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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장길 칼럼] 트럼프와 김정은의 2라운드
  • 송장길(언론인·수필가)
  • 승인 2018.03.12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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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후 청와대에서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 등 대북특사단원들에게 미국 방문 결과를 보고 받고 있다. /사진제공=청와대

제1 라운드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판정승이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남북 정상회담과 미북 정상회담을 제의한 것은 군사적으로, 경제적으로 극도의 위기감에서 궁여지책으로 내민 화해의 몸짓이기 때문이다. 감춰진 노림수가 있다든지, 회담이 파탄날 것이라는 우려가 없지 않지만, 테이블에 앉는 일 자체가 북한이 다급해서 내놓은 카드이므로 제 1차 시기는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하는 비핵화로의 결말이 난 것이다. 그 결과 우선 추가 핵·미사일 실험은 이미 중단됐다.

일단 던져진 카드를 되돌리기는 어렵다. 세계의 눈이 부릅뜨고 감시하고 있고, 도로 돌아가기에는 북한의 사정이 너무 긴박하다. 만일 북한이 회담을 깬다면 가뜩이나 불량한 신용은 더 거덜날 것이며, 미국과 국제사회의 제재가 가중돼 견딜 수 없을 것이다. 북한 주민들의 생계를 유지시키는 장마당이 현재까지도 이미 반토막이 났고, 앞으로는 경제의 발작이 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 전략무기의 한반도 전개에도 과민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 북한이 핵을 개발한 목적은 그 초보적인 시제품으로 미국과 한미동맹에 대결하고, 사용하기보다는 핵보유국으로 위세를 높이면서 협상 카드로 쓰겠다는 데에 의도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엄청난 저항에 부딪혀서 활용도 못하고, 협상도 못하면서 희생만 감수하게 되는 엄연한 현실을 깨달았을 것이다.

제2 라운드의 대회전이 어떻게 진행될지에 대해 미국 조야의 걱정과 부정적인 지적이 높게 들린다. 전직 안보 관리들과 전문가, 워싱턴 포스트와 월스트리트 저널, CNN 등 미국언론은 북한의 표변 가능성과 핵 검증의 어려움을 집중적으로 우려한다. 북한이 1994년 제네바 협정과 2005년의 6자 회담 합의를 팽개치고 몰래 핵을 개발한 편력이 있어서 더욱 의구심을 낳고 있다. 핵 탄두와 미사일은 물론 핵 원료와 재처리 시설, 기술 인력 등의 검증이 쉽지 않음을 지적한다. 또 비밀 프로젝트 유무와 재개발 방지 장치도 걱정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장래도 좌우될 중요한 숙제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세가라기보다 협상(Deal)으로 대성한 기업인 출신 정치가다. 기업인은 모든 사물을 상품으로 보고 수익성으로 판단한다. 트럼프 정부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 폐기(CVID)를 공언했기 때문에 그런 완벽한 상품이 아니면 분명히 수용하지 않을 것이다. 미흡하면 정치적 후유증도 만만치 않을 것이며,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의 악재로도 작용할 것이다. 성공하면 대박이고, 실패하면 재선도 어렵다는 것을 트럼프 대통령은 잘 알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북 정상회담을 선뜻 받아들인 배경에는 비핵화에 대한 김정은 위원장의  양해가 전달되었음이 감지된다. 공개적으로는 김정은 위원장이 한반도의 비핵화가 선대의 유훈이라고만 표현했지만, 그 정도로는 트럼프 대통령의 빠른 결단을 끌어내기에는 부족했을 것이다. 정의용 특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한 김정은 위원장의 은밀한 메시지가 무엇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매우 진전된 제안임에는 틀림없다. 회담 장소는 김 위원장이 방북을 초청했지만 평양 방문은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부담스러울 것이며, 남북정상이 만나는 판문점이 유력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은 나라를 통째로 쥐락펴락하는 통치에 길들여진 인물이다. 35살의 젊은 나이에도 ‘수령에게는 실수가 없다’는 식의 절대적 통제력을 움켜쥐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예상치 못한 놀라운 패도 구사할 수 있다. 그의 발등에 떨어진 난제는 굶주림에 고생하는 주민들과 지지세력을 다독이는 일, 그리고 안전의 불안을 해소하는 일이다. 그걸 담보하기 위해 어떤 묘수라도 던질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의 대가로 요구할 리스트는 북한의 지속적인 주장으로 미루어 보아 대충 알려져 있다. 한미 군사훈련의 중지와 주한미군 철수는 북한이 줄곧  주장해왔으나, 정의용 특사의 전언으로는 김정은 위원장이 통 크게(?) 양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과 미국에게는 한미 동맹의 주요한 장치이므로 결코 양보할 수 없는 것이다. 그 대신에 북한에 대한 각종 제재를 풀어달라고 요구할 것이다. 이 문제는 비핵화의 진전에 따라 수용하는 데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북한이 가장 중점을 둘 요구 중 하나는 미국과의 수교일 것이다. 수교가 되면 적대관계가 해소되고 국제사회가 북한의 안전을 기본적으로는 담보하게 된다. 부수적으로 정전협정은 평화협정으로 바뀔 수 있다. 북한으로서는 천지개벽이고, 무려 65년 만의 변화가 될 것이다. 북한은 체제 붕괴를 두려워하지 않고 경제 살리기에 몰두 할 수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내부통치에 자신이 붙었다면 못할 일도 아니다.                                                      

