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7.12.13 수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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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회 칼럼] 향기나는 말과 악취나는 말
송영무 국방장관이 최근 귀순한 북한군 병사가 목숨을 걸고 탈북한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방문했다가 “미니스커트는 짧을수록 좋다”는 엉뚱한 소리를 해서 구설에 휘말리는 곤욕을 치렀다. /여성경제신문 자료사진

―말은 신중해야합니다. 정치인은 더욱 그렇습니다. 향기 나는 말이 아니라도 악취는 나지 말아야합니다. 그것이 말의 품격입니다―

송영무 국방장관이 귀순한 북한군 병사가 목숨을 걸고 탈북한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방문했다가 “미니스커트는 짧을수록 좋다”는 엉뚱한 소리를 해서 구설에 휘말리는 곤욕을 치렀습니다.

인사말 중에 나온 실언으로 보이지만 다분히 ‘마초근성’을 여지없이 드러낸 해프닝이 아니었던가 싶습니다. 이틀 뒤 발사될 북한의 미사일 정보는 낌새도 못 챈 채 적진의 눈앞에서 한가롭게도 미니스커트 발언으로 좌중을 웃긴 국방장관의 체면이 어쩐지 딱해 보입니다.

말은 머릿속에 갖고 있는 생각을 표현하는 수단입니다. 만물의 영장(靈長)인 인간이 짐승과 다른 점은 입을 통해 하고 싶은 말을 남에게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일 것입니다.

지구상에 인류가 등장한 이래 가장 위대한 발명이라고 한다면 말을 만들어 낸 것이 첫 손가락에 꼽는다 해도 그른 말은 아닐 것입니다.

우리는 아침에 눈을 뜨면 누군가와 말로 소통을 합니다. 내 뜻을 상대방에게 전하고 상대의 의견을 듣곤 하는 것도 말을 통해서입니다. 지구상 75억이나 되는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날마다 말로 의사를 주고받으며 소통을 하니 말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한다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말은 나라마다, 지역마다 표현 방법이 제각각 모두 다릅니다. 내용 또한 다릅니다. 좋은 말이 있는가하면 나쁜 말이 있고 품격이 있는 말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말이 있습니다. 고운 말이 있는가 하면 거친 말이 있고 따뜻한 말이 있는가하면 차가운 말이 있습니다. 선량한 말이 있고 흉악한 말이 있습니다.

말은 사람을 기쁘게도 하지만 슬프게도 합니다. 어떤 말은 사람을 화나게 하고 어떤 말은 화난 사람을 진정시키기도 합니다.

말은 그가 누구냐에 따라 표현이 다릅니다. 선량한 사람은 선량한 말을 하고 포악한 사람은 포악한 말을 합니다. 인격이 있는 사람은 교양 있는 말을 하고 인격이 없는 사람은 저질스러운 말을 합니다. 말은 곧 그 사람의 인격을 나타내는 바로미터입니다.

말은 잘하면 상을 받지만 잘 못하면 목숨도 잃습니다. 중국 당나라 간의대부 위징은 “아니 되옵니다”로 태종의 신임을 더해 당나라를 융성시켰고 조선 세조 때 성삼문은 “아니 되옵니다”로 잔혹한 불 고문 끝에 죽임을 당했습니다.

그러기에 말은 신중하게 해야 합니다. 옛 어른들은 삼사일언(三思一言), “말 한마디를 하려거든 먼저 세 번 생각하라”고 일렀습니다. 말 한마디로 하여 시비가 일고 그로 하여 패가망신(敗家亡身)한 이들이 적지 않기에 “말을 조심하라”고 가르쳤던 것입니다.

‘험한 말’이라면 두말 할 것도 없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첫 손가락에 꼽지 않을 수 없습니다. 트럼프야 말로 돈은 많다지만 지명도도 없던 사람인데 어느 날 신기루같이 나타나 세계 제일의 초강대국인 미국의 대통령 자리에 까지 오른 신화적인 인물입니다.

그런 그가 마구 내뱉는 한마디, 한마디는 무서운 파급력을 보입니다. 트럼프가 입을 열면 곧 전 세계가 긴장을 합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처럼 그의 말 몇 마디는 곧 세계를 떨게 합니다. 좋은 말보다는 남을 공격하고 위협하고 겁주고 옥죄이는 것이 그의 특징입니다. 지난 번 그가 한국에 왔을 때 북한에 대한 독설을 삼가하고 가 줘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릅니다.

