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8.11.21 수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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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을 응원합니다" 3000원 김치찌개에 담은 '3000억짜리 정성'이문수 신부 '청년식당 문간' 오픈...배를 채우는 공간서 꿈을 채우는 공간으로 업그레이드
15일 ‘청년식당 문간’에서 만난 이문수 신부가 김치찌개를 손님 테이블에 놓고 있다. 김치찌개는 단돈 3000원의 착한 가격이지만 그 속엔 '3000억짜리 응원'이 가득 담겨 있다. /양문숙 기자photoyms@seoulmedia.co.kr

“배고픈 청년들은 모두 오세요.”

단돈 3000원으로 김치찌개를 먹을 수 있는 식당이 문을 열었다. 게다가 공깃밥은 무제한이다. 단순히 밥 한끼 먹는 곳이 아니라 청년들에게 '3000억짜리 응원'을 선물하는 꿈의 식당이다. 지난달 2일 서울시 성북구 정릉시장 안에 자리를 마련한 ‘청년식당 문간’의 이야기다.

이곳은 글라렛 선교수도회의 이문수 신부가 지갑이 가벼운 청년들을 위해 만들었다. 집 밖과 집안의 사이, 그리고 사랑방이라는 중의적 의미를 갖고 있는 '문간'이라는 단어에 ‘청년들과 세상 사이에 우리가 있다’라는 따뜻한 의미를 더해 간판을 내걸었다.

15일 ‘청년식당 문간’에서 만난 이 신부는 식당을 만들게 된 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 2015년 가을 방문한 인천의 수녀원에서 수녀님으로부터 한 청년이 고시원에서 굶어 죽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큰 충격을 받았어요. 경제적 사정이 여의치 않아 식사를 제대로 못 하는 젊은이들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돌아보니 노숙인이나 홀몸노인을 위한 급식소는 꽤 있는데 청년을 위한 공간은 정말 많이 부족하더라고요. 그래서 청년을 위한 식당을 만들어야 겠다고 결심하게 됐습니다.”

청년식당을 운영하자는 이 신부의 제안은 글라렛 선교수도회 사제들로부터도 호응을 얻었다. 수도회의 결정으로 이 신부는 2016년 봄부터 개업 준비에 들어갔다. 평소 그냥 지나쳤던 식당들도 유심히 살펴보고 창업 설명회나 강연회에 다니기도 했지만 처음엔 경험이 없어 막막했다. 하지만 주변의 도움으로 후원금이 금세 모였고, 그 자금으로 인테리어 등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해 5개월여 만에 식당을 창업했다.

“창업초기엔 청년식당 아이디어를 준 수녀님이 소개해 준 상담사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사회사업가, 청년문화 기획자, 젊은 요리사, 식당 운영 경험자, 고시원 거주 경험자 등 8명으로 구성된 포커스 그룹으로부터 청년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자세한 조언을 듣고 이를 바탕으로 식당의 운영계획을 구체화 시켜 나갔습니다.”

◆ 청년들의 가벼운 주머니 생각하는 ‘청년식당 문간’…저렴한 가격에 푸짐함이 원칙

정릉시장 안에 오픈한 '청년식당 문간'은 글라렛 선교수도회의 이문수 신부가 지갑이 가벼운 청년들을 위해 만들었다. 이곳에서는 김치찌개 단돈 3000원에 공깃밥이 무제한이다. /양문숙 기자photoyms@seoulmedia.co.kr

이 신부는 누구나 좋아하는 대중적인 음식인 김치찌개를 단일메뉴로 정하고, 가격은 3000원으로 책정했다. 매일 아침 찌개의 베이스가 되는 육수를 우리고 김치를 볶아 손님을 맞을 준비를 한다. 손님이 오면 냄비에 준비해둔 두 재료와 함께 돼지고기, 두부 등을 추가로 듬뿍 담아 손님 앞에 내놓는다.

식당 운영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다. 현재 주방에서 일하는 요리사 1명과 홀 서빙을 직접 담당하는 이 신부, 단 두 명이 호흡을 맞추고 있다. 지인들이 보내주는 쌀 등 각종 후원이 운영비용 절감에 큰 보탬이 된다.

“처음엔 무료급식소로 운영할까 생각했는데 오히려 청년들이 꺼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청년들의 특성 중 하나가 힘들어도 표현을 하지 않는 것이거든요. 무료로 개방해 놓으면 찾아오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공짜는 아니되 매우 저렴한 가격으로 식당을 운영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오픈한지 한 달이 조금 넘었지만 벌써부터 이곳은 단골손님 천지다. 인근 대학에 소문이 퍼지면서 하루 평균 150명의 손님이 다녀갈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또 청년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이 저렴한 한 끼 식사를 하기 위해 이곳을 찾기도 한다. 준비된 30개의 테이블이 꽉 찰 만큼 손님들로 가득하다.

