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8.5.23 수 23:21
  •  
HOME 스포츠·연예 공연 브라보! 브라바!
강혜명·최병혁·김소영···사운드·비주얼 완전체 합체 보여준 '가면무도회'[공연 리뷰] 실험적 독창적 무대 눈길...이회수 '현대적 시각 재해석 연출' 돋보여
라벨라오페라단의 '가면무도회'가 지난 4월 '제9회 대한민국 오페라페스티벌' 개막작으로 공연됐다. /사진제공=라벨라오페라단

2018년 4월27일 남북정상회담이 한창 진행중이던 시간에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는 라벨라오페라단의 '가면무도회'가 제9회 대한민국 오페라페스티벌의 문을 활짝 열었다. 역사적 순간과 함께 맞물린게 어디 이뿐이랴. 1948년 1월 엄동설한에 대한민국 최초의 오페라가 명동의 시공관에서 공연된지 70주년을 맞이하는 기념비적인 해이기도해서 페스티벌에 참여한 각 오페라단은 야심차게 준비했으며 그 열정과 공연에 대한 기대감 또한 상승됐다.  

◆ 사랑의 번민과 용서, 복수가 점철된 오페라

오페라페스티벌 개막작으로 무대에 오른 가면무도회는 18세기 스웨덴 국왕 구스타프 3세 암살사건을 모티브로 해 베르디가 19세기 중반에 작곡했다. 가면 뒤의 숨겨진 음모와 진실 그리고 사랑과 희생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가면이라는 것은 어떤 것을 감추고 또 감춤으로 인해서 결국 진실을 뱉어내게 되는 삶의 이중성을 표현하기도 한다. 가면무도회도 이중성의 대조(contrast)를 통해 삶의 다양성(variety)을 보여주고 있다. 이 오페라는 하나의 멜로이기 전에 정치성과 사회성이 짙은 드라마며 대서사시다. 기존의 비극적 여성 주인공을 내세운 소프라노 중심 오페라 형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남성 캐릭터를 탄생시킨 작품이기도 하다.

◆ 현대적 시각으로 재해석된 연출

라벨라오페라단의 '가면무도회'가 지난 4월 '제9회 대한민국 오페라페스티벌' 개막작으로 공연됐다. /사진제공=라벨라오페라단

가면무도회를 떠올리면 18세기 당시의 의상과 소품들로 가득한 유럽 무도회장을 연상한다. 전통적이고 일반적인 오페라에서는 정통성을 재현하고 무도회의 역동성과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줄것이라 상상하게 된다. 그러나 공연 뚜껑을 열어보니 라벨라오페라단은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심플한 의상과 무대를 구성했다. 뒷배경은 현대미술 구상작품처럼 복잡한 도형조각을 배치해 복합적이고 이중적인 극의 분위기을 전달했다. 즉, 사실적 배경이 아닌 추상적 형태와 절충하는 무대를 선보였다. 특히 1막2장의 이층구조 무대를 통해 1층은 지하에 있는 어두운 울리카의 집을 형상화했다. 상하 2층 구조를 통해 복합적인 심리묘사를 전달하려한 의도는 좋았으나 2층이 대부분 극적 인물들의 등퇴장용으로 사용된 것이 약간 아쉬웠다. 2막에서 사용된 3개의 뒷벽을 사선으로 설치해 울림의 공명을 최대한 활용했으며 인물들의 긴장감을 집약시키려고 했다. 이회수 연출가는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의 시스템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고민한 흔적이 역력해 보였다.  

