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한국교육은 과연 핀란드보다 강할까?’
[칼럼]‘한국교육은 과연 핀란드보다 강할까?’
  • 김형배 논설주간
  • 승인 2014.12.27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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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의 세계 최장 학습시간, 과도한 학업 스트레스와 그로 비롯된 왕따 현상의 보편화, 세계 최고의 자살률 등을 알 리가 없는 외국인들(오바마 미국 대통령까지 나섰다)이 막무가내로 우리 교육열과 그 성과에 찬사를 늘어놓는 것을 보면 이들이 우리 실정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판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 2000년부터 3년마다 실시하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Program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이하 PISA) 2012’가 뜻밖의 결과로 나타나 더욱 당혹스럽다. 이번 PISA에는 한국 학생 5,201명을 포함해서 OECD 회원국 34개국, 비회원국 31개국 등 전세계 65개국의 만 15살 학생 51만여명이 참여했다.

지난해 12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발표한 결과는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국 학생들의 성취도는 세계 최상위권으로, OECD 회원국 중 한국은 수학 1위, 읽기 1~2위, 과학 2~4위였고, 비회원국을 포함하면 수학 5위, 읽기 5위, 과학 7위로 나타났다. 여전히 높은 순위이다.

여기서 유달리 한국이 흥분하는 대목은 평가 이래 뒷꽁무니만 좇던 핀란드를 과학을 빼고 두 개 부문에서나 앞섰다는 것이었다. 이쯤 되면 혹자는 인구가 5백여만명에 불과한데도 1인당 국민소득이 무려 4만7천여달러에 이르는 핀란드에 대해 가졌던 그동안의 불편했던 마음들을 깨끗이 씻어버릴 법하다.

공교육 중심의 작은 나라가, 인구도 훨씬 많고 교육이라면 천문학적인 규모의 사교육비도 아까워 하지 않는 한국을 창의 교육에서 항상 가볍게 앞질러 왔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교육 전문가들은 결코 이번 결과에 환호를 보낼 수 없었다고 입을 모은다. 심각한 통계상의 착시를 지나칠 수 없기 때문이다.

핀란드는 OECD국가만을 대상으로 할 때 순위의 변동이 거의 없다. 2009년도 수학 6위, 읽기 3위, 과학 2위, 2012년도 수학 4~9위, 읽기 영역 3~5위, 과학 1~3위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전체 순위에서 한국에 밀린 까닭은 어디에 있을까. 무엇보다 이번 PISA에 응시한 핀란드 학생들 가운데 이민자 출신 학생이 과거와 달리 월등히 많았던 사실이 꼽힌다. 이전에 2백~3백명에 지나지 않았던 다문화가정 출신 자녀들의 응시가 이번에 4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전체의 15%에 이르는 이들은 국외 태생 687명, 핀란드 출생 583명으로 총 1,270명이다. 통계에 따르면 다문화가정 아이들의 수학 점수는 핀란드 본토 출신인 자녀들에 비해 100점 이상 낮으며, 읽기와 과학 과목은 더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겠으나, 다문화가정 출신들은 아직 익숙하지 않은 언어생활로 인해 개념 중심의 초중등 교과과정 수업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되는 법이다.

핀란드 교육부는 2012 PISA 순위 하락이 다문화가정 자녀들 탓임에도 일체 논평을 하지 않았다. 다만 “정책 결정자와 교육 전문가, 학생, 학부모의 참여를 통해 교육환경 개선에 좀더 노력하겠다”고 발표했을 뿐이다. 큰 순위 변동없이 상위권을 유지한 만큼 오히려 공교육의 승리라며 자신들의 강한 교육 시스템을 자부하는 듯하다.

우리나라의 많은 학생들은 학교 마치면 학원으로, 과외로 달려가고 새벽 1시 넘어서야 귀가해 문제집에 매달리다 간신히 잠자리에 든다. 학교는 감옥이요, 교사와 학부모는 자신을 감시하는 교도관’으로 비유되는 이 끔찍한 틀에 갇혀 창의적 학업은 엄두도 못내는, 어쩌면 가장 불쌍한 청소년기를 보낸다.

핀란드의 두 배가 넘는 하루 9시간 공부를 안하면 낙오하는 세상에 이 정도 성적도 안나왔다면 그것이 되레 이상하다고 할 것이다.

한국은 인구 대비 이민자 비율이 핀란드와 아직 비교할 수준은 못된다.

그러나 만약 한국에서도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이 핀란드처럼 전체 15%가 PISA 평가에 응했더라면 결과는 어떠했을까.

글쎄! 여러분들의 상상에 맡기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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