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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맥' 한잔 하면서 '작가번개' 700번···동네책방의 유쾌한 반란'북바이북' 김진아 대표 "온라인 콘텐츠의 오프라인화로 새바람...문화 허브 역할 뿌듯"
북바이북 김진아 대표가 "동네책방을 단순히 서적을 판매하는 공간이 아닌 콘텐츠를 유통하는 문화 허브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말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양문숙 기자 photoyms@seoulmedia.co.kr

“책을 많이 읽지 않는 책방주인이 떡하니 서점을 운영하는 뻔뻔함을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요(웃음).”

서울 마포구 상암동 DMC(디지털미디어센터)단지 뒷골목에 위치한 동네책방 ‘북바이북(book by book)’. 서점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술 먹는 책방’ ‘서점계의 심야식당’ 등 수많은 별명이 붙으며 유명해진 핫플레이스다. ‘책맥(책+맥주)’ ‘북맥(book+맥주)’ 열풍을 몰고온 진원지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부어라 마셔라’하는 그런 선술집을 연상하면 큰 오산이다. ‘책맥’은 맥주를 마시며 피로를 녹이고, 또 독서를 하며 세상에 대한 식견를 넓혀갈 수 있다는 점에서 지적 갈증을 해소하고자 하는 현대인의 욕망을 풀어주는 곳이다.

25평 남짓한 이 작은 책방은 오전에는 조용한 음악이 흘러나오는 북카페 분위기를 자아내지만 저녁을 기점으로 새로운 장소로 탈바꿈한다.

25평 남짓한 동네책방 '북바이북'은 오전에는 조용한 음악이 흘러나오는 북카페 분위기를 자아내지만 저녁을 기점으로 새로운 장소로 탈바꿈한다. 바로 매일 저녁 7시30분에 열리는 작가번개가 그것. 창업 4년 동안 주말을 제외하곤 한 번도 빠짐없이 진행된 작가와의 만남은 최근 700회를 훌쩍 넘어섰다. 참여 독자인원만 1만여 명이 넘는다. /양문숙 기자 photoyms@seoulmedia.co.kr

바로 매일 오후 7시30분에 열리는 '작가 번개'가 그것. 창업 4년 동안 주말을 제외하곤 한 번도 빠짐없이 진행된 작가와의 만남은 최근 700회를 훌쩍 넘어섰다. 참여 독자인원만 1만여 명이 넘는다.

또 시, 그림, 음악 등 갖가지 강좌나 라이브 공연 등도 열리는데 기존 작가와 독자의 거리를 좁히고 일상생활에서 책을 쉽게 접하게 되는 긍정적 현상을 가져왔다. 단순히 책만 파는 동네 책방을 넘어서 문화 허브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책맥=문화’ 붐(열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주인공인 김진아(42) 북바이북 대표를 지난 12일 만났다. 이곳 서점의 애칭인 ‘술 먹는 책방’은 북바이북 공동창업자이자 김 대표의 동생인 진양(38)씨가 쓴 동네책방 창업기의 책제목이다.

두 사람은 지난 2013년 10월 상암동에 첫 번째 매장을 열었다. 그리고 올 5월 진양씨는 판교에 서점을 새로 오픈하고 또다른 실험을 하고 있다.

◆ “퇴근후 책 한잔 하고 가세요”

“저희는 문제집이나 참고서는 팔지 않아요.”

김 대표는 “북바이북을 찾는 고객 연령층은 20대 후반부터 40대 초반 직장인이다”라며 기존 서점과는 다른 길을 걷고 있다고 했다. 돈이 되는 문제집과 참고서를 아예 판매하지 않는다.

“수익만을 생각 했다면 서점을 안했을 겁니다. 수익 면에서나 시장규모 면에서는 작은 시장이에요. 하지만 저희는 콘텐츠 유통 측면으로 이 시장을 바라보고 있어요.”

사실 김 대표는 인터넷 포털 다음커뮤니케이션에서 10여년 간 온라인 콘텐츠 유통 사업을 담당했다. 5년전 같은 직장에서 콘텐츠 기획자로 일하던 진양씨가 먼저 과감히 사표를 던지면서 북바이북의 기본구상안이 세워졌다. 그리고 동생을 따라 김 대표도 회사를 박차고 나와 구상했던 콘텐츠를 하나하나 풀어놓기 시작했다. 참 용감한 자매들이다.

