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7.12.13 수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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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 의사의 혼이 흐르는 블라디보스토크와 시베리아는 우리에게 의미있는 땅"이정식의 '시베리아 문학기행' 북 콘서트 성황...보드카 시음·러시아 가곡 감상 등 문화체험도
이정식 작가가 28일 용산 서울문화사 별관 강당에서 열린 '시베리아 문학기행' 북 콘서트에서 러시아 여행과 문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문인영 기자 photoiym@gmail.com

"러시아는 먼 나라가 아닙니다. 그 중에서도 시베리아는 특히 우리나라와 아주 가깝습니다.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하기 위해 권총 한자루를 가슴에 품고 열차에 몸을 실은 곳도 여기고, 춘원 이광수가 미국으로 가려고 6개월간 머문 치타도 바로 시베리아입니다.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출발지 블라디보스토크는 안중근 의사의 '혼'이 흐르는 의미있는 곳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눈 덮인 시베리아가 서울 한복판으로 달려왔다. 끝없이 펼쳐진 자작나무 숲도 용산으로 날아왔다. 러시아 문학의 뿌리인 시베리아를 흥미진진하게 담아낸 '시베리아 문학기행' 북 콘서트가 28일 오후 용산 서울문화사 별관(시사저널 건물) 강당에서 열렸다. 

책을 쓴 이정식 작가(서울문화사 사장)는 진행을 맡은 류광현 여행작가와 이야기를 나누며 시베리아 문학에 대한 독자들의 궁금증을 하나하나 풀어줬다.

러시아 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보드카 시음'과 '러시아 가곡 감상'까지 준비했다. 시베리아 문학의 향기를 더욱 깊이 느끼고 싶은 이들에게 마치 크리스마스 선물과도 같은 뜻 깊은 자리였다.

이정식 작가가 28일 서울문화사 별관 강당에서 열린 '시베리아 문학기행' 북 콘서트에서 사회 및 진행을 맡은 여행전문가 류광현 작가와 함께 러시아 여행과 문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문인영 기자 photoiym@gmail.com

이 작가는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 '전쟁과 평화',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 '카라마조프 씨의 형제들', 체호프의 '갈매기' 등 러시아 대문호들의 인생 작품에 큰 영향을 끼친 곳은 바로 시베리아다"라고 강조했다. 

우선 시베리아와 러시아 문학의 첫 연결고리는 데카브리스트다. 1825년 12월 낙후된 러시아를 바꿔 보겠다고 혁명을 시도했다가 당일 진압돼 시베리아 유형에 처해진 귀족들을 역사적으로 '데카브리스트(12월 당원)'라고 부른다.

이 작가는 "많은 데카브리스트와 가깝게 지냈던 시인 푸시킨은 이들을 위해 '시베리아 광산 깊은 곳에서' 등의 시를 썼다"며, "후일 젊은 작가 톨스토이는 이들의 비극적 이야기를 소설화하려고 오랜 기간 심혈을 기울였고 그 결과로 나온 것이 '전쟁과 평화'다"라고 설명했다.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가 데카브리스트에 대한 깊은 역사 탐구의 산물이라면 차르 체제를 비판하는 독서모임에 가담한 죄로 시베리아의 혹독한 환경에서 4년 유형을 살고, 이어 5년의 군 생활을 한 도스토옙스키의 경우는 시베리아 유형이 그의 문학의 진정한 밑거름이 됐다고 덧붙였다.

도스토옙스키의 4대 명작 '죄와 벌' '백치' '악령' '카라마조프 씨의 형제들'은 모두 시베리아 유형 이후의 작품이다.

이정식 작가가 28일 서울문화사 별관 강당에서 열린 '시베리아 문학기행' 북 콘서트에서 러시아 노래 <백학>을 열창하고 있다. /문인영 기자 photoiym@gmail.com

이 작가는 "도스토옙스키는 28~38세까지 청춘의 가장 좋은 시기를 유형수로 지냈고, 당시 다양한 범죄를 저지른 유형자들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토대로 '죄와 벌' '카라마조프 씨의 형제들' 등의 작품을 남겼다"고 말했다.

체호프도 시베리아와 연관돼 있다. 그는 19세기 말 마차를 타고 시베리아를 횡단해 멀고 먼 극동의 유형지 사할린 섬에 갔다. 작가로서의 명성이 높아갈 무렵, 새로운 자극을 받기 위해 모험의 길을 떠난 것이다. 그 결과 그의 문학은 변했고 '갈매기' '벚꽃동산' 등과 같은 불후의 명작을 남겼다.

이 작가는 "체호프가 사할린에서 머물렀던 기간은 3개월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가 사할린 최고의 문화 아이콘으로 여전히 생명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은 체호프의 사할린 여정이 그의 문학과 인생관에 있어서 커다란 분수령이 됐기 때문이다"라고 분석했다.

이외에도 우리나라 현대 문학의 개척자 춘원 이광수가 바이칼 호수를 배경으로 소설 '유정'을 쓰게 된 뒷이야기도 들려줘 큰 호응을 받았다.

이 작가는 "1933년에 쓴 그의 소설 '유정'의 무대가 바로 시베리아와 바이칼 호수다. 그는 스물두살 때인 1914년 바이칼 호수 인근인 치타에서 6개월을 지냈다. 방랑의 시절이었다. 이광수의 시베리아 방랑은 '유정'에서 나타나듯 그의 정신적 지평을 크게 넓혀 주었으며 그의 문학세계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시베리아 문학기행'을 왜 저술하게 됐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이 사장은 "러시아 문학에 관심이 많았는데 '모스크바'에 비해 '시베리아'와 관련된 문학을 소개하는 책은 없어 내가 한번 써보자라고 마음 먹었다"면서 "아울러 우리나라 독립운동의 중요한 거점이었던 블라디보스토크와 시베리아에 대해 소개하는 내용도 담고 싶었다"라고 강조했다.

28일 서울문화사 별관 강당에서 열린 '시베리아 문학기행' 북 콘서트 참석자들이 이정식 작가의 노래를 들은 뒤 박수를 치고 있다. /문인영 기자 photoiym@gmail.com

'시베리아 문학기행'의 가장 큰 미덕은 단순한 여행서가 아니라 역사를 기반으로 문학·사회·철학 등이 고루 녹아있는 인문학 도서라는 점이다. 

이날 북 콘서트에서는 깜짝 미니 음악회가 열리기도 했다. 가곡 애호가이며 아마추어 성악가이기도 한 이 작가는 피아니스트 장은혜의 반주로 유명한 러시아 노래 '모스크바의 밤'과 '백학'에 이어 앙코르곡으로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불러 더욱 흥겨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 작가는 "시베리아는 구한말 이래 수탈당하고 나라 잃은 우리민족의 피난처이기도 했지만, 많은 애국지사들이 학살당하고 소련 스탈린 정권에 의해 17만명이 넘는 동포들이 중앙아시아 허허벌판으로 강제 이주된 피맺힌 역사를 간직한 땅이기도 하다"며 "러시아 입장에서도 시베리아가 과거에는 유형지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자원의 보고로 희망의 땅, 미래의 땅으로 바뀌고 있다"며 이런 변화에 '시베리아 문학기행'이 작은 힘을 보탤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은주 기자  44juli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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