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8.4.26 목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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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증금 감당못해 2년마다 눈물 이사···'전셋집 내쫓김'도 막는다억울 세입자 예방 지킴이 ‘하마들’ 7인 “주거 젠트리피케이션 매뉴얼도 제작”
‘하마들’은 이태원 등과 같은 외국인 상인들이 밀집되어 있는 지자체를 설득해 매뉴얼을 최대한 많은 상인에게 전하는 등 임차 상인에 대한 권리 침해 예방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왼쪽부터 지하나··정현석·구본기·김보민·최창근. /문인영 기자 photoiym@gmail.com

“2월에는 외국인 임차 상인을 위한 영문판 매뉴얼이 나옵니다.”

2030청년 7명으로 구성된 안티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둥지 내몰림) 모임 ‘하마들’이 이번에는 외국인을 위한 젠트리피케이션 매뉴얼 책자를 내놓는다.

구본기 구본기생활경제연구소 소장, 출판사 유음의 정현석 발행인·최창근 편집장·김보민 편집인, 지하나 디자이너, 디자인스튜디오 둘셋의 방정인·홍윤희 디자이너는 지난해 9월 임차 상인을 위한 ‘젠트리피케이션 매뉴얼’을 발간했고, 이번엔 외국인용 매뉴얼을 선보인다. 하마들을 지난 연말 서울 연남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들은 영문판을 기획하게 된 이유에 대해 “국내 임차상인보다 외국인 임차상인이 법적 보호력이 상대적으로 더 취약하다”고 하나 같이 입을 모았다. 이 때문에 기존에 있던 매뉴얼을 그대로 번역만 해서는 외국인 임차상인들에게 100%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아 번역본이 나오면 외국인 임차상인을 직접 찾아가 시뮬레이션도 할 예정이다고 했다.

정현석(23) 유음 발행인 겸 대표는 “외국인은 국내 법이 더욱 낯설 수밖에 없으니 건물주의 말 한마디에 제대로 대응도 못하고 내쫓기는 경우가 잦다”라며 “이태원 등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외국인을 위한 영문판 매뉴얼 제작은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할 일이기에 준비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창근(27) 편집장은 “원고 내용을 보여주고 궁금한 점이 있으면 추가할 것이고,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 있으면 수정 보완할 것이다”라며 “한국에 처음 들어와 장사를 준비하면서 어려웠던 것 까지 일일이 조사해 꼼꼼히 채워 넣을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목차도 외국인 상인들이 보기 편하게 바꾸고 내용도 개정판에 준하는 내용으로 수정해서 조정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유음에서 편집을 담당하고 있는 김보민(26)씨는 “젠트리피케이션 문제을 보면 당사자와 당사자가 아닌 사람으로 단순 구분을 많이 한다. 이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모든 사람이 카페나 식당, 동네 미용실 등을 실제 자주 이용하는데 오랫동안 다니던 그런 가게들이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것을 보면서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간접적인 피해자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쫒겨난 사람들만 당사자가 아니라 상점 이용자들도 그곳이 사라짐으로 인해서 간접적으로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심어줄 것이다”라고 말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구본기 구본기생활경제연구소장, 최창근 유음 편집장, 김보민 유음 편집인, 지하나 유음 디자이너, 정현석 유음 발행인, 방정인 디자인스튜디오 둘셋 디자이너. /문인영 기자 photoiym@gmail.com

팀의 막내인 지하나(19) 디자이너는 “저는 일이 있을땐 모여서 공동 작업을 하고 평일에는 카페알바를 하고 있다”라며 “어린 나이지만 이렇게 사회 참여를 하는 것에 대해 크게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나의 공통된 생각으로 모인 사람들끼리 사회를 위해서 뭔가를 할 수 있고 나도 힘을 보탤수 있다는 것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낀다”고 덧붙였다.

정 대표는 “아무래도 가난한 출판사다 보니 대부분 투잡을 뛰고 있다”며 “2월에 나올 영문판도 매뉴얼은 텀블벅 펀딩을 통해 인쇄비를 마련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출판물이 시장성이 없다는 것을 먼저 제작된 매뉴얼을 통해서 실감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분명히 누군가는 이것을 해야하고 저희가 시작을 했으니 수면위로 끌어올려 앞으로 지속적으로 사회문제에 대해서도 참여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날 인터뷰에선 젠트리피케이션을 직접 겪은 디자이너 방정인(26)씨도 함께해 생생한 체험담을 들을 수 있었다.

