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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장길 칼럼] 주한 미군 철수론의 유독성
  • 송장길(언론인·수필가)
  • 승인 2018.05.03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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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 외교안보특별보좌관이 지난 4월 26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 메인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논의방향과 북미정상회담에 미칠 영향 3차 토론회'에서 답변하고 있다.

에치슨 미 국무장관이 1950년 1월 12일 미상원외교위원회 비밀회의에서 미국의 극동방위선은 타이완 동쪽에서 오끼나와 까지로 이어진다고 밝히면서 한국과 타이완, 인도차이나가 제외됐다. 에치슨 라인의 설정이었다. 이는 미국이 이 지역에서 완전히 손을 뗀다기보다 직접 개입을 피하고 자국들이 방어노력을 벌이는 동안 유엔을 통해 지원한다는 포석이었다. 그럼에도 김일성의 오판을 불러 5개월 후 엄청난 비극을 낳은 남침의 구실이 되었다.  

주한 미군의 철수론은 그보다도 더 심각한 파급효과를 낳을 유독성이 있다. 주한 미군은 한미동맹의 린치핀이며, 한국 안보의 보루고, 미국의 아시아 전략의 전초이기 때문이다. 주한미군은 에치슨 라인처럼 해상 위의 보이지 않는 선(線) 정도가 아니라 강력한 군사력의 실제 주둔에 의한 억지력이기 때문이다. 미군 2만8500여명의 한국 주둔은 한반도와 동북아의 안정을 틀어주고 있는 상징적인 안전핀이다.

주한 미군은 한국전쟁 당시에 낙동강까지 밀려 한국의 운명이 백척간두에 처했을 때 구원투수였음을 우리는 잘 기억하고 있다. 그 후에도 북한은 물론, 소련과 중국 등 북방 공산주의의 팽창을 막아주는 든든한 방어막과 핵우산이 돼 한국의 번영을 담보했음도 잘 알고 있다. 지금도 주한미군이 한국에 상주하므로서 유사시에 세계 최강의 미국이 자동 개입하게 돼 있지 않은가. 만일 한국군이 자위능력을 충분히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조기경보시스템과 전술핵, 전략무기 등 최첨단무기를 활용할 수 있는 미군이 한반도에서 소개(疏開)하면 한국의 안보는 그만큼 약화돼버린다. 더구나 북핵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누구를 위하여 주한미군을 철수하란 말인가?

북핵문제가 심각성을 날로 더해가다가 다행히 남북정상회담과 미북정상회담으로 이어져 비핵화가 논의될 수 있었던 것은 트럼프 미 대통령의 군사적인 강공 드라이브와 제재에 힘입은 바 크다. 그런 각축의  와중에 만일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의 존재가 없었다면  한국쪽에는 사태가 어떻게 전개됐을까? 아마도 한국은 먹이사슬이 됐을 가능성이 크고, 한반도는 북핵의 마술에 놀아났을지 모른다. 소름이 끼칠 정도다.

북한은 공격적인 대남전략의 하나로 줄곧 주한미군의 철수를 주장해 왔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은 중국몽을 내세워 패권주의를 들어내고 있고, 러시아도 조지아와 우크라이나 등 주변국들에게 무서운 군사적인 힘을 행사했다. 이러한 북방의 으스스한 야심이 숨겨져 있든, 잠시 희미해져 있든 언젠가는 되살아날 개연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더구나 이들 세력이 냉전 이후에도 계속 끈끈한 유대를 유지하고 있어서 어떤 예기하지 못한 변수로 인해 한국전 당시와 같은 오판이 재발한다면 그 폭발력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전쟁의 발발이 아니라도 힘의 비대칭이라도 일어나면 모든 면에서 한국에 불리한 국면이 벌어지기 마련이다.

