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8.4.25 수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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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서 겔포스·스멕타 구입 결국 내년으로 넘어갔다약사들 반발로 안전상비의약품 확대 논의 1월로 연기...안전성 vs 편의성 '충돌'
국민 편의를 위해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을 늘리자는 여론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집회를 펼치는 등 약사들이 반대 목소리를 더욱 높여가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편의점 의약품 확대 결정을 내년으로 연기하기로 했다. /양문숙 기자 photoyms@seoulmedia.co.kr

A씨는 편의점에서 두통약 등을 자주 구매한다. 편의점은 동네 어디에나 있는데다가 휴일에도 문을 열기 때문에 이용이 편리하다는 이유다. 또 편의점의 경우 타이레놀 등 유명 제약사의 약을 비치해 놓아서 오히려 신뢰할 수 있지만 일부 약국에서는 특정 브랜드를 말하지 않으면 인지도가 낮은 제약회사의 두통약을 건네주는 일도 있다.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이야 약국에서 구매한다고 하지만 일반의약품의 경우에는 약사가 따로 복용설명을 해주는 일도 드물기 때문에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것이 낫다는 입장이다.

국민 편의를 위해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을 늘리자는 여론에도 불구하고 자해소동에 이어 거리로 나와 대규모 집회를 펼치는 등 약사들이 반대 목소리를 더욱 높여가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편의점 의약품 확대 결정을 결국 내년으로 연기하기로 했다.

1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안전상비의약품 지정심의위원회는 20일 6차 회의를 열고 품목조정안에 대한 논의를 재개할 방침이었으나, 대한약사회 대표위원으로 참여 중인 강봉윤 정책위원장이 참여를 거부하고 있어 무산됐다.

복지부는 우선 회의 개최를 연기하고, 약사회를 상대로 설득에 나서는 한편 내년 초께 6차 회의 일정을 조율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약사회의 조직적 반대는 갈수록 더 심해지고 있다. 약사회는 지난 17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효자동치안센터 앞에서 시위를 열었다. 이날 전국에서 모인 약사 1000여명은 "안전상비약 품목을 확대하면 약제사고와 부작용이 증가할 것이다"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또 '편리성 추구하면 국민건강 절단된다'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지난 2012년 도입된 안전상비의약품 제도는 약국이 문 닫는 심야·공휴일 등에 소비자들의 의약품 접근성 등 편의를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도입 당시는 물론 현재까지도 수많은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편의성-안전성 논란을 거듭하고 있다.

약사회 관계자는 "전문자격증을 갖지 못한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 의약품을 판매하면 국민 건강에 위협이 된다"면서 "2012년부터 13종 안전상비의약품 부작용 보고건수는 124건에서 368건으로 대폭 늘었고, 특히 두통약 타이레놀 주성분 '아세트아미노펜' 부작용이 심해 6명이 사망하기도 했다"고 설명하며 안전성을 강조했다.

대한약사회는 지난 17일 오후2시 서울 종로구 효자동치안센터 앞에서 시위를 열었다. 이날 전국에서 모인 1000명 가량 약사들은 "안정상비약 품목을 확대하면 약제사고와 부작용이 증가할 것이다"라고 입을 모았다. /사진제공=대한약사회

현재 편의점에서는 해열진통제와 감기약, 소화제, 파스 등 비교적 가벼운 증상에 환자가 스스로 판단해 쓸 수 있는 4개 종류 13개 제품이 판매된다.

그러나 지난해 복지부가 실시한 연구 용역 결과 편의점 판매약의 품목 수를 두고 응답자의 절반 정도는 "현 수준이 적정하다"고 대답했으며 "더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43%로 조사됐다.

정부는 이를 토대로 올해 초 안전상비의약품 지정심의위원회를 꾸려 품목 조정을 검토하기 시작했고, 논의 과정 중 속쓰림을 누그러뜨리는 제산제와 설사를 멎게 하는 지사제를 편의점에서 추가로 판매할 수 있게 허용하는 방안이 거론됐다. 이 경우 보령제약의 '겔포스'와 대웅제약의 '스멕타'가 편의점 판매 유력 약품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지난 4일 열린 5차 심의위원회 회의에서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의약품 품목 조정을 최종 결정하기로 했지만 품목 확대에 반대하는 약사회 추천위원의 자해로 중단됐고 20일 예정된 회의도 무산됐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내년 1월 중 안전상비의약품 심의위원회 6차 회의를 열고 편의점 의약품 확대를 결정하겠다는 계획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편의점 의약품 확대 결정을 이달까지 결정키로 했지만 약사회의 반대로 내년 1월 중 열릴 심의위원회에서 진행될 예정이다"라며 "다음 회의에서 마무리된다면 종료되겠지만 만약 논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요구에 따라 더 논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민 편의를 위해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을 늘리자는 여론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집회를 펼치는 등 약사들이 반대 목소리를 더욱 높여가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편의점 의약품 확대 결정을 내년으로 연기하기로 했다. /양문숙 기자 photoyms@seoulmedia.co.kr

한편 온라인커뮤니티에서는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 확대에 반대하는 약사들의 집단이기주의가 심하다는 지적이다.

한 누리꾼은 "약국 문이 열려있는 시간에는 굳이 비싼 편의점 약을 살 이유가 없다"면서 "야간, 공휴일, 주말에는 약국에 갈 수 없기 때문에 편의점 약을 구매하는 것인데 편의점 약 판매를 금지하는 것은 너무 이기적인 것 같다"고 꼬집어 말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약국에서 일반의약품을 구매할 때에도 약의 안전성이라든지 복용 안내는 따로 해주지 않는다"면서 "약사들은 편의점 약에 대해 안전성을 문제 삼고 있지만, 그 주장에 당당하기 위해선 약국에서의 일반의약품 복용안내 등에 대해서도 철저히 관리돼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속쓰림을 자주 겪는다는 한 누리꾼은 "심야에 속이 쓰려 편의점에서 겔포스를 구매하려 했더니 없다고 해서 놀랐다"면서 "제산제와 지사제 정도는 편의점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게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언급했다.

신은주 기자  44juli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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