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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 '죽을맛'···"400만원 배상하라" 이번엔 대리점이 알바생에 갑질홍진석 상무 '3세 경영' 시동도 걸기 전에 우유 납품계약 중단·실적 곤두박질 등 악재 속출
  • 신은주·임유정 기자
  • 승인 2018.01.12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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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이 새해 초부터 대리점 아르바이트생 갑질논란과 우유 납품계약 중단 등 잇단 악재로 죽을맛이다.  11일 시민들이 서울 도산대로에 위치한 남양유업 본사 '1964빌딩' 앞 횡단보도를 건너가고 있다. /양문숙 기자photoyms@seoulmedia.co.kr

남양유업이 새해 초부터 '죽을맛'이다. 분유업계 점유율 1위 남양유업이 잇따른 악재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저출산과 동종업계의 시장진출로 인한 포화상태로 위기를 맞고 있는데다가 최근 알바생에 대한 갑질논란과 SPC와의 납품계약까지 깨져 실적부진이 우려된다.

남양유업은 그동안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 모범적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해 왔지만 지난해 초 홍원식 회장의 장남인 홍진석 씨가 경영기획본부 상무로 승진한 뒤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되면서 오너일가의 기업 대물림 작업이 곧 본격화할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차질없는 경영승계를 위해 '꽃길'만을 깔아줘야 할 상황에서 '사고뭉치 기업'이라는 비아냥을 다시 듣게 돼 남양유업은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 "배달 알바 후임자 못구하면 400만원 물어내라" 대리점주가 갑질

남양유업이 새해 초부터 대리점 아르바이트생 갑질논란과 우유 납품계약 중단 등 잇단 악재로 죽을맛이다.  11일 시민들이 서울 도산대로에 위치한 남양유업 본사 '1964빌딩' 앞 횡단보도를 건너가고 있다. /양문숙 기자photoyms@seoulmedia.co.kr

우선 1월 초부터 남양유업은 아르바이트생 갑질 논란에 휘말렸다. 지난 2013년 대리점에 주문하지도 않은 제품을 강제로 할당하고 판매를 강요한 이른바 '밀어내기 사건'에 이어 대리점주가 알바생을 상대로 갑질을 한 사실이 드러나 뭇매를 맞고 있다.

지난 4일 인천에 있는 남양유업 한 대리점이 우유배달 알바를 그만두려는 대학생에게 무려 월급의 10배가 넘는 배상금을 요구한 사건이 알려졌다.

A(23)씨는 지난해 10월부터 이 대리점에서 알바를 시작했다. 추운 겨울 매일 새벽에 일어나 자전거를 타고 빙판길을 오가며 우유배달을 했다. 그리고 A씨는 그 대가로 32만원을 손에 쥐었다.

문제는 큰 기대 없이 지원했던 기업에 인턴으로 덜컥 합격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당장 수원으로 이사해 2월부터 출근을 해야 했던 A씨는 우유배달 알바를 정리해야 했던 것.

백방으로 후임자를 찾아 나섰지만 한겨울에 우유배달을 하려는 사람은 없었다. 애가 탄 A씨는 자신의 급박한 사정을 털어놓고 양해를 구했지만, 점주는 "계약서 내용대로 배상금을 물어내라"며 발끈했다.

이런 상황까지 예상하진 못했던 A씨는 사인을 했던 계약서를 다시 들춰보고 깜짝 놀랐다. '후임자에게 인계하지 못하면 배달 가구당 5만원씩 배상한다'는 문구가 명시돼있었기 때문. 점주의 주장대로라면 A씨가 배달하고 있는 곳은 총 80가구로 이를 계산하면 400만원을 물어줘야 하는 상황이었다.

또한 계약서에는 '배달을 하루라도 거르게 될 경우 한 가구당 5만원씩 배상해야 한다'는 조항과 '어떠한 경우든 배달원이 대리점에 손해를 끼치게 되면 배달원은 민·형사상 모든 책임을 진다'는 내용도 함께 적혀 있었다. 독소조항이 가득한 계약서였다.

A씨는 난감했다. 32만원을 벌기 위해 매일 새벽 추위를 견뎌야 했던 그에게 400만원은 너무나 가혹한 금액이었다. A씨는 우여곡절 끝에 후임자를 구해 배상금을 물지 않았다. 하지만 그동안의 마음고생에 대해서는 보상받지 못했다.

