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8.12.13 목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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칵테일바에서 1m 빨대 물고 뻐끔뻐끔 ···금연규제 비웃는 물담배이태원·강남·홍대 일대 술집서 유행···니코틴 함량 등 표시없어 불법이지만 단속은 뒷전
7일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에 위치한 후카바 에서 한 손님이 물담배를 즐기고 있다. /양문숙 기자photoyms@seoulmedia.co.kr

“몸에 해로울 것 같진 않아요. 그냥 재미로 피우는 거죠.”

7일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에 위치한 어느 칵테일바. 어두운 계단을 따라 지하로 내려가 출입문을 열자 일본식 다다미를 테마로 꾸민 홀 내부에는 뿌연 연기로 자욱했다.

이곳을 방문한 이들은 각기 다른 테이블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형형색색의 긴 항아리와 연결된 1m정도 돼 보이는 호스 끝을 연신 빨아대며 하얀 연기를 내뿜었다.

최근 20~30대를 중심으로 물담배가 인기를 끌고 있다. 후카 혹은 시샤 등의 명칭으로 불리는 이것은 아랍권에서 주로 피는 흡연 도구를 말한다. 항아리처럼 생긴 담배통 바닥에 담은 물로 담배 연기를 걸러 빨아들이는 방식이다. 국내에는 지난 2000년대 초부터 이태원, 강남, 홍대 일대에 물담배 체험을 테마로 내세운 이색 카페와 주점이 우후죽순 들어섰다.

이들 업소는 SNS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후카의 가격은 바에 따라 1만~3만원. 이용시간은 대략 30분정도 한다. 복숭아·딸기·파인애플·레몬 등 다양한 과일 맛으로 구분돼 있어 흡연자뿐만 아니라 비흡연자 사이에서도 이색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연기를 내뿜을 때마다 과일향이 은은하게 퍼져 남성뿐 아니라 여성들 사이에서도 반응이 좋다. 

칵테일바 관계자는 "후카는 술과 함께 가장 많이 찾는 이곳의 단골메뉴다"라며 "취향에 따라 과일을 선택해 이벤트처럼 가볍게 즐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후카를 찾는 이들 대부분이 물담배의 유해성에 대해 크게 인지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일종의 놀이문화처럼 휴대폰을 꺼내 인증샷을 찍기도 하고 호스를 주고받으며 가볍게 즐기는 분위기가 연출됐다.

바에서 만난 대학생 A씨는 "이색 데이트 장소를 물색하다가 블로그 후기를 통해 후카를 알게 됐다"며 "비흡연자라 담배 냄새에 굉장히 민감한데도 불구하고 이것은 과일향이 나서 부담 없이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학생 B씨도 "술만 마시는 것보다 후카를 피우며 노는 것이 더 재미있다"며 "과일향이 나서 그런지 몸에 해로운지도 모르겠다"고 거들었다.

7일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에 위치한 후카바에서 한 손님이 물담배를 즐기고 있다. /양문숙 기자photoyms@seoulmedia.co.kr

그러나 이들의 생각과 달리 물담배는 일반 담배만큼이나 몸에 해롭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미국 코넬대학교 연구에 따르면 물담배 흡연자는 일반 담배 흡연자보다 니코틴에 2~4배, 일산화탄소에 11배 더 노출된다.

영국 보건부와 담배통제협력센터 연구팀 조사결과의 경우에도 “10mg의 물담배를 30분 동안 피울 경우 일반 담배 한개비를 피울 때보다 체내 일산화탄소 농도는 뇌손상과 의식 불명의 상태까지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물담배의 특성상 파이프를 공유하기 때문에 결핵이나 헤르페스감염증 등의 전염병에도 쉽게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을 꼬집는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 관계자는 "물담배의 발암물질이나 독성화학물질이 물로 걸러진다는 소문이 있는데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2015년 신종담배 연구 결과에 따르면 물담배 흡연자의 폐암발생 위험은 비흡연자에 비해 6배나 높았으며, 물을 통해 걸러진 담배연기는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잠재적인 위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에서는 니코틴을 함유한 모든 담배의 실내 흡연을 금지하고 있다. 지난 2015년 국민건강증진법 확대 시행에 따라 일반적인 궐련 담배뿐 아니라 전자담배, 물담배 등 모든 형태의 담배가 실내 금연대상에 포함된다. 업장 내 흡연은 환기 시설을 갖춘 흡연 부스에서만 가능하다.

그럼에도 이곳 칵테일바에서는 간판에 ‘후카바’ 라는 단어를 버젓이 앞세워 영업을 전개하고 있었다. 칵테일바 관계자는 “물담배는 담배 연초와 설탕이 주원료지만 니코틴은 들어있지 않다”는 아이러니 한 답변을 내놓았다.

이 외에도 유해성을 감지할만한 어떠한 경고 그림이나 문구가 없어 사태는 더욱 심각했다. 지난해 담뱃갑 포장지 경고 그림과 문구 표기가 의무화 됐지만 물담배의 경우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담배사업법상 담뱃갑의 포장지에 ‘금연은 해롭다는 내용이 명확하게 표현된 경고문구’ 표시와 함께 니코틴과 타르를 표기하도록 돼있는데 물담배의 경우에도 니코틴 용액의 용량을 표시해야 한다”며 “담배사업법상 담배라는 카테고리에 포함되지 않으면 유해물질이 있더라도 이를 회피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또한 이런 매장들에 대한 보건당국의 단속이 쉽지 않다는 문제점도 있다. 음식점 내 흡연 단속 등을 전담하는 금연지도원들은 지난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활동해 나가고 있다. 전국 보건소당 3명씩 총 430여명의 금연지도원이 배치돼 있다. 그러나 인력과 시간이 부족 등으로 인해 다 돌아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 관계자는 “물담배는 일반 담배와 달리 과일 향으로 가려져 유해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흡연 카페 등 새로운 흡연 문화가 무분별하게 생겨나는 만큼 적절한 규제를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라고 말했다.

임유정 기자  wiselim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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