 핵탄두가 본토까지 겨누는 가장 걱정했던 위협은 일단 제거된 셈이다. 7000여 명의 한국전 전몰장병의 유해를 보내주기로 한 것도 오랜 숙원사업의 해결이다. 미국 기업들의 북한 진출 가능성도 엿보인다. 미국은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게 되면 부수적으로 중국의 견제에 또다른 전초기지를 세우는 셈이다. 

국제적으로 고립돼 있으면서 위험한 핵무기를 고집하던 독재자 김 위원장을 국제무대에 끌어낸 것도 트럼프 대통령의 업적으로 새겨질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은 이제 시작이라고 말해 협의의 계속을 다짐했고, 김 위원장은 공동선언 서명식에서 “세상은 중대한 변화를 보게 될 것이다”라고 언급해서 경제강국으로 통치노선을 바꾸겠음을 다짐하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이 성공적일 것이며, 자신이 해결사라고 줄곧 과장해 판을 키워 놓고도 과거 북한에 속은 전례를 답습하지 않을 구체적인 방책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핵의 해체와 핵 물질의 반송의 담보에 실패했으며, 핵 사찰은 이루어질 것이라지만, 임의의 사찰 등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의 방법에 이르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는다. 속 빈 강정이라는 비아냥은 트럼프 팀에게는 매우 아플 것이다.

북한의 소득은 김 위원장의 몫이다. 졸지에 국제무대에 화려하게 등장해서 세계 제일의 국가 지도자와 당당한 맞수가 되었다. 최빈국 지도자가 G1의 최고 지도자로부터 친절한 예우도 받았다. “현명한 젊은 지도자” “밝은 미래를 위해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는 칭송과 함께 백악관 초대도 약속받았다. 은둔의 독재자가 일약 세계의 스포트 라이트를 받은 것이다. 자본주의와 서비스 산업국의 한 전범(典範)인 싱가포르의 번영도 학습받았다. 국가의 경영에 많은 영감을 얻었을 것이다. 

김 위원장의 딜레마는 미국의 CVID요구와 체제 유지 사이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담대하게 미국의 요구대로 완벽한 비핵화를 결행하면 체제의 동요와 함께 자본주의가 몰려들어와 통치체제가 위험해진다. 사회주의가 아직 쇠락하기 전의 딩샤오핑 시대와는 상황이 다르다. 그렇다고 핵의 끈을 쥐고 있으면 아직도 머리 위에서 맴도는 미국의 군사적 위협과 국제사회의 제재로 인한 빈곤이 곤혹스러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후 세계 5000여 기자들이 모인 회견에서 비핵화 전에는 북한에 대한 제재를 풀지 않겠다고 분명히 공언했다. 

김 위원장은 비핵화라는 루비콘 강을 이미 건넜다. 결국 제재를 풀도록 움직여 주고, 미국과 중국, 한국, 일본의 자본과 기술을 도입해서 빈곤에 시달리는 주민들을 돌봐야하는 급한 사정에 몰려 있다. 그의 싱가포르 출장을 관제 매체들이 신속히 보도하는 것도 주민들 사이에 빠르게 전파되는 소식과 기대를 의식한 조치 때문이리라. 김 위원장은 숨을 고른 뒤 트럼프 대통령의 전망 대로 서둘러서 비핵화의 길을 걸을 것이다.

한국도 빛과 그림자를 맞았다. 북핵이 일단 중단되고, 미국이 계속 비핵화로 북한을 압박하는 움직임은 고마운 일이다. 북한이 더 성의 있는 조치를 취해 국제제재가 풀리면 남북 연락사무소 개설과 이산가족 상봉, 개성공단을 비롯해서 금강산 관광, 철도 연결 사업 등에 박차가 가해질 것이다. 핑크 빛 경제의 붐도 예상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과 북한 사이의 중재자로서 높은 명성을 얻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북핵 문제의 제일 당사자인데 미국과 북한의 담판을 관망해야 하는 국가적 입장은 답답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 기자회견에서 비핵화의 비용과 주한 미군, 한미 군사 훈련 비용을 한국에게 떠맡기고, 무역 불균형 문제까지 언급하므로서 한국인들에게 부담감을 주었다. 일정한 부분을 부담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미국은 빠지고 모두 떠넘기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은 한국의 국민 감정을 거스르는 일이다. 한국 외교가 나서서 열심히  설득해야할 심각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의 진정한 승자는 자유 민주주의 시장 경제다. 자유 민주주의가 북한 체제와 북핵을 국제사회에 유도해서 선도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을 빌린 자유 민주주의 기수 미국의 힘이고, 사회주의를 안고 고집스럽게 고약한 무력을 키우는 북한 체재의 곤경이다. 길게 보면 결말은 뻔하다. 북한은 현실을 바로 보고 평화를 향한 진로에 주저하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

송장길(언론인·수필가)  womaneconomy@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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