A씨에 따르면 "갑질로 한때 고생했던 남양유업 대리점이 결국 갑질을 또다시 되풀이 하고 있다는 생각에 좌절감이 든다"고 토로했다. 이어 "결국 어렵사리 구한 후임자에게 업무를 인계했지만 그분께 죄송한 마음뿐이다"라며 불편한 심경을 밝혔다.

A씨의 상황에 대해 한 노무사는 "계약서 자체가 불공정한 내용으로 돼 있다”라며 “이런 계약이면 힘없는 알바생은 무조건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라고 꼬집었다.

대리점 관계자도 입을 열었다. 사건의 불씨를 키운 대리점 점주는 "알바생에게 책임감을 부여하기 위해서 배상 조항을 넣은 것이다"라며 "판촉이나 영업비용 등을 따지면 한 가구당 10만원 가까이 투입되는 상황이어서 우리 입장에선 일종의 안전장치가 필요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대리점주가 손해배상 금지의 원칙 등을 규정하고 있는 노동법을 회피하기 위해 일종의 ‘꼼수’를 부렸다는 여론의 비판을 피해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우유 배달원은 근로기준법에 근로계약이 아니라 위탁판매계약을 맺기 때문에 형식상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노동자로 인정되지 않는다. 4대 보험 혜택은 물론 산채처리 조차 받지 못한다.

소비자들은 이를 두고 대리점이 알바생과의 상하관계를 악용해 노동행위를 부당하게 강요한 계약을 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불공정한 기업 관행의 잔재가 대리점에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까지 제기되며 남양유업 불매운동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한 소비자는 "물론 본사가 잘못한 것은 아니지만 남양유업은 조용한 날이 없다"며 "그냥 사먹지 않는 것이 최선인 것 같다"고 고개를 저었다. 

남양유업 본사 관계자는 "영업주가 남양유업 제품을 취급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개인사업자이기 때문에 대리점에 왈가왈부할 수 없다. 채용과 관련된 고용계약에 있어서 본사가 아예 관여할 수 없다. 만약 본사가 대리점을 터치하면 ‘경영간섭’에 해당된다"라며 "이번 일을 겪은 알바생에게는 미안하고 안타까운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전국 대리점주가 모여 남양유업대리점협의회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데 이번 사안을 심각하게 보고 있는 만큼 잘 협의해서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의논 중인 것으로 안다. 본사에서 지원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적극 협조할 예정이다"라며 "이번 일로 다른 대리점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남양유업 대리점은 전국 1400여개에 이르며, 이중 대리점협의회에 가입된 대리점수는 약 1000여개다. 협의회에서 자체적인 자구책을 마련한다고 하더라도 가입되지 않은 나머지 400여개의 대리점에는 자율적 규제의 손길조차 미치지 못한다.

◆ 파리바게뜨 PB우유 공급서 빠져...도미노식 실적 악영향 가능성

최근 남양유업이 SPC 파리바게뜨에 납품하던 OEM 자체브랜드 우유 공급계약이 깨지고 남양의 빈자리를 올 초부터 서울우유와 삼양우유 두 업체가 차지했다. 11일 서울시내 대형 마트에 남양유업 우유가 진열돼 있다. /양문숙 기자photoyms@seoulmedia.co.kr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남양유업은 파리바게뜨와 맺은 자체브랜드(PB) 우유 납품 계약이 깨졌다. 당장 큰 손실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도미노식으로 실적에 영향을 끼칠것으로 예상된다.

SPC계열 파리바게뜨는 전국에 3300여 곳이 넘는 가맹점을 보유한 국내 최대 프랜차이즈 베이커리 사업자다. 파리바게뜨는 제과·제빵류를 비롯해 우유 등 유제품 등을 위탁생산해 판매하고 있는데, 남양유업은 지금까지 파리바게뜨에 '아침&후레쉬우유' 3종을 공급했다.

업계에 따르면 SPC·남양유업의 우유 OEM계약은 1년 단위로 갱신된다. 얼마전 SPC와 남양유업은 공급가격을 놓고 팽팽한 협상을 벌였지만 끝내 합의점을 찾지못해 계약종료를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남양유업이 납품했던 물량은 올 초부터 서울우유와 삼양우유 두 업체가 차지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SPC에 납품이 중단된 이유는 가격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양사 이견이 발생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SPC와 남양유업 모두가 '납품가격'이 맞지 않아 부득이하게 계약이 종료됐다고 언급하고 있지만 양사의 결별을 두고 소비자들은 오히려 더 반기는 분위기다.