◆ 사운드와 비주얼을 만족시키는 최선의 캐스팅

'가면무도회'는 27일부터 29일까지 사흘 동안 네차례 공연됐다. 29일 오후 4시 마지막 공연에서 아멜리아 역을 맡은 소프라노 강혜명은 3막 ‘Morro, ma prima in grazia(내 마지막 소원)’를 통해 감성적이고 호소력있는 소리와 더불어 메소드 연기를 아낌없이 보여줬다. 지휘와 오케스트라까지 장악하며 극을 이끌어 갔고 관객과도 호흡하는 집중력을 보여줬다. 레나토 역의 바리톤 최병혁은 리카르도에게 진정한 충정을 다하는 아리아 ‘Alla viva che t'arride(당신의 기쁨을 위해서라면)’를 단호하면서도 의지 굳은 목소리로 노래했으며, 3막에서 아내와 리카르도의 관계를 알게 된 뒤 흘리고 간 손수건을 붙잡고 ‘Eri tu(너였구나! 내 명예를 더럽힌 자가)’를 부를땐 섬뜩하면서도 증오에 찬 목소리로 변신해 1막과 대조적인 표현을 보여줬다.

울리카 역의 메조소프라노 김소영은 짧은 등장에도 불구하고 풍성한 저음의 목소리와 더불어 긴 여운을 남겨줬다. 오스카 역의 소프라노 정곤아는 발랄한 연기와 노래로 어둡고 정적인 극의 분위기를 활기차게 바꾸어주는 사이다 역할을 했다.

27일 첫날 공연에 리카르도 역으로 출연한 국윤종은 힘있고 폭발적인 에너지를 가진 테너다. 드라마틱하고 강렬한 사운드를 보여주어 총독의 캐릭터와 잘 연결돼 인상적이었으며, 오스카 역의 소프라노 한은혜는 청아한 음색으로 흠잡을데 없는 아름다운 목소리를 보여주며 극의 분위기와 감정을 잘 이끌었다.

지휘자인 실바노 코르시와 72인조 프리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첫날 공연의 부진한 사운드에서 벗어나 음악의 결정체를 만들어 냈다. 같은 포르테여도 훨씬 묵직하면서도 공간적인 느낌을 활용해 부드러우면서도 비극적 사운드를 토해냈으며 80명의 메트오페라합창단과 함께 그랜드오페라의 면모를 완성해 나갔다.

◆ 실험적이고 독창성있는 무대 추구

라벨라오페라단의 '가면무도회'가 지난 4월 '제9회 대한민국 오페라페스티벌' 개막작으로 공연됐다. /사진제공=라벨라오페라단

오페라는 고전적이고 예술적인 음악이다. 일반 대중은 구시대 낡은 음악이라고 단정지어버리며 오히려 대중적인 뮤지컬을 선호한다. 오페라는 음악과 텍스트가 정형화되어 있어 변형이 어렵다. 하지만 오페라가 현대인들과 함께 공생할 수 있는 절대적인 요소는 연출적 기법에 따라 성패의 요소가 결정된다. 라벨라오페라단은 자체 프로덕션의 개발을 끊임없이 추구하고 있으며 ‘믿고 보는 오페라’ ‘감동이 있는 공연’을 모토로 하고 있다. 이번에 우리나라 오페라단 처음으로 ‘리워드 펀딩 프로젝트’까지 시도해 2018년 국가브랜드 문화부문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예술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대중들에게 다가가려는 현실적이고 감성적인 노력이 돋보인다. 이러한 새로운 마케팅 방법이 앞으로 대한민국 오페라가 살아가는 돌파구가 아닌가 한다.

이강호 라벨라오페라단 단장은 한 인터뷰에서 “아날로그가 가진 늦음의 미학을 극대화시킨 예술작품의 하나로 오페라가 남아도 나쁘지 않다. 어느 도서관 한 켠에 꽂혀 있는 톨스토이나 세익스피어의 낡은 책이 정겨울 때가 있듯이 또는 그 문학적 가치를 지키고 있듯이 어쩌면 오페라가 공연 예술의 고전으로 남아 슬로우와 쉬어감의 미학을 관객에게 주어도 좋을 것이다”라고 그의 운영철학을 설명했다. 이것이야 말로 이 시대의 진정성있는 오페라의 존재이유며 가치가 아닐까. /신현민(오푸스필하모닉오케스트라 단장 겸 지휘자)

여성경제신문  womaneconomy@seoulmedia.co.kr

<저작권자 © 여성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여성경제신문의 다른기사 보기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