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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퍼짐 버리고 슬림핏 변신···2030패피 사로잡은 '모던한복'이지언 대표 '한복+양장 결합된 개화기 스타일' 업그레이드 새바람
이지언 하플리 대표가 서울 을지로에 위치한 하플리 쇼룸에서 여성경제신문과의 인터뷰를 마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양문숙 기자photoyms@seoulmedia.co.kr

"전통한복의 불필요한 부분을 고쳐 편하게 입을 수 있도록 고안한 것을 '개량한복' 혹은 '생활한복'이라고 부른다면, 여기에 새로운 패션트렌드와 다양한 컬러 그리고 일상을 녹여 만든 한복이 바로 '모던한복' 입니다. 한복의 불편함은 최소화하고 젊은층의 패션 스타일과 트렌디함을 모두 담아낸 전통과 현대의 이색 조화인 셈이죠."

지난달 28일 이지언(27) 하플리(Happly) 대표는 한복의 종류를 일일이 언급하며 인기비결과 판매 전략을 풀어놓았다. 과거 전통 한복의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과감히 제거하는 반면 새로운 현대적 발상을 플러스 시켰다. 

이 대표와 한복의 인연은 대학시절 취미생활에서 출발한다. 유난히 한복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4년 전 전통한복을 구입해 일상에서 입기 시작했다. 한복과 기성복을 자유롭게 매치해 입기도 하고 자신만의 해석을 더해 새로운 한복 스타일을 창조하는데 앞장섰다. 그러다 지인의 권유로 자신의 SNS에 사진을 게재하게 됐고 몇 장의 사진이 몰고 온 주변의 폭발적인 반응은 한복 시장에 대한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줬다.

“요즘엔 경복궁 한복 나들이가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불과 3~4년 전만해도 일상에서 한복을 찾아보기란 매우 드문 일이었어요. 그래서 그런지 SNS에 올린 저의 한복 사진을 본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한복이 있는 줄 몰랐다’ ‘나도 입고 싶다’ 등의 긍정적인 코멘트를 남겨줬습니다. 자연스럽게 그 사람들과 소통하며 한복 구입처부터 스타일링까지 아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어요. 그리고 한복에 대한 사람들의 니즈를 확인할 수 있는 주요한 계기가 됐습니다.”

그는 온라인 소통에 그치지 않고 오프라인 소통에도 나섰다. 가장 먼저 한국 복식을 트렌디하게 풀어낸 다섯 개의 한복 브랜드를 모아 2015년 9월 첫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내가 실제로 즐겨 입는 한복 브랜드를 소개해주자’는 생각에서 출발한 아이디어였다. 그가 제안한 ‘New한복 스타일’은 대박을 쳤다. 당시 하루 매출만 1000만원. 그는 한복 시장의 가능성을 넘어 확신을 얻게 됐다.

하플리는 한복이 가지고 있는 일회성이라는 특성에 머물지 않고 누구나 가지고 있는 블라우스나 면티셔츠 등 다양한 아이템과 어우러지도록 하고 있다. 예컨대 저고리를 대신해 블라우스나 티셔츠를 허리치마와 함께 매치하거나 귀고리나 목걸이 등의 다양한 액세사리를 이용해 같은 옷 다른 느낌이 나도록 코디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사진제공=하플리

◆ “일상에 스며드는 한복 만들고 싶어”…전통·현대 잇는 ‘하플리’

이 대표는 한복 시장에 본격 진출 하기 위해 ‘스텝 바이 스텝(Step by Step)’ 전략을 펼쳤다. 창업 초기 부모 앞에서 사업계획서를 발표하며 500만원의 사업 자금을 받았다. 모아둔 비상금도 모두 털었다. 목돈을 모아 1년 동안 팝업스토어를 열어 고객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시간을 가졌다.