파리바게뜨의 한 고객은 "남양유업은 몇 해 전에도 ‘갑질기업’으로 악명이 높았고 당시 대국민 사과를 하긴 했지만 여전히 브랜드 이미지가 회복되지 않았다"면서 "이번에도 알바생에게 과도한 배상금을 요구하는 등 갑질이 계속 되고 있어 굳이 파리바게뜨에서 남양유업 제품을 구매하고 싶지는 않다"고 밝혔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도 남양유업의 갑질논란에 대한 비난은 뜨겁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한 누리꾼은 "갑질도 대물림이 되고 있다"며 남양유업을 향한 싸늘한 반응을 보였으며, 또 다른 누리꾼은 "제 버릇 못 고치는 갑질기업 남양유업 제품은 구매하지 않을 것이다"라며 불매운동의 의지를 내비쳤다.

이들은 SPC와 남양유업의 계약종료에 대해서도 "드디어 파리바게트 정신차림, 1월1일부터 남양유업에서 서울우유로 변경됨"이라고 반기기도 했다.

◆ 영업실적 빨간불...지난해 3분기 90% 급감

남양유업이 새해 초부터 대리점 아르바이트생 갑질논란과 우유 납품계약 중단 등 잇단 악재로 죽을맛이다. 11일 한 시민이 서울 도산대로에 위치한 남양유업 본사 '1964빌딩' 앞으로 지나가고 있다. /양문숙 기자photoyms@seoulmedia.co.kr

남양유업의 영업실적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금융감독원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지난해 3분기 누적(연결기준) 영업이익이 33억1500만원으로 전년동기 312억4500만원에 비해 89.4%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라이벌 기업인 매일유업이 지난해 3분기에만 214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연간으로 700억원 정도의 영업이익이 예상된다는 점과 비교하면 남양유업의 부진은 참담한 수준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지난 2013년 '밀어내기' 논란 이후 그해 영업이익이 174억원 적자로 돌아섰고 2014년에도 261억원의 마이너스를 나타내며 2년 연속 적자 기업으로 전락했다.

이후 지난 2015년에는 200억원 흑자로 돌아섰고 2016년에도 418억원의 영업흑자를 회복했지만 2017년 영업이익은 2016년에 비해 급감할 것으로 분석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지난 2013년 사태 이후 실추된 회사 이미지를 끌어올리기 위해 대리점과의 상생을 위해 장학금·출산장려금·영업활동비 등 다각적인 지원정책을 펼치고 있다"라며 "대리점뿐 아니라 현재 진행중인 사회공헌 활동(특수분유 지원 등)을 보다 확대함으로써 소비자기대에 부응하도록 더욱 노력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 홍진석 상무 사내이사 선임뒤 '3세 경영 본격화' 시동

남양유업 창업자인 고 홍두영 명예회장의 장남인 홍원식 회장은 올 1월 현재 남양유업 지분 51.68%를 보유한 최대주주지만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다. 홍 회장의 부인인 이윤경 씨 0.89%, 동생 홍우식 씨 0.77%, 동생 홍명식씨 0.40%, 손자 홍윌리엄 군 0.06% 등 홍 회장 일가의 지분은 무려 53.80%다.

홍 회장은 두 아들을 두고 있다. 장남 홍진석씨는 경영기획본부 상무로, 차남 홍범석씨는 외식사업본부장으로서 아이스크림 디저트카페 '백미당'을 비롯한 외식사업을 챙기고 있다. 이들 형제는 남양유업을 비롯해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지 않고 있다. 또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적도 없다. 

'은둔의 형제'가 뉴스의 주목을 받은건 지난해 3월 홍진석 상무가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되면서 부터다. 업계에선 이를 두고 3세 경영이 본격화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홍두영 명예회장 타계 이후 남양유업은 지금까지 소유와 경영을 철저하게 분리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데 작은 변화의 기운이 감지된 것이다.

이런 가운데 2014년 4월 대표이사로 취임해 4년간 남양유업을 이끌었던 이원구 대표가 지난해 12월30일자로 정년퇴임을 했다. 뒤를 이어 경영관리 총괄본부장인 유용준 상무가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남양유업 오너일가는 보수적이기 때문에 일단 착실하게 경영수업부터 선행된 뒤 승계작업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며 "2세 홍원식 회장 체제에서는 소유와 경영을 철저하게 분리했지만 장남이 경영전면에 배치된만큼 오너경영이 재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신은주·임유정 기자  wiselim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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