서울 용산구 해방촌에서 홍윤희(26) 디자이너와 함께 디자인스튜디오 둘셋을 운영하는 방씨는 작년 5월까지만 해도 새 건물주로부터 쫒겨날 위기에 처했었다. 당시 건물주는 방씨를 쫒아내기 위해 월세 입금계좌를 바꿨다. 임차인이 월세를 3차례 이상 연체하면 임대인은 남아 있는 계약 기간과 상관없이 임대차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상가법)’을 악용한 것이다. 이들에게 상가법 상담을 해준 이는 바로 구본기 소장이었다.

구 소장을 통해 새 건물주가 와도 기존의 임대차 계약은 그대로 유효하다는 것, 채권자가 변제를 받지 않아도 공탁소에 공탁해 채무를 면하는 변제공탁 제도가 있다는 것도 그때서야 알았다.

방씨는 “해방촌에서는 실제 이런 건물주의 횡포를 주변에 쉽게 찾아 볼수 있다”며 “직접적으로 쫒아내지는 않더라도 저희와 같은 방법으로 내쫒기는 상인들이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대부분의 당사자들은 피곤해서 그냥 나간다”며 “2월에 외국인을 위한 매뉴얼책자가 나오면 근방 외국인들이 운영하는 상점에 매뉴얼을 나눠줘 그들에게도 직접적으로 도움을 줄 생각이다”고 덧붙였다.

하마들은 올 한해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에 맞춰 개정판과 함께 ‘주거 젠트리피케이션 매뉴얼’도 제작할 예정이다라고 운을 뗐다.

김씨는 “저 같은 경우도 2년에 한 번씩 이사를 했는데 이사할때마다 짐이 생긴다는 핑계로 책을 잘 안사게 되더라”면서 “출판사들도 그런 측면에서 주거 젠트리피케이션의 피해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구본기(34) 생활경제연구소장은 “주거이동에 따른 임차인의 주거불안이 심각하다”며 “계약갱신청구권, 임대료 인상률 상한제 도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계약갱신 청구권을 도입해서 6년까지는 살게 해주자는게 전문가들과 시민단체의 의견이지만 복잡한 이해관계속에서 실행되기는 매우 힘들다”며 “정부의 굳은 의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의 다음 프로젝트는 이런 것을 토대로 강의와 함께 출판물을 낼 예정이다.

2030청년 7명으로 구성된 안티젠트리피케이션 모임 ‘하마들’은 2월에 외국인 임차 상인을 위한 ‘젠트리피케이션 대응 매뉴얼’을 선보일 예정이다. 왼쪽부터 구본기, 최창근, 방정인, 김보민, 지하나, 정현석씨. 홍윤희 디자이너는 개인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했다. /문인영 기자 photoiym@gmail.com

매뉴얼의 판매 채널에 대한 고충도 털어놨다. 정 대표는 “현재 온라인은 인터넷서점 ‘알라딘’에서, 오프라인은 독립책방인 부산의 '오늘의 산책' '부끄러움', 서울은 '현대인디북스' '책방 연희'에서만 판매하고 있지만 많은 양이 판매되지는 못했다”면서 “올해 법개정안에 맞춰 매뉴얼 개정판을 만들어야 하는데 비용문제가 가장 걱정된다”고 말했다. 

하마들은 지자체 쪽에서도 관심을 가졌으면 했는데 현재로서는 그렇지 못하고 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최 편집장은 “한 예로 매뉴얼 책자가 나오고 얼마 안돼서 한 지자체에 젠트리피케이션 예방교육을 건의해 봤는데 거절하더라, 반면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지자체 다른 담당자가 전화해 자문을 구하려고 따로 연락이 왔다”며 “같은 업무영역에서도 엇박자가 심한 걸 몸소 체득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모바일 플랫폼인 ‘요기요’나 ‘배달의 민족’에도 요청을 해볼 생각이다”라며 “이곳 플랫폼들이 거래하는 곳들이 오래 장사해야 수익이 나고 안정적인으로 플랫폼을 운영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점들에 대해 공감한다면 같이 유통을 도와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봤다”고 말했다.

정창규 기자  kyoo78@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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