정부지원사업(창업선도대학)을 통해 온라인 홈페이지를 구축하고 지난해 5월에는 을지로에 쇼룸을 오픈하는 등 시장을 대폭 확대하며 브랜드의 초석을 다졌다. 최근에는 업계 최초로 국내 스타트업 엑셀레이터인 ‘프라이머’와 ‘윤민창의 투자재단’에서 1억원 정도 시드머니 투자를 유치해 ‘하플리’라는 브랜드에 새 날개를 달았다.

“초기 브랜드 성격은 편집매장에 가까웠어요. 다양한 한복 브랜드를 모아서 한 번에 쇼핑할 수 있는 기능적인 역할을 담당했죠. 그렇게 1년 정도 베타서비스를 진행하다 보니 고객들의 피드백이 생기고 나름의 운영철칙과 경험 그리고 노하우 등이 자연스럽게 쌓였어요. 하플리만의 생각을 담은 옷이 부족하다 싶어서 제작한 옷도 함께 선보이게 됐습니다. 앞으로 제작 비율을 늘려 나갈 예정이에요.”

이렇게 탄생한 하플리는 ‘큐레이션 브랜드’다. 전통을 모티브로 한 다양한 한복 브랜드와 하플리만의 고유한 색깔이 깃든 제작 한복을 함께 선보인다. 

하플리(Happly)는 '한복(Hanbok)'과 '적용한다(Apply)'의 합성어로 한복을 일상에 적용하고 싶다는 이 대표의 소망을 이름에 담았다. 

브랜드의 콘셉트는 ‘근대서울’을 표방한다. 1900년대 초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던 ‘경성’을 브랜드의 이미지로 잡았다. 상의가 짧아 팔을 올리는 것에 행동제약이 따랐던 한복의 단점을 보완하고 치마를 풍성하게 표현하기 위해 속치마를 갖춰 입어야 하는 등의 불편함을 제거했다. 저고리 길이는 늘리고 치마 길이는 짧게 만들어 활동성과 편리성을 동시에 고려하는 것은 물론 슬림한 핏을 강조해 날씬해 보이도록 고안했다.

“개화기 저고리는 양장식이 되고 치마는 통치마의 형태로 변형되는 등 ‘한복+양장’이 혼합된 시기란 것을 알았습니다. 당시 한복에 레이스양말, 하이힐 등을 함께 코디해 색다른 스타일로 연출했죠. 평소 빈티지 콘셉트에 관심이 많아 자연스럽게 모티브를 얻게 됐습니다. 역사적으로 일제강점기라는 단절이 없었더라면 지금까지 한복이라는 전통의상이 일상에 녹아있지 않았을까라는 상상을 더해 브랜드화 시켰습니다.”

이지언 하플리 대표가 서울 을지로에 위치한 하플리 쇼룸에서 여성경제신문과의 인터뷰를 마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양문숙 기자photoyms@seoulmedia.co.kr

◆ ‘한복+일상복’ ‘한복+액세사리’… 원단 하나까지 일상에 스며들 수 있도록 고안

하플리는 한복이 일상에 스며들게 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가장 먼저 기존 한복에 쓰였던 본견이나 화섬이 아닌 린넨, 폴리에스테르 등의 기성복 원단을 사용해 부드러운 촉감으로 실용성을 높였다. 이는 세탁이라는 문제점을 풀어내기 위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뿐만 아니라 다양한 코디가 가능하도록 했다. 한복이 가지고 있는 일회성이라는 특성에 머물지 않고 누구나 가지고 있는 블라우스나 면티셔츠 등 다양한 아이템과 어우러지도록 묘안을 짰다. 

“한복을 제작할 때 가장 유의하는 것 중 하나가 ‘일상화’예요. 실제로 한복을 만들 때 ‘이것을 일상에서 입을 수 있을까’라는 것을 가장 많이 고민합니다. 두 번째로 신경을 쓰는 것은 스타일링입니다. ‘이 옷을 어디에 어떻게 입고 다닐까 ,어떤 아이템과 두루두루 어울릴까’ 등을 중점적으로 신경 쓰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과의 소통이에요. 후기 등을 꼼꼼히 챙겨 보고 거기서 피드백을 얻습니다. 전 오히려 부정적인 의견을 들을 때 좋더라고요. 그것을 고치고 한 단계 나아갈 수 있으니까요.(웃음)”

이 대표는 ‘일상한복’이라는 미션을 성공하기 위해 매일 아이디어를 얻기 위한 노력도 꾸준히 한다. 시즌 트렌드를 만드는 잡지나 패션쇼 등의 자료를 교과서 삼아 공부하거나 동대문과 백화점 등의 시장조사를 통해 현 유행에 맞는 새로운 한복의 가치를 완성시켜 나간다.

