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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장길 칼럼]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한국인의 기원
  • 송장길(언론인·수필가)
  • 승인 2018.06.08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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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싱가포르 선택 시티 쇼핑몰의 한 음식점에서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기념한 쇠고기 김치밥을 판매하고 있다. 말레이 전통 음식 브랜드인 '하모니 나시 르막' 음식점으로 미국산 쇠고기와 김치 등이 들어간 메뉴다.

북미정상회담이 며칠 앞으로 다가와 한국인들에게도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기대와 우려의 수치가 올라가고 있는 것이다. 기대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에 담대하게 합의함에 따라 이 지역에서 북핵의 공포를 제거하게 되리라는 희망이고, 우려는 한국이 빠진 협상에서 이해 당사국인 한국의 안보와 경제에 심각한 부담을 주는 담판이 이뤄지지 않나 하는 걱정이다.

미국이 군사력을 유보하고 협상을 통해서 완전한 비핵화를 일괄타결하겠다고 나선 것은 처음부터 회의적이었다. 협상은 원래 상충하는 이해를 조율해서 서로 양보하는 합의점을 찾는 기술인데, 가공할 무기와 오랜 적대관계를 CVID, 완벽하고 검증 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게 일괄 타결하기는 사안이 너무 난삽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강경한 자세에서 다소 유연한 태도를 취한 것은 그런 현실성의 벽에 부딪힌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수완으로 북핵을 결판내겠다는 의욕에서 어떻게든 문제를 풀려한다. 김영철 북한 통전부장을 파격적으로 만난 뒤 강경했던 포괄적 해결 원칙을 늦추는 듯한 태도로 세계의 주목을 끌었다. “신속한 단계적 타결”을 언급하기도 하고, 회담의 하루 연장이나 자신의 휴양지 초대 등을 의식한 “여러 차례의 회담” 가능성도 비쳤다. “최대의 압박”이라는 용어도 사용하지 않겠다고 말해 한 발 물러서는 기색이다. 메티스 국방장관 등 측근들이 비핵화 전에는 제재의 완화는 없다고 수습했지만 북한의 페이스를 얼마나 들어줄 지에 미국 조야의 비판적 시각이 날카롭다.

김 위원장은 한국을 징검다리로 삼아 미국에 접근한 뒤, 내친김에 중국과 러시아를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해서 목소리를 높이려 한다. 중국과 러시아가 스스로 접근해오니 기회를 재빨리 잡은 것이다. 북중, 북러 정상회담이 예약된 상황은 고립무원이었던 김 위원장에게는 고맙기 짝이 없는 원군이 되었다. 

북한은 풍계리의 핵실험장과 중장거리 유도탄 실험시설을 선제적으로 파괴하고 미래의 실험을 포기한 듯이 보이려 했다. 이미 보유한 핵도 체제위협을 피하면서 경제적 곤경을 부른 국제 제재의 해제와 경제지원을 위해 “단계적으로 폐기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그러나 핵개발 물질과 능력조차 깔끔하게 치우지 않는다면 사찰이 진행된다 하더라도 비공인 핵보유국의 위상을 확보한 파키스탄형이 된다. 그것은 북한이 노리는 핵보유국 지위며, 남북한 간의 역학관계에서 끊임없는 비대칭 불균형으로 작용하고, 위협요인이 될 것이다. 티눈은 뿌리를 제거하지 않으면 계속 자라나기 마련이지 않은가.

트럼프 대통령이 화려한 성과와 계산적인 정치공학에 치중한다면 미중 수교와 월남 철수와 같은 절반의 성공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것이다. 두 개의 사례는 공산국가를 국제사회에 유도해 내긴 했지만 사회주의 체제의 용인이라는 점에서 미국의 가치인 자유민주주의 이념에는 미치지 못했다고 평가된다

지금까지 간헐적으로 밝혀진 북미정상회담의 의제로 미루어보면 북한은 비핵화 원칙을 선언적으로 약속할 것이다. 또 이미 보유한 핵과 핵물질의 파기와 반출은 미국의 불가침을 위한 조치에 연동시키겠다고 주장할 것이다. 또 미래 핵을 이미 중단한 급부로 미국은 체제를 보장하는 조치를 취하면서 경제제재를 풀어달라고 요구할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알 수 없지만 평화협정과 불가침 조약, 국제사회의 경제제재 해제 등의 요구가 예상된다. 

