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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온] 인천공항 사장의 청첩장
정일영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최근 아들 결혼식 청첩장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정 사장이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공식 개장일인 지난 1월 18일 새벽 마닐라에서 대한항공(KE624편)을 타고 4시20분에 도착한 승객에게 축하 꽃목걸이를 걸어주고 있다.

제보를 받고 현장에 나가 취재를 하다보면 가끔 허탕을 치거나 발품만 파는 경우가 있다.

정일영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아들의 결혼식에 청첩장을 남발하고 있다는 독자 전화를 받았다. 사실이라면 요즘의 사회 분위기에서 놀랄만한 일이다.

혼사 전에 인천공항 홍보실에 전화를 걸어 청첩장을 마구 뿌렸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것이 진짜인지 물었다. 혹시 회사 차원에서 하객 동원에 나선 것 아니냐는 뉘앙스도 포함되어 있는 질문이다.

홍보 담당자는 “사장 아들의 결혼식을 공지한 적이 없고 임직원 대부분도 혼사를 몰랐다"면서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기 때문에 이 문제는 회사가 해명할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주 모법적인 답변이다.

그래도 확인은 해야 했다. 그래서 지난 6일 오후 직접 결혼식장에 가봤다. 혼주와 악수하며 열심히 얼굴 도장을 찍거나 축의금 봉투를 내려고 몇십m 길게 줄을 선 모습을 은근 기대했지만 그저 보통보다 조금 더 사람이 많았을 뿐이다.

그나마 눈에 띄는 것은 국토교통부, 인천국제공항공사 노동조합, 대한건설정책연구원, 한국수자원공사, 롯데면세점 등에서 온 결혼 축하 화환 정도였다.

그러면 왜 이런 제보를 했을까 의문이 생겼다. 청첩장을 얼마나 보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오랫동안 연락 없이 지냈던 사람, 정작 가깝다고 생각지도 않는 사람들에게까지 아들 결혼 소식을 알린 게 문제의 발단인 것 같다.

청첩장을 받은 일부 사람들은 “한참동안 교류가 없었는데 갑자기 아들이 결혼한다고 알려와 많이 당황했다”라며 “높은 자리에 있는 분이 굳이 퇴직한 나에게까지 보낼 필요가 있었을까요”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또 다른 사람은 "공공기관의 수장이라면 요즘은 조용하게 혼사를 치러야 하지 않겠느냐”며 “평소 친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느닷없이 청첩장을 보낸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사회 지도층으로서 품격 있는 행동은 아닌 것 같다"고 꼬집었다.

좋은 소식은 널리 알려야 한다는 정 사장의 생각은 십분 이해하지만 제법 많은 사람들이 청첩장을 썩 달가워하지 않은 것이다. 평소 왕래가 잦아 흉허물 없이 지낸 사람들이라면 기꺼이 축하할 일이지만 평소 서먹한 관계인 사람에게까지 결혼 소식을 알린게 구설수에 오른 것이다.

어쨌든 김영란법 시행 이후 공공기관장들은 조직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해 최대한 몸을 낮추고 있다. 특히 애경사에서 더욱 그렇다.

그런 측면에서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정 사장의 행동은 쥐도 새도 모르게 비밀결혼식을 하는 다른 기관장들의 몸가짐과 분명 비교된다.

정 사장은 지난 2016년 2월 취임했다. 임기는 2019년 1월까지다. 본인이 싫든 좋든 박근혜 정부 사람이라는 꼬리표는 어쩔 수 없다.

그런 정 사장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지난해 5월 12일,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사흘만에 인천공항공사를 방문했다.

정 사장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라는 문재인 정부 1호 역점사업에 잽싸게 코드를 맞춰 인천공항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선언한 것이다.

소방대·보안검색·보안경비 3000여명은 공사가 직접고용하고 7000여명은 2개 별도법인을 설립해 고용하는 방식으로 1만여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겠다는 계획이 현재 진행되고 있다.

그동안 골치 아펐던 면세점 계약도 해결 상황에 진입했다. 오랫동안 줄다리기를 하던 인천공항 1터미널 임대료 갈등이 큰 고비를 넘겼다. 롯데, 신라, 신세계 등 3개 대기업이 모두 임대료 조정에 합의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면세점 문제 해결’ 등에서 보여준 정 사장의  예리한 눈치가 아들 결혼식에도 그대로 적용됐다면 불필요한 오해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이는 평소 주변에 신뢰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탓에 발생한 문제일 수도 있다. 그간에 그가 보여온 처신 때문에 생긴 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양혜원 기자  yhwre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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