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8.11.21 수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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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가서 말하지 마세요. 25% 빼줄게요" 삐끼족 판치는 롯데백화점명절대목 맞아 흥정하면 할인해주고 가만히 있으면 제값받는 '이중적 판매' 성행
설 명절을 앞둔 7일 서울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 식품매장에서 고객들이 선물세트를 구경하고 있다. /양문숙 기자 photoyms@seoulmedia.co.kr

“고객님, 가격대 얼마나 생각하세요? 현재 가장 인기 좋은 상품이 5종 세트 구성에 10만원인데요. 화끈하게 그냥 25% 빼드릴게요. 원래 100개 이상 사야 해주는 조건인데 아가씨가 예쁘니까 해드리는 거예요. 대신에 어디 가서 할인 받았다고 절대 말씀하시면 안됩니다. 엊그제 10개 사간 애기 엄마도 1만원씩 밖에 안 깎아드렸는데 특별히 맞춰 드리는 거니까요.”

7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지하 1층에 마련된 설선물 코너의 A매장. 상품 앞에서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자 직원은 빠른 손놀림으로 계산기를 두드리며 이같이 말했다. 해당 선물 세트는 순식간에 정찰가격 10만원에서 7만5000원으로 내려갔다. 그래도 여전히 멈칫하자 직원은 “오늘 결제하면 사은품 몇 개 더 챙겨드리겠다”며 설득했다.

치열한 할인 전쟁은 여기뿐만이 아니다. 또 다른 설선물 매장도 상황은 비슷했다. 나란히 붙어있는 같은 상품 경쟁업체 B매장과 C매장은 ‘누가누가 더 많이 깎아주나’를 놓고 눈치작전을 펼쳤다. 마치 흥정의 묘미를 느낄 수 있는 전통시장을 방불케 했다.

B매장의 설명을 듣고 돌아서자, 재빠르게 C매장의 직원이 손을 낚아채며 “(가격을)더 잘해드리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C매장 직원은 “가격·상품·맛 모두 B매장과 동일한데 브랜드명만 다를 뿐이다”라며 “파격적인 할인 혜택으로 상품을 줄 테니 우리 매장에서 결제를 하라”고 부추겼다. 

명절 대목을 맞아 ‘백화점=정찰제’라는 공식이 유명무실해졌다. 지난해에 이어 롯데백화점은 여전히 할인 기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지갑열기 꼼수를 부리고 있다. 유흥가에서 볼 수 있는 삐끼족 뺨치는 호객행위가 여기저기서 이루어지고 있다.

문제는 소비자를 위해 행해지는 암묵적 할인혜택이 아이러니 하게도 뜻하지 않는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동일한 상품을 가격표에 표시된 대로 지불하고 구매한 소비자와 할인 혜택을 받고 구매한 소비자 사이에 손익이 발생하게 된다. 판매원과 흥정을 하면 할인해주고 그냥 가만히 있으면 제값을 받는 '이중적 판매'가 성행하고 있는 셈이다.

최재성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사무총장은 “일반적으로 가격에 대한 정찰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상품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가 깨지게 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라면서 “업체의 임의적인 할인이 관행으로 굳어졌을 때 상품이 가지고 있는 적절한 금액보다 높게 가격을 책정해 소비자의 입맛에 따라 많이 깎아주는척 하지만 결국엔 마진은 그대로 남기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그는 "무엇보다 소비자가 상품의 가격을 보고 필요에 따라 합리적인 선택을 하도록 해야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을 방해하는 것과 같다”며 “상품을 판매하는 업체의 입장에서도 단기적으로는 매출 신장에 도움이 될지 모르겠으나 장기적으로는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가치와 신뢰가 무너지게 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설 명절을 앞둔 7일 서울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 식품매장에서 고객들이 선물세트를 구경하고 있다. /양문숙 기자 photoyms@seoulmedia.co.kr

이러한 롯데백화점의 임의 할인 정책에 대해 소비자도 마냥 달갑지만은 않은 분위기다.

백화점에서 만난 소비자 김모(30대·여)씨는 “A매장에서 2세트 각각 2만원씩 할인받아 구매했지만 다른 소비자는 얼마나 더 저렴하게 샀는지, 정말로 적절한 금액에 계산한 것이 맞는지 의문이 든다”며 “원래 상품의 가격이 얼마에 책정된 것인지 투명하게 공개하고 할인율을 소비자 모두에게 공평하게 공시해 적용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할인을 받아 구매하고도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닌지 찝찝한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비자 유모(30대·여)씨는 “대량 구매가 아니라서 흥정을 하지 않고 정찰제만 믿고 구매했는데 백화점도 할인이 되는 줄 몰랐다. 기분 좋게 결제하고도 호구된 기분이다”고 거들었다.

이 같은 백화점 업체의 임의 할인에 대해 정부 부처는 대체로 "위법 사항에 대해 법률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최재성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사무총장은 “상품을 판매하는 업체들의 관리 책임이 백화점에 있는 만큼 소비자의 권익을 위해서 철저히 해야 한다”며 “백화점이 가지고 있는 장기적인 브랜드 이미지라든지 성장을 위해서도 정찰제가 정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에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격에 대한 정찰제다. 고객의 신뢰성이라든지 형평성을 감안할 때 분명 잘못된 일이다”라면서 “업체들이 명절용으로 상품을 만들어서 판매하고 있고 기간 내에 재고를 모두 소진해야 하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일부 점포를 중심으로 판매원이 임의로 할인판매를 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시 한 번 정찰제가 잘 이뤄질 수 있도록 관련 부서와의 협의를 통해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고 고객과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 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편, 롯데백화점은 지난 4일 부정 청탁 금지법(김영란법) 선물 상한액이 개정되면서 선물세트 실적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롯데백화점이 선물세트 본 판매를 시작한 지난 1월 22일부터 2월1일까지 판매 실적을 살펴보니 전년 같은 기간 보다 15.5% 증가했다. 특히 전통적인 신선식품 선물세트 매출이 전체 실적을 이끈 것으로 나타났다.

농산 선물세트가 15.3%, 수산이 19.9%, 축산 매출이 14.3% 올랐는데, 신선식품 선물세트 실적 호조는 부정 청탁 금지법 선물 상한액이 농·축·수산물에 한해 10만원으로 개정되며 선물세트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이 배경이라고 롯데백화점은 분석했다.

임유정 기자  wiselim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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