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8.4.26 목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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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다, 참신하다, 유쾌하다···'오페라 넘사벽' 깨뜨린 젊은 라유 9총사라디오 공개방송 형식 도입한 사연 읽어주는 오페라 갈라 콘서트 대성황
소프라노 석수빈(왼쪽)과 메조소프라노 김하늘이 26일 서울 영등포구 영산아트홀에서 열린 '아름다운 음악 그리고 당신-사연 읽어주는 오페라 콘서트'에서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중 수잔나와 마르첼리나의 이중창 '니가 먼저 가, 앙큼한 계집애야'를 부르고 있다. /문인영 기자 photoiym@gmail.com

#1. 크리스마스에도 출근시키는 노처녀 부장님의 히스테리에 대처하는 방법을 알려달라는 사연을 읽자, 석수빈과 김하늘이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에 나오는 ‘저는 당신의 하녀입니다, 빛나는 마님이여(Via, resti servita, madama brillante)’ 이중창을 부른다. 수잔나와 마르첼리나가 서로 비꼬는 말투로 가시 돋힌 말을 주고 받는 장면이지만, 노처녀 부장과 신입 여사원의 말싸움으로 상황을 살짝 변환시켰다. ‘니가 먼저가, 앙큼한 계집애야’라는 친절한 한국식 해설 가사를 곁들여 귀에 쏙쏙 박힌다.

바리톤 이용, 소프라노 박소아, 테너 이현재, 소프라노 최은혜(왼쪽부터)가 26일 서울 영등포구 영산아트홀에서 열린 '아름다운 음악 그리고 당신-사연 읽어주는 오페라 콘서트'에서 오페라 '라보엠' 중 두 커플의 이중창 '우리 정말 이렇게 끝나는 건가! 안녕, 달콤한 아침'을 노래하고 있다. /문인영 기자 photoiym@gmail.com

#2. “비록 지금은 힘들어도 끝까지 함께하고 싶은데 남자친구는 제게 이별을 말할 것 같습니다. 전 어떻게 해야할까요?”라는 아픈 청춘의 사연이 이어지자, 최은혜와 이현재가 푸치니 ‘라보엠’의 주인공 미미와 로돌프가 되어 ‘우리 정말 이렇게 끝나는 건가! 안녕, 달콤한 아침(Dunque e proprio finita! addio, dolce svegliare)’이라고 가슴 아프게 노래한다. 이윽고 무제타 박소아와 마르첼로 이용의 목소리가 끼어들며 4중창을 선보인다. 두 커플의 이별 이유는 다르다. 로돌프는 병색이 깊어가는 미미에게 아무것도 해줄수 없는 자신의 가난한 처지 때문에 그녀를 놓아주고, 마르첼로는 무제타가 다른 남자를 유혹했다는 이유로 크게 다툰 후 헤어진다.

재미있다, 참신하다, 유쾌하다. 어렵고 엄숙하게만 느껴졌던 ‘오페라 넘사벽’을 보란듯이 깨뜨렸다. 정곤아·박소아·석수빈·최은혜·김하늘·박효주·이현재·이용·양석진 등 젊은 성악가 9명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멋진 무대를 만들었다. 서로 머리를 맞대고 직접 콘티를 짜고, 대본을 쓰고, 아리아를 고르고, 연기를 하고, 노래를 부르는 집단 창작의 파워를 보여줬다.

라벨라앤유(LaBella&You·이하 라유)는 2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영산아트홀에서 ‘아름다운 음악 그리고 당신’이라는 타이틀로 사연 읽어주는 오페라 콘서트를 열었다

라유는 라벨라 오페라단의 오페라 스튜디오에서 처음 만나 실력을 갈고 닦은 젊은 피들이 모인 단체다. 내일이 기대되는 유망주 그룹이다.

우선 공연 형식이 신선했다. 모차르트, 도니제티, 비제, 베르디, 푸치니의 유명 오페라 레퍼토리를 공개라디오 방송 형식을 빌려 사연으로 소개해주고 잇따라 아리아를 부르는 이색 음악회였다. 한편의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듯 흥미만점이다. 

지난 6월 첫선을 보였던 방송 콘셉트 스타일을 더 업그레이드해 선보였다. 콘서트 곳곳에 재미있는 사연과 상황에 딱 맞는 노래가 절묘하게 매치됐다.

소프라노 석수빈(왼쪽)과 메조소프라노 박효주가 '피가로의 결혼' 중 수잔나와 케루비노의 이중창 '열어, 빨리 열어봐!!'를 부르고 있다.  피아노 반주는 최수진이 맡았다. /문인영 기자 photoiym@gmail.com
테너 이현재(왼쪽)와 소프라노 박소아가 '사랑의 묘약' 중 네모리노와 아디나의 이중창 '랄라랄라...넌 비웃겠지만 두고봐'를 부르고 있다. 피아노 반주는 최수진이 맡았다. /문인영 기자 photoiym@gmail.com
메조소프라노 박효주(왼쪽)와 소프라노 정곤아가 '코지 반 투테' 중 도라벨라·피오르딜리지 자매의 이중창 '난 저 남자 찜했어!'를 노래하고 있다. 피아노 반주는 최수진이 맡았다. /문인영 기자 photoiym@gmail.com

예비군 훈련을 마치고 라면 먹으러 여자친구 자취집에 갔다가 갑자기 들이닥친 여친 아빠 때문에 난감했을 때엔 석수빈과 박효주가 '피가로의 결혼'에 나오는 '열어봐, 빨리 열어!'를 부르고, 술먹고 헬레레 상태로 퀸카에게 고백했다 보기좋게 딱지맞을 땐 이현재와 박소아가 '사랑의 묘약' 중 '랄라랄라랄라...넌 비웃겠지만 두고봐!'를 노래한다. 또 클럽에 놀러간 자매가 헌팅남에게 홀딱 반해버린 상황에서는 박효주와 정곤아가 '코지 판 투테'에 나오는 '난 저 남자 찜했어!'를 연주한다. 

