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8.12.17 월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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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식회계 입증 vs 반박 '스모킹건' 싸움··금감원·삼성바이오 17일 대결양측 공방 벌이는 '대심제'로 감리위원회 열려...'기업가치 뻥튀기' '콜옵션' 등 쟁점
금융감독원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17일 금융위원회 감리위원회에서 분식회계를 둘러싸고 법정공방을 방불케 하는 치열한 대결을 벌인다. /여성경제신문 자료사진

금융감독원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드디어 한판 붙는다. 금융감독원은 분식회계를 입증할만한 결정적 증거(스모킹 건)를 제시해야 하고, 삼성바이로로직스는 분식회계가 적법하게 진행됐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여부를 놓고 그동안 장외에서 벌였던 '신경전'이 17일 '장내'로 자리를 옮긴다. 금융위원회 감리위원회를 열어 쟁점에 대한 양측 주장과 반박을 듣고 판단을 내린다. 특별감리를 벌인 금감원이 공격수로 등판하고 삼성바이오는 방어에 나선다. 

그러나 감리위도 '예선전'이기 때문에 감리위 자문 의견을 듣고 실제 조처를 내리는 증권선물위원회에서 다시 '본선'을 치른다.

증선위 조치 결과에 따라 금감원이든 삼성바이오든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금감원이 무리한 감리 결과를 내놓은 것인지, 삼성바이오가 회계질서를 어지럽히는 부정을 저지른 것인지 시장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삼성바이오에피스 가치 '뻥튀기'했나

14일 서울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주최로 열린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홍순탁 회계사·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이 발언하고 있다.

1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번 사안의 핵심 쟁점은 삼성바이오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되기 한해 전인 2015년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 가치를 부풀렸는지 여부다.

금감원은 지난 1일 삼성바이오에 대한 특별감리를 완료하고 “회계처리 위반이 있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과 참여연대가 삼성바이오에 대한 분식회계 문제를 제기하자 금융 당국이 이런 감리 결과를 내놓은 것이다. 

금감원은 삼성바이오와 외부 감사인인 삼정‧안진 회계법인에 조치사전통지서를 통보했다. 조치사전통지서란 금감원 감리 결과 조치가 예상되는 경우 증권선물위원회에 감리안건 상정을 요청하기 전에 위반 사실과 예정된 조치 내용 등을 안내하는 절차다.

2016년 11월 상장한 삼성바이오는 2011년 설립 이후 계속 적자를 내다가 상장 직전인 2015년에 돌연 1조900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이 때 삼성바이오가 자회사인 에피스를 '관계사'로 돌리고 에피스의 기업 가치를 장부가액에서 공정가액(시장가)으로 평가해 흑자로 전환한 점이다. 금융 당국은 삼성바이오가 고의로 분식회계를 위해 에피스의 기업 가치를 변경한 것으로 보고 있다.

통상적으로 회사가 다른 회사에 대한 지분을 50% 이상 갖고 있는 경우 ‘자회사’로 분류하는데도 불구하고 에피스의 94.6% 지분을 갖고 있는 삼성바이오는 에피스를 ‘관계사’로 분류했다.

자회사에서 관계사로 변경하게 되면 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라 회사가 투자한 금액을 반영한 장부상 가치가 아니라 시장 가액으로 환산한 기업 가치를 회계장부에 기록할 수 있다. 

2012년 미국 바이오젠과 3300억원을 투자해 에피스를 공동 설립한 삼성바이오는 에피스를 관계사로 분류한 후 이를 회계장부에 반영하면서 에피스의 시장가액인 4조8000억원을 통해 흑자를 냈다.

한국거래소가 삼성바이오 상장 직전에 적자가 있더라도 시가총액 6000억원, 자본금 2000억원 이상일 경우에는 상장할 수 있도록 상장기업 심사 규정을 개정한 점도 의혹을 낳고 있다. 4년간 적자였던 삼성바이오의 상장을 돕기 위해 상장 조건을 때 맞춰 완화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삼성바이오는 즉각 금감원 조치에 반발했다. 조치사전통지가 공개된 바로 다음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외부 전문가와 협의해 국제회계기준(IFRS)을 충실히 반영한 결과로 분식회계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감리위에서 적극적으로 소명하고 필요하면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도 표명했다. 삼성바이오는 15일에는 금감원에 회계처리 규정 위반에 대한 구체적 근거를 알려달라고 공식 요청하기도 했다.

◆ 바이오젠 '콜옵션' 행사 가능성 있었나

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삼성바이오로직스 긴급 기자회견'에서 김동중 삼성바이오로직스 전무(가운데)가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심병화 상무, 김 전무, 윤호열 상무.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여부를 판단하는 또 다른 쟁점은 삼성바이오와 함께 에피스를 공동 설립한 다국적 제약사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다.

삼성바이오는 2015년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커져 회계처리 기준을 바꿨다는 입장이다.

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개발 성과가 가시화하자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커졌다고 판단해 에피스를 지분법 회사로 회계처리를 변경했다는 것이다.

현재 에피스 지분 5.4%를 보유한 바이오젠은 에피스 지분을 '50%-1주'까지 확보할 수 있는 콜옵션 권리를 갖고 있다. 실제로 콜옵션 권리를 행사하면 삼성바이오의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이 약해진다.