미국으로서는 의회의 절차에 묶이지 않는 종전선언은 합의해 줄 수 있다. 그러나 제재의 해제는 상당한 수준의 비핵화를 전제조건으로 내세울 것이다. 미국은 숨겨놓은 핵과 실험시설, 핵물질의 폐기에 집중하면서 완벽한 사찰을 집요하게 요구할 것이다. 핵폐기 비용을 미국이 부담한 카자흐스탄 모델도 제기할 것이다. 이 문제에서 길고긴 밀당이 예상된다. IAEA(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과 NPT(핵확산금지조약)의 재가입도 의제로 올려 심각하게 논의될 것이다. 북한의 반발이 거세겠지만 결국 곤궁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북측은 큰 의제에서는 주고받기식으로 대체로 합의할 것으로 분석된다. 

북미정상회담이 박두함에 따라 그 일정과 장소, 경호, 경비에 대한 뉴스들이 범람한다. 매일 매스컴을 채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행보도 세계의 스포트 라이트를 받는다. 김 위원장은 졸지에 세계 제일의 지도자와 맞수가 됐다. 그러나 정작 한국인들에게 중요한 핵심적 관심은 두 가지다. 북핵이 완전히 제거되는가, 그 담판에 따라 한국의 안보에 변화가 있는가, 그리고 경제적인 손익은 어떤가 하는 의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핵을 장착한 북한의 대륙간 장거리 유도탄이 미국 영토에 위협이 되지 않도록 하는 문제가 최우선 과제일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게는 북한에 인접해 있으므로 북한의 핵 보유 자체가 더 엄청난 위협이다.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는 북한의 위협이 상존하는 것이다. 비핵화가 단계적으로 되면 그만큼 길게 핵의 공포 속에 살아야 하며, 숨기는 핵과 잠재적 보유로도 가상전쟁의 위협아래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안보와 관련된 어떤 핵심 인사는 주한미군의 철수와 한미동맹의 파기를 운위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지만 그런 언행은 한국인들의 안보적 우려위에 기름을 붓는 위험한 짓이었다.

북한이 끊임없이 주장해온 주한미군의 지위와 한미동맹의 성격이 의제로 올라 조금이라도 변화가 있다면 틀림없이 한국인들의 거센 저항에 부딪힐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주한미군과 한미동맹이 북한만을 겨냥한 장치가 아니고, 동북아시아와 세계질서의 방파막이라는 전략적 장치임을 인식하고 쉽게 흔들리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북한이 평화를 해치지 않는 건전한 국가로 탈바꿈한다면 더 바랄 게 없다. 그러나 그들의 과거 행태와 체제로 보아 쉽게 경계를 푸는 일은 매우 위험하다.

한국인들의 또다른 걱정은 가뜩이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큰 재정적인  부담을 떠맡게 되는 일이다. 북한은 핵포기의 대가로 막대한 경제적 지원을 요구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그 상당한 부분이 한국에게 지워질 것으로 걱정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전혀 부담을 하지 않고 한국과 중국, 일본 등 주변국들이 분담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말한 적이 있다. 협상 주도국이면서 큰 나라의 지도자가 취할 태도는 아니라는 한국인들의 비난을 트럼프 대통령은 귀기울여야 할 것이다. 

한국은 지금 국가적으로 매우 엄중한 담판을 가슴 졸이며 관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어떤 합의를 이루느냐에 따라서 안보와 경제에 큰 분수령을 맞게되기 때문이다. 지정학적으로 강대국들에 둘러싸여 있는 운명의 큰 바퀴가 다시 돌려고 하고 있는데 현실과 역사를 주도하지 못하고 멀리서 안타까워 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에 속지 말고 바가지도 안 쓰면서, 평화와 통일염원, 번영을 누릴 수 있게 되기를 기원하면서.

송장길(언론인·수필가)  womaneconomy@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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