“오픈하고 인근 대학교 학생들이 다녀간 적이 있는데 학교 커뮤니티에 저희 식당을 소개해줬는지 어느 날 갑자기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오기 시작하더라고요. 현재 방학을 하면서 이전보다 조금 줄어들긴 했는데, 이 기간 동안에 다음 학기 때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준비하는 시간으로 활용할 생각입니다. 모든 학생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것은 아니겠지만 그동안 넉넉하게 식사를 할 수 없었던 단 한명의 친구라도 이곳에서 저렴한 가격에 밥을 배불리 먹고 간다면 그것으로 저는 만족합니다.(웃음)”

◆ 배를 채우는 식당에서 꿈을 채우는 공간으로… “청년들의 공유하는 공간 만들고 싶다”

15일 글라렛 선교수도회의 이문수 신부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청년식당 문간' 옆에 위치한 북카페는 내달 오픈 예정이다. 이달 안까지 다양한곳으로부터 책을 기증 받아 준비된 책장을 가득 메워나갈 예정이다. /양문숙 기자photoyms@seoulmedia.co.kr

이곳은 청년들의 배를 채워주는 식당으로 시작했지만 향후 식당 이상의 다양한 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밥을 주는 공간에서 꿈을 키우는 공간으로 넓혀 나가는 것이 이 신부의 최종 목표다.

먼저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시험적으로 가게를 운영해볼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매주 화요일 학생들에게 가게를 내주고 그날 번 수입은 학생들이 가져가도록 한다. 실제로 지난 2일에는 레스토랑 창업을 준비 중인 탈북 청년들이 이곳에서 파스타를 만들어 팔았다. 이 신부는 매주 화요일을 가리켜 ‘하루식당’이라고 부른다.

또 아직은 준비 중에 있지만 다음달 안으로 청년들을 위한 북카페도 문을 열 예정이다. 식당 옆에 자리 잡은 별도의 공간에 청년의 꿈을 응원할 다양한 책을 구비 중에 있다. 이달 안까지 다양한 곳으로부터 기증을 받아 준비된 책장을 가득히 메워나갈 예정이다.

이뿐만 아니라 이곳 공간에서는 다양한 업계의 전문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예컨대, 영화평론가의 경우 재능기부를 받아 학생들과 함께 영화도 보고 토론을 나누는 등의 활동이 대표적이다.

“식당으로 시작했지만 언제든지 청년들이 원할 때 밥도 먹고 얘기도 나누고 공부도 할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어요. 청년들이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고민을 하다가 그들만의 공유공간이 필요 하다는 것을 알게 됐거든요. 일단 북카페를 모든 사람에게 오픈한다고 하긴 했지만 청년들을 위해 만든 공간인 만큼 동네 어르신들의 모임 장소가 되지 않도록 지속적인 회의와 아이디어를 통해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구체화 시킬 생각입니다.(웃음)”

식당의 수익이 늘어난 후에는 청년들에게 무담보 소액대출도 계획하고 있기도 하다. 목돈을 마련하기 힘든 청년들의 주머니 사정을 생각해 집세 등을 이자걱정 없이 해결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하는 마음을 담아 기획했다. 

또 무엇보다 식당에서 봉사 활동을 하면 그 시간만큼 식사 쿠폰을 받아 어려운 사람에게 기부할 수 있는 봉사 프로그램도 계획 중이다. 이는 2015년부터 대학가에서 확산해 온 비슷한 봉사 프로그램 '십시일밥'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청년들에게 저희 ‘청년식당 문간’이 언제든 내 주머니가 가벼워도 걱정 없이 찾아올 수 있는 그런 곳으로 인식이 됐으면 합니다. 그리고 향후 2호점, 3호점, 4호점 등 하나씩 늘려가 학생들이 저렴한 가격에 한 끼 식사를 배불리 해결할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사람이 어려우면 시야가 정말 좁아지거든요. 자기가 혼자인 것 같은 생각이 들고 손을 내밀기 미안해하고요. 하지만 청년들에게 그래도 손을 내밀어 달라 말하고 싶습니다. 의외로 이 세상에는 아픔을 함께 하거나 도우려는 분들이 많다는 말 전하고 싶어요. 힘들면 힘들다고 얘기하는 그런 용기를 꼭 내 줬으면 좋겠습니다. 혼자가 아니라는 것 잊지 말라는 말 남기고 싶습니다.”

임유정 기자  wiselim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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