북한의 다른 요구는 보상과 지원에 집중될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스타일과 북의 형편상 예상보다 큰 규모의 요구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이라는 국내정치적 입장으로 미루어 보면 상당한 수준을 한국에 떠넘길 가능성이 높다. 물론 주변 당사국들과의 협의가 진행되겠지만 제네바 협의를 복기하면 한국의 부담은 만만치 않을 것이며, 야권과의 협조 체제가 미흡해 국내의 설득에 어려움이 적지 않을 것이다. 한국은 북핵 분쟁이 미국에게도 크게 위협한 만큼 책임을 회피하지 않도록 외교력을 극대화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법률가 출신이어서 합리성에 익숙하면서도 대중의 정치에 힘입어 집권했다. 따라서 김정은 위원장과 대좌할 때 북한에 대한 국제 제재가 유지되는 상황을 의식해서 무리하게 획기적인 제안을 내놓고, 합의할 가능성은 적다. 우선 비핵화에의 의견 접근에 몰두하면 된다. 더하여 남북정상회담의 정례화에 합의하면 추후에 많은 일들을 논의하고 진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미북 합의와 김정은 위원장의 개방적인 태도에 따라서는 장차 북한의 인프라 건설과 철도 연장,  각종 기술지도 등도 대상이 될 수 있다. 박왕자 사건에 대한 김정은 위원장의 유감표명을 얻어내고 5·4 조치의 매듭을 푸는 데 합의할 수도 있을 것이다. 5·4 조치가 풀리면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은 재개의 계기를 맞고, 이산가족상봉도 다시 시작될 것이다. 다만, 지극히 유의할 점은 북한이 북핵의 해결을 계기로 남한의 남남갈등을 꾀하려는 대남전선을 강화할 가능성과 남한 내부에 박힌 종북세력의 준동이며, 이에 대해서 높은 경각심을 갖도록 해야 한다.

북핵 분쟁의 매듭은 정상회담이 열린다고 일거에 풀릴 쉬운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다행히 실무회담을 통해서 각론부터 따져나가는 형식이 아니라, 최종 결정권자들이 만나 정치적으로 굵게 타협하는(TOP DOWN) 방식이어서 예상외로 빠르게 진전될 수도 있다. 한미정상회담과 미북정상회담에 세계와 국민들의 기대가 쏠려 있다. 앞으로 두 달은 한국의 안보와 경제, 그리고 미래에 막중하기 짝이 없는 포석의 시기가 될 것이다.

송장길(언론인·수필가)  womaneconomy@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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