“하플리만의 홍보 전략이라 하면 기본에 충실하는 거예요. 제품 퀄리티에 신경을 쓰고 배송을 빨리하고, SNS를 통해 고객 피드백을 얻는 등 기본을 지키죠. 너무나 뻔한 이야기 같지만 제가 운영해보니 이게 정말 중요하더라고요. 이것을 잘해야 입소문도 빠르고요. (웃음)”

하플리는 모던한복의 저변을 넓히기 위해 여러 브랜드와의 협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6월에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삶을 모티브로 한 유명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마리몬드’와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해 성황리에 종료했다. /사진제공=하플리

◆ “일본의 하카마와는 다른 의상”… 나라 대표하는 ‘모던한복’으로 우뚝 서고 싶어

이 대표는 향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모던한복’으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하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것이 그의 설명. 숱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작은 오해로 손가락질을 받는 경우가 빈번하다. 디자인이 비슷해 일본의 전통의상 하카마를 계승하는 것이 아니냐는 오해와 다소 높은 가격에 대한 꼬리표가 풀어나가야 할 주요 과제다.

“하플리는 전통한복의 기본적인 원형은 반드시 지켜서 만들어요. 언뜻 보면 일본의 하카마와 입는 방식이 유사해 비슷해 보일 수 있지만 허리치마 안에 저고리를 넣어 입는 방식은 오래전부터 한국에도 존재했습니다. 통일신라 때 당나라의 영향을 받아 고려시대까지 이어졌죠. 또 하카마와는 치마 주름 모양도 달라요. 우리나라 한복 치마가 한쪽으로 주름이 잡혀있다면 하카마는 좌우에서 중심방향으로 주름이 있습니다. 입는 스타일 역시 하카마는 바지처럼 발을 치마 가운데 넣어 입지만 한복 치마는 허리에 둘러 입는 의복으로 둘의 차이점은 상당합니다.”

높은 가격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하플리는 소량생산을 원칙으로 30년동안 한복을 생산한 경험 있는 디자이너와 함께 일하고 있다.

“가격이 다소 비싸다는 의견도 있는데 저희 옷은 공장에서 대량생산 하지 않고 주문-제작 방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시간과 공이 많이 들어가요. 원단도 그렇고 디자이너의 수제 작업을 고집하고 있어 퀄리티가 좋습니다. 최근에는 고객들이 먼저 알아주고 공감해주고 있습니다."

이 대표는 앞으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모던한복’으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수출을 통해 하플리 이름과 한국의 한복도 함께 알리겠다는 포부다. 

모던한복의 저변을 넓히기 위해 여러 브랜드와의 협업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삶을 모티브로 한 유명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마리몬드’와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해 성황리에 종료했다. 이 대표는 다양한 기업과의 협업을 지속적으로 이어 나가겠다는 생각이다.

“최근 홍콩의 한 관광객이 한국 공항에 내리자마자 하플리 오프라인 매장을 찾아서 한복을 구매해 하는 것을 보고 굉장히 큰 자부심을 느꼈어요. 이처럼 다양한 국가의 사람들을 만족할 수 있는 옷을 만들고 싶습니다. 힘이 닿는다면 요청이 가장 많은 아시아 국가부터 차근차근 수출을 진행할 생각이에요. 더 나아가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에 오면 반드시 들리는 매장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러려면 한복에 한국적인 미를 잘 담아내는 것이 제가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누구나 하플리의 옷을 입으면 자랑스럽고 기분 좋을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웃음)”

임유정 기자  wiselim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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