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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된 동생 살려주세요" 한달 200명 찾는 국내 첫 '인형병원'김갑연 '토이테일즈' 대표, 5일간의 대수술로 추억은 남기고 망가진 곳만 감쪽치료 하기도
김갑연 토이테일즈 대표가 23일 여성경제신문과의 인터뷰를 마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양문숙 기자photoyms@seoulmedia.co.kr
김갑연 토이테일즈 대표가 23일 자신의 애착인형을 치료받으러 온 한 가족과 인형 상태를 체크하며 수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양문숙 기자photoyms@seoulmedia.co.kr

“20년동안 함께 한 제 동생 좀 살려주세요.”

23일 오후 서울 역삼동의 한 인형병원. 반려견이 아프면 동물병원에 데려가듯 인형이 아플 때 인형을 고쳐주는 인형병원이 생겨 눈길을 끌고 있다. 병원을 찾는 손님은 어린 시절 가지고 놀던 인형을 10년 넘게 보관하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 나이와 성별을 불문하고 인형을 가족처럼 여기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다.

지난해 6월 국내 최초로 인형 수선집에 ‘병원’이란 이름을 붙인 김갑연 토이테일즈 대표는 병원이라 칭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이 일을 오래 하다 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형을 진심으로 가족과 같이 생각한다는 것을 알았어요. 수선 문의를 할 때면 ‘제 동생 좀 살려 주세요’라고 표현을 하더라고요. 인형은 깨지는 물건이 아닌데 이불에 꽁꽁 싸서 가지고 오는 사람도 많고요. 생명이 있는 아이처럼 간식과 함께 맡기는 경우도 빈번했습니다. 인형을 지극정성으로 돌보는 것을 보고 그들의 가족이라는 것을 알았죠. 그래서 병원이라고 이름 붙이게 되었습니다.”

김 대표는 경력 30년에 빛나는 베테랑 병원장이다. 원래는 중국에서 인형을 만들어 다른 나라로 수출하는 일을 했다. 중국의 인건비 상승과 함께 생산 기지역할이 무너지면서 디자인 핵심 능력을 살려 인형 수선업을 개척했다. 직접 디자인한 인형을 판매하고 사후 서비스를 해주던 게 입소문이 퍼지면서 자연스럽게 국내 넘버원 타이틀을 얻었다. 한달 평균 200여명이 다녀갈 만큼 대박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 추억을 치료하는 ‘인형병원’… “봉합부터 단종 된 인형 복제까지 ‘토이테일즈’ 인기”

토이테일즈에 택배로 접수된 인형들이 수북하다. 주의사항이 적힌 메모지와 함께 혹시 모를 파손에 대비해 박스에 완충재를 넣는 등 세심하게 준비해서 보낸 흔적이 역력하다. /양문숙 기자photoyms@seoulmedia.co.kr
토이테일즈는 접수 전 수술동의서를 받고 있다. 토이테일즈는 택배 혹은 방문접수 가능하다. 택배의 경우 메신저를 통해 사전 상담 후 입원 수속절차를 진행한다. /양문숙 기자photoyms@seoulmedia.co.kr

토이테일즈는 추억을 치료한다. 다양한 사연을 가진 여러 인형이 이곳을 거쳐 새 생명을 얻는다. 눈이 아픈 인형, 화상을 입은 인형 등 병원을 찾는 이유도 제각각. 병원에 소속된 다섯 명의 의사가 각자 분담된 역할을 통해 환자의 회복을 돕는다.

병원 접수는 택배 혹은 방문접수로 가능하다. 택배의 경우 메신저를 통해 사전 상담 후 입원 수속절차를 진행한다. 김 원장이 환자의 상태를 육안으로 직접 확인하고 필요한 수술을 안내한다.

이때 수술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복원이다. 오랫동안 사람의 손과 세월의 흔적이 묻은 인형의 망가진 부분만 도려내 감쪽같이 고치는 것이 관건이다. 인형에 남은 볼품없는 흔적도 보호자에겐 어린 시절 맞바꿀 수 없는 추억과 연관돼 있기 때문에 무작정 손을 대는 것은 금물. 낡은 흔적은 걷어내고 추억은 남기는 것이 치료의 포인트다.

