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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장길 칼럼] 남북 정상회담의 기대와 우려
  • 송장길(언론인·수필가)
  • 승인 2018.04.09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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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 위원장인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한 위원들이 지난 6일 판문점 현장 점검에 나서 군사정전위 회의실을 둘러 보고 있다. /사진제공=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은 오는 27일 판문점에서 열리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의 회담에 몰두하고 있을 것이다. 그일 외에는 평상적인 일정만 소화할 뿐 다른 굵직한 정책이나 정치에는 매달릴 형편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 만큼 '평화의 집'에서의 담판은 국가에게나 대통령에게나 국제적으로나 절호의 기회이자 중차대한 일임에 틀림 없다.

남북 정상회담에 기대가 큰 것은 천재일우의 남북 최고지도자 회합인 만큼, 북핵을 비롯한 난제들을 단숨에 해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만남 자체에도 일응 의미가 있지만, 최고 결정권자들이 거침없이 큰 결정을 내리고 세부사항은 실무선에서 협의하는 하향방식(Top Down Way)이므로 북핵 등의 정치적 결단에 희망을 거는 것이다.

비핵화 등 남북문제는 팽팽한 적대관계가 지속되는 가운데 얽힌 중환이어서 외교적으로나 군사적으로는 풀기 힘들다. 북한은 결코 비핵화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북핵위기가 최고조에 이른 시점에 김정은이 데탕트의 손을 불쑥 내밀어서 기대감을 폭발시켰다. 정치는 일반상식을 뛰어넘어 백지에 그림 그리 듯이  일거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비장의 마술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과거에 북한이 유화의 손짓으로 핵폐기 협정까지 맺고서도 두번씩이나 파기한 악연이 있어서 회의적인 견해도 많다. 핵개발의 시간만 끌다가 또다시 배반하리라는 비관이 높은 것이다. 그러나 국제사회가 뻔히 알면서 세번까지 속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CVID, 즉 완전하고 돌이킬 수 없으며 검증 가능한 핵폐기 요구를 굽히지 않을 것이며, 북한도 이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북한이 중국의 동조를 얻어 단계적이고 동시적인(Phased and Simultaneous) 해결을 고집한다면 협의는 한 발자국도 못 나가고 교착될 것이다. 그것은 김정은이 내민 화해 몸짓의 끝을 의미하고, 북핵 긴장의 고통스런 회귀를 뜻한다. 북한은 다시 미국의 선제공격과 참수작전의 불안에 떨어야 하고, 제재로 인한 기아와 경제적 발작에 몰릴 것이다. 미국은 본토에까지 북핵의 사정권 안에 들어가는 사태를 절대로 용인하지 않을 것이다.

김정은이 새 판국의 정치에 눈을 떴다면 스스로 언급한 대로  선대의 유훈을 내걸고 비핵화를 표방하면서 한꺼번에 많은 것을 보상받으려 할 수 있다. 핵을 매개로 해서 체제를 보장받고, 경제적 강성국가의 기초를 얻는다면 베팅을 할만 하다고 여길 것이다. 체재는 미국과의 수교와 평화협정으로 보장받으려 할 것이고, 경제적으로도 주민생활의 개선과 인프라(Infrastructure)투자를 위한 상당히 큰 지원을 요구할 것이다. 핵을 포기할 충분한 명분과 실리를 챙기는 것이다. 