북바이북 김진아 대표가 "책을 책으로만 보지 않고 콘텐츠의 하나로 보았기 때문에 다양한 각도로 동네책방을 접근할 수 있었다"며 환하게 웃고 있다. /양문숙 기자 photoyms@seoulmedia.co.kr

“창업을 결심한 후 동생과 사업계획을 세우는데 일주일 밖에 안 걸렸어요. 러프(rough)해 보일수도 있었지만, 여러 장치나 구상해 놓은 계획을 실패 없이 5년간 잘 펼쳤던 것 같아요. 운이 좋았죠.”

김 대표는 책을 책으로만 보지 않고 콘텐츠의 하나로 보았기 때문에 다양한 각도로 접근할 수 있었다. 작가와 뮤지션을 부르고, 맥주를 마시고, 독자들끼리 감상을 공유하는 이색서점은 이렇게 탄생했다.

“온라인에서 해왔던 일들을 오프라인으로 바꿨을 뿐인데 재미있어 해요. 이상하게 저희 눈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동일한 속성으로 비슷하게 보였어요. 의외로 기존 업계에서나 소비자들은 전혀 다른 것으로 생각하고 계셨더라고요. 예를 들자면 온라인에서 댓글이 달린다면 이곳에서는 인기 있는 책들에 ‘책꼬리(책을 읽은 독자가 책 추천평을 책갈피 등에 남기는 것)’가 꽂혀요. 다른 고객에게 책을 추천하는 효과가 크죠. 책꼬리를 남긴 고객은 무료로 커피를 마실 수 있고요.”

샀던 책을 되팔면 포인트 제공을 하자는 아이디어도 구체화했다. 현재 중고서적만 모아놓은 코너도 따로 운영하고 있다. 되사들인 중고책은 70%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책 두 권을 사면 커피 한 잔을 무료로 마실 수 있어요. 책을 살 때마다 5%씩, 다 읽은 책을 되팔면 책값의 80%가 적립된 포인트로 다양한 음료나 맥주를 마실 수도 있어요. 굳이 할인받을 수 있는 온라인 서점을 찾지 않고 우리 책방을 찾는 고객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생각해낸 아이디어에요.”

◆ 서점이라는 플랫폼에 책은 좋은 콘텐츠

저자와의 만남이 수시로 열리는 작가 번개는 이곳의 가장 큰 특징이다. 지금은 작가 번개를 했거나 예정된 저자들의 책만 모아놓은 코너도 생겼다. 이미 두달치 번개 스케줄이 잡혀있을 정도로 작가들의 호응도 높다.

“신간과 구간을 가리지 않고 작가를 섭외하고 있어요. 저희가 읽고 너무 좋아서 혹은 소개하고 싶으면 곧바로 접촉하지요. 저희도 배우고 싶거나 또 잘 몰랐는데 이번에 공부하고 싶은 책의 저자들을 직접 찾아 연락도 하고요. 작가 번개가 인기를 끌면서 출판사에서도 많이 도와주고 있어요.”

온라인에서 댓글이 달린다면 '북바이북'에서는 인기 있는 책들에 ‘책꼬리(책을 읽은 독자가 책 추천평을 책갈피 등에 남기는 것)’가 꽂힌다. 다른 고객에게 책을 추천하는 효과는 크다. 책꼬리를 남긴 고객은 무료로 커피를 마실 수 있다. /양문숙 기자 photoyms@seoulmedia.co.kr

가장 기억에 남는 작가로는 ‘남해의 봄날’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는 정은영 대표를 꼽았다.

“첫 번째 주인공이었어요. 통영에서 출판사를 운영하지만 책방도 운영하고 있는 정 대표는 ‘내 작은 회사 시작하기’라는 책의 저자이기도 해요. 그래서 저희도 창업을 시작하는 입장에서 꼭 모시고 싶었어요. 지방에 있었기 때문에 섭외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흔쾌히 응해주셔서 첫 강의임에도 불구하고 좌석과 책이 매진됐어요. 특히 그날 행사의 책 판매량은 현재까지의 톱5에 들어갈 정도로 첫 스타트를 기분 좋게 끊어주었어요.”

북바이북을 찾는 손님이 늘어난 시점은 지난 2015년. 진양 씨가 쓴 ‘술 먹는 책방’이라는 책 덕분이다. 책은 날개 돋힌듯 팔렸고, 책방도 덩달아 주목받기 시작했다. 또 비슷한 콘셉트의 동네 책방들이 우후죽순 생겨나서 긴장도 할법한데 김 대표의 시선은 다른 곳에 집중돼 있다.