“인형을 예쁘게 만들어 주는 것 보다 보호자가 ‘원하는 대로’ 해주는 것이 중요해요. 예컨대
인형의 찌그러진 머리를 복원하지 않고 그 모양 그대로 살려 주는 것을 더 선호합니다. 변형된 형태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하는 것이죠. 처음에는 일반적인 행동과 다르니까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쓰레기통에 들어갈 만한 인형을 너무나 귀하게 여기는 것을 보고 의아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사연이 없는 인형이 없어요. 정말로 그들과 함께 성장하고 생활한 가족이더라고요. 그래서 진짜 가족같은 마음으로 치료에 임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치료비용은 천차만별이다. 적게는 1만5000원부터 많게는 60만원까지 든다. 인형의 상태나 원단, 부재료 등에 따라 필요한 치료와 치료기간, 치료비 등이 달라진다. 수술 시간도 적게는 30분부터 길게는 5일까지 걸린다.

“인형들의 종합병원이라고 보시면 돼요. 지방흡입도 가능하고 지방이식도 가능하고요(웃음). 눈이 없는 아이에겐 안과 치료를 안내하고 화상을 입은 아이에겐 피부과 치료를 안내합니다. 가격이 비싸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 가족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곳을 찾기 때문에 얼마가 들든지 잘 고쳐달라고 얘기해요.”

최근 들어 이곳이 입소문을 타면서 방문하는 사람이 눈에 띄게 늘었다. 다소 높은 가격임에도 추억을 잃고 싶지 않은 이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기억에 남는 보호자도 수두룩하다. 

“한 번은 부산에서 살고 있는 며느리가 시어머니의 너구리 인형을 가지고 방문한 적이 있는데 그 일화가 오래오래 생각납니다. 잘 치료해서 보냈는데 할머니가 솜을 더 넣어달라며 다음날 직접 너구리 인형을 업고 서울에 올라오셨더라고요(웃음). 이처럼 인형은 나이와 상관없어요. 한번 애착이 형성되면 사람에게 안정감을 주기 때문에 둘도 없는 친구사이가 되죠. 생각해 보세요. 어린 시절 엄마를 대신해 안겨준 인형인데 얼마나 애착이 크겠어요.”

토이테일즈의 한 '인형의사'가 인형을 치료하고 있다. /양문숙 기자photoyms@seoulmedia.co.kr

이곳의 인기비법 역시 그의 손끝과 배려에서 비롯된다. 사소한 것 하나하나 보호자의 컨펌을 통해 이뤄진다. 가령, 실 하나를 선택하는 일도 보호자와 상의해서 결정한다. 가족을 맡기는 보호자의 마음을 헤아려주고자 번거로운 일임에도 보호자와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치료하는 것을 고집하고 있다.

“노하우는 오랜 경력입니다. 30년 동안 이 일을 했기 때문에 인형을 보면 한 눈에 어떤 실이 필요한지 어떤 부재료를 써야 할지 곧바로 보입니다. 그런데 색상의 경우엔 똑같이 만들기가 참 어렵습니다. 기존의 원단과 똑같은 원단을 찾더라도 손때가 묻어있는 것과는 확연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같은 원단을 구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유사한 것을 찾아 보호자의 컨펌 후 치료에 들어갑니다. 솔직히 말하면 한 단계 한 단계 성가신 일투성이에요. 차라리 새로운 인형을 만들어 주는 것이 더 쉽다고 봐야합니다.(웃음)”

앞으로 토이테일즈는 인형병원 시장을 확장해 세계적으로 넓혀나가고 싶다는 계획이다. 온라인 접수를 통해 해외에서도 접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김 원장의 포부다. 전 세계적으로 애착인형의 수요가 늘고 있어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보는 것이다.

“인형시장이 한계가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어릴 때는 인형을 안 사주거나 살 형편이 안 되는 세대도 많았지만 지금은 애착 인형을 부모가 잘 사주는 편이고 인형이 사람에게 주는 정서적 안정감이 크기 때문에 앞으로도 성장할 가능성이 큰 시장입니다. 최근 우리나라 캐릭터 시장 산업이 급격히 발달하기도 했고요. 세계적으로 토이테일즈 이름을 알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지금처럼 진정성을 가지고 보호자의 가족을 치료하는 인형병원의 병원장이 되고 싶습니다.(웃음)”

임유정 기자  wiselim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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