김정은은 2013년부터 지난 해와 올해의 신년사에까지 줄곧 인민의 생활 향상과 경제강국을 외쳐댔다. 핵 보유도 강조했지만 경제적 궁핍을 벗어나려는 갈급함이 레토릭 수준을 넘어 절절히 묻어난다. 김일성이 상하이를 방문한 자리에서 “천지개벽”이라고 놀라워한 중국의 부국을 얼마나 부러워하겠는가. 이제 핵을 고집하면 파멸이 기다린다는 현실에 맞닥들인 그가 핵을 포기하고 그만한 대가를 받아 새 국면을 맞을 수 있다는 데 착상했을 여지는 충분하다. 김정은이 핵의 포기를 체재보장-경제보상과 교환하려는 숨은 의도가 있다면 필경 그 배경에 중국식 번영의 의지가 있지 않을까? 김정은이 김씨 왕조의 후광을 빌어 정권을 다졌다면, 이제 내부 통치에 자신감을 얻고 김정은 표의 정치를 펼치려면 그 길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의 평화의 집 정상화담의 전략은 그 씨눈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김정은의 숨은 목표를 단순화해보면 체재보장과 보상이다. 줄다리기와 밀당은 과정이고 핵심은 아니다. 당당하면서도 상대의 정곡과 의표를 찌르는 협상력이 거기에 집중돼야 한다. 만일 김정은의 행보가 빗나가면 북한의 미래를 제시하며 설득과 포용으로 바로잡아가야 한다. 의제가 비핵화에서 벗어나면 회담은 실패하고, 빛 좋은 개살구가 되고 만다. 상대가 있는 협상이라 해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 다행히 김정은의 입장은 돌파구를 찾는 듯한 인상을 주므로 결과는 일단 긍정적으로 보인다. 

김정은이 시진핑 주석과 만나서 단계적, 동시적 해결을 언급했다고 전해진 뒤  청와대 고위층이 단번의 해결은 불가하다고 언급하고,  외교부 장관이 폭 넓은 의제를 밝혀 CVID 방식을 희석시키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미국이 CVID 방식에서 물러나지 않을 터인데 우리 쪽에서 엇박자를 낸다고 해서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북한을 너무 의식하는 그런 행태는 모처럼의 대화 분위기를 깨는 파탄의 전조밖에 의미가 없다. 북의 의도 대로 북핵에 시간을 주면 한국과 미국의  안보는 벼랑 끝으로 몰린다. 강경화 외교장관의 말대로 의제가 북핵 외의 다른 문제로 다양화할 경우에도 초점이 흐려질 우려가 있다. 회담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노력은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산가족상봉과 개성공단 재가동, 금강산 관광 재개, 그리고 인도적 지원, 문화와 스포츠 교류 등도 북의 사과를 받고 푼다면 적지 않은 성과가 될 것이다. 그러나 가장 우선적인 어젠다는 역시 북핵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

북핵문제를 미국과 북한 간의 문제로 미루는 시각이 있으나 그렇게 떠넘길 사안은 아니다. 우리의 안보와 직결돼 있는 만큼, 한미가 공동전선을 펴서 기필코 해결해야 할 우리의 문제다. 남북 정상회담에서 반드시 비핵화의 원칙을 합의해서 미국의 동의를 얻어내는 순서가 옳은 방향이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비핵화의 미국 측 입장인 CVID와 북한 측의 단계적·동시적 타결을 어떻게 접근시키느냐 하는 것이다. 민감하지만 지도자들이 진정으로 타협의 의지만 있으면 두 입장을 결합시키는 방법을 찾으면 된다.

하나의 가능한 시나리오를 가상해 보자. (1)먼저 완전한 핵동결과 비핵화에 합의 선언을 하고 (2)북한은 NPT(핵확산방지조약)에 즉시 복귀하고 (3)북한은 IAEA(국제원자력기구)의 핵사찰을 즉시 허용한다.(여기까지면 CVID의 원칙적인 효과가 담보된다) (4)북한 핵시설의 개별적 폐기와 상응한 지원(리비아 식의 절충형)을 한다. 이는 북한이 주장하는 단계적·동시적 보상을 수용하는 효과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 정상화에 앞서 각계 원로들과 전문가들을 초청해서 의견을 듣고 있다. 바람직한 행보다. 안보문제는 대통령과 정부 여당이 독점할 사안이 아니므로 국민의 동의를 얻어 추진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 의미에서 국민의 의사가 수렴되는 국회와 정당의 의견을 존중하는 일도 소흘하면 안 될 것이다.   

송장길(언론인·수필가)  womaneconomy@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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