험구(險口)라면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입을 빼 놓지 못합니다. 홍 대표야 말로 타의추종을 불허할 정도의 까칠한 정치인입니다. 바퀴벌레니, 정신병자니, 싸가지니, 동료의원들을 ‘암 덩어리’에 비유하는 그의 입심은 이미 정평이 나 있습니다. “미국에 트럼프가 있다면 한국에는 홍준표가 있다”는 소리가 그럴 듯합니다.

정치일번지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난무하는 온갖 저속한 말들을 듣노라면 그곳이 정치지도자들이 국정을 논하는 곳인지, 야바위꾼들이 아수라장을 벌이는 곳인지, 헷갈리게 합니다. 날이면 날마다 경쟁이라도 하듯 여야의원들이 쏟아 내는 온갖 막말들은 정치의 본산(本山)이라 부르기엔 낯이 뜨겁습니다.

말을 조심해야 합니다. 함부로 던진 말 한마디 때문에 부부관계가 금이 가고 자녀들이 상처를 입고 친구사이가 벌어지고 사회를 어지럽게 합니다. 삼사일언이라는 옛 어른들 말씀은 그래서 귀담아 새겨야 하는 것입니다.

터키 남쪽에 토로스산이 있습니다. 해발 2000m, 길이가 장장 1만 리나 되는 긴 산맥 정상에는 독수리가 떼 지어 서식지를 이루고 삽니다. 먹잇감인 두루미들이 그때마다 이 산을 넘어 가기 때문에 독수리들은 때를 기다렸다가 배를 채웁니다.

두루미들은 “꺼이! 꺼이!”하고 큰 소리로 밤하늘의 정적을 깨트리며 어둠속을 날아갑니다. 그런데 그 소리는 두루미를 기다리는 독수리들에게 먹이가 가까이 오고 있다는 신호로 전해집니다.

그러나 경험이 많은 노회(老獪)한 두루미들은 그때그때  토로스산을 넘지만 희생되지 않습니다. 여행을 떠나기 전 입에 돌을 물고 출발하기 때문입니다. 돌을 문 입으로는 소리를 낼 수 없으므로 독수리들에게 들키지 않고 무사히 산맥을 통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물론 젊은 두루미들은 예외입니다. 입을 잘못 놀려 화를 당하는 인간들을 빗대 교훈으로 읽히고 있는 우화(寓話)입니다.

불가의 의식에서 불자들이 함께 독송하는 ‘천수경’ 앞머리에는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사바하”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이 말은 “깨끗하구나, 깨끗하구나, 아주 깨끗하구나, 묘하게 깨끗하구나. 모든 것이 원만히, 성취되리라”라는 의미인데 말하자면 “입으로 지은 죄업을 깨끗하게 씻어내 달라”는 기도입니다. 불자들은 그때마다 이 구절을 연거푸 세 번을 낭독하는 것으로 입으로 지은 죄, 구업(口業)을 씻어 낼 수 있다고 믿는 것입니다.

여러해 전 대권에 도전했던 한 후보는 기자들과 회식을 하는 저녁자리에서 선거 때 자신을 비판했던 기자를 거명하며 “창자를 꺼내 씹어 먹어도 시원찮다”고 독설을 쏟아 내 화제가 된 일이 있었습니다. 평소 근엄하고 고매한 인격을 갖춘 것으로 인식됐던 터라 그의 그 한마디는  기자들을 놀라게 했고 곧 시정(市井)에 회자됐습니다. 몹시 화가 났었던 모양이지만 표현이 지나쳤던 것만은 확실합니다. 그런 사람이 대통령이 안 된 것이 천만다행입니다.

말에는 향기가 나는 말이 있고 악취가 나는 말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정치인들이 향기 나는 말을 해야 되겠고 그렇지 못할 지라도 악취가 나는 말은 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부끄러운 것을 알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가을이 깊었습니다. 이맘때면 들리는 이브 몽탕의 샹송이 있습니다. 레미드 구루몽의 시도 있습니다. 둘 다 ‘낙엽’을 소재로 한 노래요, 시입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발자국 소리가”

 

김영회(언론인)  yhk93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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