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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장길 칼럼] 막다른 골목에 선 북한의 선택
  • 송장길(언론인·수필가)
  • 승인 2018.03.06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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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을 방문 중인 정의용 수석 대북특사가 5일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만나고 있다. /사진제공=청와대

모든 싸움은 끝이 있다. 하물며 강자와 약자 간의 힘겨루기가 한없이 계속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제 북한이 초강대국 미국이 이끄는 국제사회와 벌여온 북핵 분쟁도 긴 터널의 입구가 보인다.  

북한의 선택은 두 가지다. 하나는 끝까지 버텨서 핵보유국이 되는 험난한 곡예이고, 다른 하나는 핵포기를 전제로 협상에 나서는 넓은 길이다. 미국과 북한의 입장을 단순화해 보면 그 중간책은 없다. 남·북 접촉과 정상회담, 미·북 회담 등은 절차와 과정이고, 핵의 일시적 동결(Moratorium)이나 한미군사훈련연기 등은 비본질적인 가지일 뿐이다. 

핵보유로 한반도에서 힘의 우위를 누리겠다는 북한의 허망한 꿈은 미국의 역린을 건드린 탓에 역공을 당해서 깨어지기 직전이다. 미국은 완전하고도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CVID) 비핵화를 전제하지 않으면 테이블에 앉지 않겠다는 원칙에 흔들림이 없다. 평창의 남북 접촉 후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대화의 문턱을 낮춰달라는 요구를 하자  비핵화가 없는 대좌를 완강하게 거부했다. 미국은 주적이 된 북한의 미사일과 핵이 본토까지 위협함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태세다. 핵을 빌미로 적화통일까지 넘볼 가능성을 제거한다는 점에서 남한에게는 천만다행한 일이다.

북한은 또다른 고난의 행군에 들어섰다. 주민의 빈곤은 지극히 심화되고, 통치 수단이자 최강의 선전 매체인 인민일보의 발행 부수까지 줄여야 했다. 지난해에는 최대의 수출 품목인 석탄 생산량이 39%나 축소됐으며, 유일하게 매달리는 중국 수출이 66%까지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더 심각한 것은 계속된 미국과 유엔의 제재로 이제부터 더 견딜 수 없는 경제적 발작이 예상되고 있다는 것이다.

강경 일변도의 트럼프 대통령이 더 참기 어려운 제2의 규제를 명시적으로 공언했고, 해상봉쇄와 완벽한 제3자 제재(Secondary Sanction)가 가시권에 들어와 있다. 더욱 혹독한 제재로 북한을 기아의 섬 안에 고립시킨다는 고사작전이다.

미국이 첨단 전략무기와 항모를 전개시킨 대규모 무력시위를 벌이고 참수작전, 코피작전, 코마작전 등이 회자됨으로써 신변에 위협을 느낀 김정은의 동선은 지극히 제한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곤혹스런 처지가 된 것이다. 핵개발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를 피할 수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핵에 대한 태도 변화는 김정은의 신년사와 평창올림픽에 대표단을 파견하면서 감지됐다. 김여정의 방남과 남북정상회담 제의는 핵보유를 강하게 밀고 나가는 와중에는 나올 수 없는 유화책이다. 남한을 우회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도였다. 아직도 비핵화는 뜨거운 감자지만, 대화의 신호 자체가 어렵고 급격한 선회의 신호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단장으로 하는 서훈 국정원장 등의 방북 특사단이  근본적인 해결책을 들고 돌아올 가능성은 희박하고, 이르다. 그러나 비핵화를 비롯한 모든 문제를 의제로 다루자는 데에 의견을 모아도 일단 협상은 시작된다. 미국도, 북한도 대화를 전면 거부할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북한은 뾰족한 나무 꼭대기에 위험하게 앉아 있는 형국이므로 아무리 감추려해도 난국을 뚫어야 하는 긴박함 속에 속을 끓이고 있음이 역력하다. 미국은 한국정부가 무력사용을 반대하고 있을 뿐 아니라 국·내외적인 사후 후유증도 걱정이며, 북한이 공격받으면 자동 개입하게 되어 있는 중국의 압박도 걸릴 것이다. 중국이 미·북 분쟁에 개입하면 수출로 일어선 중국경제는 물론, 세계경제도 혼란에 빠진다. 미국은 지구촌 리더의 입장도 고려해야 하며, 최근에 불거진 러시아와의 핵확산 신경전과 날로 굴기하는 중국의 견제도 의식해야 한다. 

세계의 관심을 모을 북핵회담은 미·북회담이 되든, 남·북·미 3자회담이 되든 지루한 밀고 당기기가 오래 계속될 것이 뻔하다. 그러나 종착역은 비핵화가 될 것이다. 미국은 경수로를  건설하던 제네바 협의를 북한이 1997년에 파기한 전철을 들어 완벽한 보장을 요구할 것이며, 북한은 핵보유국 지위를 보장받으려 버티기식 몽니를 부릴 것이다. 다행히 중국과 러시아가 한 테이블에 앉지 않는다면 비핵화로의 결론 도출 가능성은 높아진다. 힘의 규모와 기술에서는 하룻강아지와 범의 싸움인 만큼 미국의 의도 대로 비핵화로 가되, 북한의 안보와 경제적 지원을 한·미가 약속하는 방향이 큰 그림이다.

북한이 주장하는 핵보유국 지위와 미국의 완전한 비핵화를 어떻게 접점을 찾아 충족시킬 것인가?  협상은 주고 받는 것이다. 난제를 풀려면 그만한 희생이 따른다. 회담장 안에서도 치열한 다툼과 타협이 일어나겠지만, 또 예상 못한 방책도 튀어나올 수 있지만 지금까지 양측에서 나온 주장을 추려서 대체적인 시나리오를 유추해 볼 수는 있다. 

*북한은 NTP에 다시 가입하고, 핵을 살상무기가 아닌 평화적 용도로 모두 바꾸어서 IAEA의 철저한 감시를 받는다.

*소요되는 모든 비용을 지원 받고, 개발비도 일부 보상 받는다. 

*한·미는 키리졸브를 유지하되, 병력과 장비가 동원되는 독수리 훈련은 유보한다.  

*미·북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5·4 조치를 해제하여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사업, 이산가족 상봉을 재개한다. 

*북한에 대한 보상은 국제사회에서 따로 협의한다. 

빈 회의 당시 “회의가 진척은 없고, 춤춘다”는 말이 있었듯이 국제협상은 어렵고 난해한 고차방정식이다. 국가들의 명운이 걸린 회담이 순조롭게 풀릴 리는 없겠지만, 남·북·미, 세나라가 모두 오랫동안 시달려 왔고, 이제는 견디기 어려운 레드 라인에 서 있는 만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이 패망하지 않기 위해서라면 타협을 선택해야 된다. 북핵의 긴장이 극에 달했음은 역설적으로 결말이 가까워졌음을 알리는 징후다. 

호랑이의 등을 타더라도 한국은 정신을 차려야 할 명심사항이 있다. 북핵문제의 해결이 미국의 관점에서만 논의되고 한국의 안보가 조금이라도 소흘이 다뤄지면 큰 일이다. 또 한·미 관계가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하며, 한·미동맹에 추호라도 금이 가서는 곤란하다. 아울러 경제적으로 한국의 부담이 크지 않도록 외교력을 최대한 발휘해야 하는 등등의 일들이 대통령을 비롯한 외교안보팀에게 주어진 무거운 짐이다.   

송장길(언론인·수필가)  womaneconomy@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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