◆ 동네책방, 온라인서점과 대형서점 사이 차별성 띄어야

“사실은 여전히 작은 책방들이 생기는 건 힘이 생기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다른 동네 책방과의 경쟁은 중요한 것 같지는 않아요. 저는 여전히 온라인 서점이나 대형서점 사이에서의 차별성에 관심이 많아요. 여기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느냐 없느냐가 지속가능한 서점운영에 도움이 되죠.”  

그동안 콘텐츠 기획과 사업을 하던 자매는 늘 새로운 사업모델을 고민하고 있다. 지난달 초에는 ‘북바이북 ToGo 제주’를 개최했다. 김연수, 임경선, 김하나 작가와 뮤지션 ‘짙은’을 포함해 7명 예술가와 함께 제주도에서 1박 2일 동안 릴레이 강의를 했다. 독자 100여명이 함께했다. 보통 이런 이벤트는 대형 서점에서 진행하지만 개인 서점으로는 굉장한 도전이었다. 예상외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가져갔던 책도 완판했다.

김 대표는 단순히 책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책을 읽고 영감을 받는 과정, 즉 경험 자체를 다각도로 확대할 수 있는 것이 있으면 뭐든 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콘텐츠를 유통하는 플랫폼 사업자 입장에서는 새로운 콘텐츠 경험들을 소비자들에게 주고 싶어요. 지금은 문을 닫았지만 작년 말까지 진행했던 북스테이(서점 인근 숙소에서 하루 자면서 밤새 작가와 이야기하는 프로그램)도 그런 프로그램 중 하나에요.” 

김 대표는 다음커뮤니케이션에 있을 때는 오프라인 콘텐츠를 온라인으로 가져오기 위해 노력했는데, 요즘은 반대로 온라인 콘텐츠를 다시 오프라인화 하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김진아 대표는 "지난달 초에는 ‘북바이북 ToGo 제주’를 개최했다"며 "김연수, 임경선, 김하나 작가와 뮤지션 ‘짙은’을 포함해 7명 예술가와 함께 제주도에서 1박 2일 동안 릴레이 강의를 했는데 반응은 폭발적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양문숙 기자 photoyms@seoulmedia.co.kr

“저희가 온라인 출신이다 보니 오프라인에서 무엇을 할 때 두려움 없이 훅 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냥 해보자 식으로 모르고 하는 경우가 많아서 오히려 기존에 이 사업을 하셨던 분들이 못하던 것을 해낸 경우가 많죠. 하지만 요즘엔 반대로 온라인 관련 일을 할 때 오히려 너무 많이 알아서 엄두를 못내는 게 있어요. 주의깊게 온라인에 접근하지 않으면 대형사들 사이에서 힘들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조심 또 조심하고 있어요.”

◆ 내년 북클럽 운영 및 POD 사업 해보고 싶다

김 대표는 내년에 커뮤니티사업인 오프라인 ‘북바이북원클럽’을 운영할 생각이다.

“다른 서점들은 북클럽을 운영하고 있는데, 저희는 5년 동안 단발성으로 해봤지만 제대로 된 북클럽을 운영한 적은 없어요. 저희 쪽에서는 커뮤니티 영역은 어려운 영역이라고 생각해 3~4년간 매일 행사를 하면서 노하우를 습득했고 이제 시작해도 될 단계에 접어든 것 같아요.”

끝으로 김 대표는 이번 인터뷰를 통해 구체적으로 해보고 싶은 일이 생각났다고 했다. 바로 ‘북 에스프레소 서비스’다. 국내에서는 ‘POD(주문형 인쇄) 서비스’로 불리고 있다. 즉 책을 주문하면 20분 내로 책이 만들어주는 즉석 서비스다. 일종의 3D프린트와 흡사하다. 문제는 기계값이 만만찮다는 것. 그래서 요즘은 어디를 가든 출판쪽 사람이 있으면 다가가 이야기를 하고 다닌단다.

“공공기관도 좋고 일반업체도 좋아요. 누군가가 인터뷰 기사를 보시고 ‘책 진흥발전’을 위해 테스트해보고 싶으면 연락 주셨으면 좋겠어요. 출판플랫폼은 서비스랑 엮이지 않으면 사실은 시장이 한 번에 커지지 않아요. 저는 좀 자신이 있어요. 국내에 잘 반영된 기술이 있다면 저희가 구축해왔던 서비스와 접목을 해보고 싶어요.”

정창규 기자  kyoo78@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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