메조 소프라노 김하늘(왼쪽)과 소프라노 정곤아가 26일 서울 영등포구 영산아트홀에서 열린 '아름다운 음악 그리고 당신-사연 읽어주는 오페라 콘서트'에서 고민상담 코너를 진행하고 있다. /문인영 기자 photoiym@gmail.com

관객을 무대로 초청해 연애 고민상담을 해주는 코너도 마련했다. 김하늘이 잘 나가는 연애 칼럼니스트로 변신해 관객에세 속시원하게 소개팅 백전백승 비법을 알려주면서 '카르멘'의 '하바네라'로 분위기를 돋웠다. 

소프라노 박소아(왼쪽)와 석수빈이 '마술피리' 중 밤의 여왕 아리아 '내 마음속에 지옥의 복수가 끓어오른다'를 노래하고 있다. 피아노 반주는 최수진이 맡았다. /문인영 기자 photoiym@gmail.com
베이스 양석진이 '사랑의 묘약' 중 약장수의 아리아 '여러분 들어봐요'를 노래하고 있다. 피아노 반주는 최수진이 맡았다. /문인영 기자 photoiym@gmail.com

광고방송도 효과적으로 사용해 '핵잼'을 선사했다. 모차르트 ‘마술피리’에 나오는 ‘밤의 여왕 아리아’를 ‘너의 목소리가 보일듯말듯 보이지 않는 불후의 판타스틱 팬텀 히든 듀오’의 대결이라는 TV프로그램 소개 형식으로 선보였다. 박소아와 석수빈 두 소프라노의 고음대결에 관객들은 눈을 떼지 못했다.

라유의 든든한 맏형인 베이스 양석진은 도니제티의 ‘사랑의 묘약’에 나오는 약장수의 아리아 '여러분 들어봐요'를 부르며 만병통치약 판매에 열을 올려 환호를 받았다. 이어진 인터미션 시간에 실제로 두 밤의 여왕과 함께 만병통치약 판매를 하기도 했다.

소프라노 최은혜(왼쪽)와 바리톤 이용이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중 루치아와 엔리코의 이중창 '이리와라 루치아...창백해진 내 얼굴'을 노래하고 있다. /문인영 기자 photoiym@gmail.com
바리톤 이용(왼쪽)과 소프라노 정곤아가 '라 트라비아타' 중 비올레타와 제르몽의 이중창 '내겐 천사같은 딸이 있는데...'를 노래하고 있다. /문인영 기자 photoiym@gmail.com

예나 지금이나 사랑하는 남녀 사이를 반대하는 슬픈 이야기는 항상 우리를 울린다. 서로 다른 오페라지만 비슷한 두 이야기를 비교한 무대도 흥미로웠다. 최은혜와 이용은 도니제티의 '람메르무어의 루치아'에 나오는 루치아와 엔리코의 이중창 '이리와라 루치아...창백해진 내 얼굴'을 선보였다. 그리고 정곤아는 이용과 호흡을 맞춰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에 나오는 비올레타와 제르몽의 이중창 '내게 천사같은 딸이 있는데...'를 불렀다. 이용은 한 무대에서 사랑 훼방꾼을 동시에 맡은 셈이다.

26일 서울 영등포구 영산아트홀에서 열린 '아름다운 음악 그리고 당신-사연 읽어주는 오페라 콘서트'에서 출연자 모두가 다같이 '피가로의 결혼'의 피날레 '아, 모두가 만족해요'를 노래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현재, 박소아, 석수빈, 정곤아, 박효주, 김하늘, 최은혜, 양석진, 이용. /문인영 기자 photoiym@gmail.com
이강호 예술총감독(왼쪽에서 다섯번째)이 출연자 모두와 함께 전인권의 '걱정말아요 그대'를 노래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현재, 박소아, 석수빈, 최은혜, 이 감독, 정곤아, 박효주, 김하늘, 이용, 양석진. /문인영 기자 photoiym@gmail.com

피날레는 출연자 9명이 모두 무대에 나와 '피가로의 결혼'에 나오는 '아 모두가 만족해'를 불렀다. 콘서트가 끝난뒤 이강호 라벨라 오페라단 단장도 무대에 올라 감사인사를 했고, 모두 다함께 전인권의 '걱정말아요 그대'를 합창하며 막을 내렸다.

공연을 본 관객들은 "젊은이들의 패기와 신선함을 느낄 수 있는 공연" "특별한 구성으로 지금껏 한 번도 보지 못한 재미있는 오페라" "오페라를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이해가 쉬운 공연"이라고 찬사를 쏟아냈다.

라유 뒤에는 예술총감독 이강호, 음악코치 장은혜, 연출 이효석, 피아노 최수진의 도움이 있었다. 12월에 더할 나위 없는 음악선물을 선사했다.

민병무 기자  joshuamin@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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