삼성바이오 김동중 전무는 지난 2일 기자회견에서 "2015년 말 감사인이 '(바이오젠의) 콜옵션에 대해 평가할 때가 된 것 같다'고 제안했고 회사는 아직 이르다고 판단했으나 외부 회계 전문가들이 모두 '콜옵션을 반영하는 게 좋겠다'고 조언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금감원은 삼성바이오의 에피스 지배력은 오히려 강화돼 갑자기 회계처리를 변경한 것은 일관성이 없다고 보고 있다. 삼성바이오의 에피스 지분율은 2012년 설립 당시 85%에서 현재 94.6%로 확대됐다.

또 삼성바이오가 2012년 바이오젠과 콜옵션 관련 계약을 맺었지만 공시하지 않은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회계처리를 변경한 2015년 감사보고서에도 별다른 언급이 없다가 2016년 감사보고서에야 바이오젠의 콜옵션 권리를 언급했다.

◆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 있나

처음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를 지적했던 참여연대는 14일 간담회를 열고 “이 모든 것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 승계를 위한 ‘큰 그림’이다”라고 말했다.

제일모직이 삼성바이오의 지분을 46.3% 소유하고 있었던 만큼 삼성바이오의 가치를 높여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하는 데 도움이 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2015년 7월 발표된 국민연금의 ‘제일모직‧삼성물산 적정가치 산출 보고서’에서 삼성바이오의 지분 가치는 회계법인 안진이 8조9400억, 삼정이 8조5600억원으로 평가했다.

제일모직의 지분을 고려하면 삼성바이오 전체 가치를 안진은 19조3000억원으로, 삼정은 18조4900억원으로 평가한 셈이다. 

이를 바탕으로 안진은 제일모직의 주당 가치를 15만890원으로 추정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적정 합병비율을 1대 0.38로 제시했고, 삼정은 14만6971원으로 환산해 적정 합병비율을 1대 0.41로 제시했다.

그러나 당시 두 회계법인과 함께 국민연금 의뢰를 받았던 국제 의결권자문기관 ISS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분 가치는 1조5200억원에 불과하다고 평했다. 이를 삼성바이오 전체 가치로 환산해도 4조원 수준이다.

홍순탁 회계사(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는 “안진과 삼정이 삼성바이오를 이례적으로 고평가 한 것이다”라며 “두 회계법인이 삼성바이오를 높게 평가하지 않았다면 위와 같은 합병비율 산정은 불가능 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홍 회계사는 “결국 삼성이 원하는 대로 모든 평가가 이뤄졌다”며 “삼성바이오가 고평가되고 이후 분식회계가 이뤄진 것 모두 삼성물산 합병비율을 정당화하기 위한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삼성바이오는 문제가 되는 회계처리는 2015년 말에 이뤄졌는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오히려 이에 앞서 같은 해 7월 진행된 것이어서 영향을 미칠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금감원은 삼성바이오에 이어 삼성물산에 대해서도 회계감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삼성바이오 분식회계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간의 연관성을 찾기 위한 게 아니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논란이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돼온 만큼 이번 사안이 이 부회장의 재판에 변수로 작용할 여지도 있다.

◆ '대심제' 감리위…시작 전부터 공정성 시비

이런 각종 의혹과 쟁점을 심의할 감리위는 이번에 대심제(對審制)로 열린다.

대심제는 분식회계 같은 회계부정이나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제재 과정에서 검사 부서와 제재 대상자가 동시에 출석해 일반 재판처럼 진행하는 것으로, 양측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그러나 첫 심의에 들어가기도 전에 공정성 논란이 불거졌다.

참여연대는 14일 기자간담회에서 김학수 감리위원장(증선위 상임위원)과 한국공인회계사회 위탁감리위원장을 감리위에서 배제할 것을 요구했다.

김 감리위원장은 2015년 삼성바이오가 상장될 수 있도록 규정이 개정되는 상황에서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장으로 재직해 역할을 했다는 이유에서다.

감리위 당연직 위원인 한국공인회계사 위탁감리위원장은 삼성바이오가 비상장사 때 한국공인회계사회가 감리를 한 만큼 연관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감리위 민간위원 중 한 명은 4촌 이내 혈족이 삼성 계열사에 근무하고 있다는 이유로 증선위에 회피 신청을 내 이미 감리위에서 배제되기도 했다.

하지만 증권선물위원장인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15일 "감리위원장의 자본시장국장 재직 당시 상장 규정 개정은 정당한 업무 수행이었고 한국공인회계사회의 감리는 무혐의로 종결됐기에 제척 이유가 없다"고 거부했다.

감리위원 명단과 심의내용 공개를 두고도 공방이 벌어지고 있는데 이 역시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참여연대는 "이미 명단을 공개하고 있는 증선위나 금융위와 비교할 때 감리업무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위해 명단과 이력을 투명하게 공개할 때 편익이 더 클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또 감리위 심의 과정을 녹취·보관해 향후 국회 등의 검증 대상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하지만 금융위는 감리위의 경우 증선위와 달리 자문기구로 명단 공개 의무가 없고 공개할 경우 공정성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다만 감리위 심의내용을 속기록으로 남기고 대외공개 여부는 향후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삼성바이오 주식을 보유한 개인 투자자들은 회사와 회계법인 등을 상대로 소송에 나선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한결 김광중 변호사는 “분식회계 논란과 관련해 피해를 본 개인 투자자들이 소송을 의뢰하고 있는 상황이다”라며 “아직 소송을 준비하는 피해자는 한 자릿수에 불과하지만 추가 신청을 받아 진행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48만8000원이던 삼성바이오의 주가는 분식회계 논란 이후 급락해 이달 4일에는 35만9500원을 기록했다. 15일 현재 주가는 37만7500원이다.

윤아름 기자  aruumi@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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