자주파나 남북평화주의자들은 주한미군이 철수함으로써 진정한 주권국가가 된다고 보는 듯하고, 북한과 북방국가들과의 관계에서 괄목할 발전이 있을 것으로 믿는 듯하다. 또 통일을 위한 정지작업으로도 여기는 듯하다. 물론 국가는 주권을 확실하게  확보하고 있는 것이 이상적이다. 그러나 19세기에 풍미했던 보수적인 자주의 개념은 세계화와 지구촌 개념에 밀려 점차 희석되어가고 있고, 특히 안보에 있어서는 집단안보가 대세인 만큼, 한국의 지정학적 특수한 상황에서 현실을 도외시하는 자주적 안보 프레임의 고집은 바람직하지 않다. 힘의 공백을 자초하는 격이다.

미국이 주한미군 때문에 한국의 내정간섭이나 주권을 침해하는 조짐도 없고, 중국의 패권을 견제하는 전략적인 역할외에는 무슨 이득을 보지도 않는다. 오히려 한국은 세계의 리더인 미국을 동맹으로 두어서 국제활동이나 경제적으로 큰 도움을 받아왔고, 앞으로도 동맹관계의 강화로 서로 도움이 될지언정 손해를 볼 일은 없을 것이다. 한국은 다행히 미국을 우방으로 삼고있어서 안보를 굳게 지켰음은 물론, 초기에 수출입국의 대상으로 진출했고, 기술을 배웠으며, 앞으로도 중국과 함께 가장 큰 수출시장이 될 것이다. 미국의 글레를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은 명분도 실익도 없는 일종의 도그마에 불과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문정인 안보특보의 미군철수 언급에 대한 경고조치는 당연하다. 문정인 특보가 포린 어페이어스(Foreign Affairs) 기고문에서 “남북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주한미군의 지속적인 주둔이 정당화되기 어려울 것이다”라고 주장한 것을 대통령이 대변인을 통해 진화한 모양새다. 청와대는 주한미군은 한미동맹의 문제로 평화협정과는 관련이 없다고 차별화했다. 임종석 비서실장도 문정인 특보에게 전화를 걸어서 대통령의 입장과 혼선이 없도록 하라고 질책했다고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문정인 특보의 발언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경고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한국의 대통령이 원하면 주한미군은 철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가 진화를 당한 바 있고, 평창올림픽에 즈음해 한미 군사훈련의 축소를 언급했다가 경고를 받은 적이 있다. 문제는 그가 여러 차례 돌출 발언을 해도 학자의 사견이라는 정도의 두둔을 받았지 퇴출되지 않고, 오히려 시간이 흐른 다음에 보면 그의 발언이 현실로 나타나곤 했다는 점이다. 문정인 특보가 정권의 촉수로서 이미 정해진 사안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예민한 문제를 사전에 흘린다는 지적도 있는 이유이다. 

문정인 특보의 언급이 청와대의 의도를 사전에 흘려보는 방편이라면 주한미군 철수가 현실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나라를 경악시킬 중차대한 일이다. 어찌보면 한국안보에는 북핵문제보다 더 큰 현안일 수 있다. 이는 진보나 보수라는 이념의 문제도 아니고 정쟁의 문제도 아니다. 일부 자주파의 문제도 아니고 어떤 세력의 문제도 아니다. 국가 안보가 걸린 문제이고 나라의 명운과 관련이 있는 문제다.

다행히 문재인 대통령이 일단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음은 평가할 만하다. 좀 더 국가의 장래를 바라보는 시각에서 바른 자세로 판단하면서 논의의 확산을 차단해야 한다. 가랑비에 옷 젖듯이 자꾸 인구에 회자되면 여론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 이런 문제는  여론전을 벌여서는 곤란하다. 대통령과 여권은 입장을 더욱 분명히 하고 부작용이 일지 않도록 신중하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 

주한미군은 한국의 안보와 한반도, 동북아, 나아가서 세계의 안정에 기여하는 평화의 안전판 같은 존재로 남아있기를 대다수 한국인들은 바라고 있을 것이다.             

송장길(언론인·수필가)  womaneconomy@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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