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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장길 칼럼] '아메리카 퍼스트'와 '신창타이'에 대처하는 자세
  • 송장길(언론인·수필가)
  • 승인 2017.11.18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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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C 정상회의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1일 베트남 다낭 크라운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한 나라의, 더구나 큰 나라의 국가전략을 단순하게 규정하기는 어렵지만, 중국의 최고지도자가 내세운 표어로도 그 당시에 방점을 둔 대외노선을 읽을 수는 있다. 

취약한 세력으로 안팎의 적과 싸운 마오쩌둥은 불리하면 협상하고 유리하면 치는 '담담타타(談談打打)'의 표변전술로 건국에 성공했고, 전쟁과 집단농장의 실패, 문화혁명 등으로 피폐한 경제를 살리려고 적대적 자본주의까지 도입한 덩샤오핑은 인내하며 내실을 쌓겠다는 '도광양회(韜光養晦)'로 산업화의 기초를 닦아놓았다. 

괄목할 성장을 이룬 시기(2016년 GDP 11조4000억 달러-세계 2위, GNP 8200 달러-세계 69위)에 등장한 시진핑은  떨쳐 일어나 일하겠다는 '분발유위(奮發有爲)'를 외치며 대국의 굴기를 치고 나왔다. '중화부흥(中華復興)'으로의 '중국몽(中國夢)'을 키우며 G2에 걸맞게  강국의 위상을 누리겠다는 전략이다.

2022년 시진핑의 임기 뒤로 이어질 중국의 국가전략은 앞뒤 사정으로 미루어 세계제패의 성격을 짙게 풍기리라 예상된다. 2025년에는 미국의 GDP를 능가하고, 2050년에는 세계최강국이 된다는 중국의 야심과 전문가들의 전망이 이뤄진다면 그 위세가 충천하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시 주석이 심은 '중국의 꿈'은 국가라는 집단의 꿈인 점에서 개인의 성공을 비는 미국의 꿈(American Dream)과 다르다. 세계를 내려다보며  우뚝 선 강국의 위상이 13억 중국인들에게 불어넣은 '중국몽(中國夢)'이다. 한(漢)의 군사력과 당(唐)의 문화융성, 세계경제의 1/3을 차지하던 아편전쟁 전의 영화를 꿈꾸는 것이다.

시진핑 주석의 신 실크로드, '일대일로(一帶一路)' 구상이 바로 육지로, 바다로 뻗는 그 팽창주의의 상징이며, 이를 견제하는 미국과 일본 등 해양세력과 그에 저항하는 중국의 예민한 대응이 벌써부터 남지나해와 국제무대에서 팽팽하다. 중국이 한국의 사드전개에 그토록 민감하게 반대하는 이유도 그 일환으로 봐야 한다. 

한국과 미국이 사드 배치가 중국을 겨냥하지 않는다고 아무리 설득해도 아랑곳하지 않는 것은 사드에 방어적으로 반대하기보다, 장래 한반도에 영향력을 갖는데 걸림돌을 제거하려는 적극적인 포석으로 보인다.

한·중간의 협상에서 한국이 주권적 유보라는 비판을 감수하고서  3불(不)을 약속한 뒤에도 지난12일 다낭의 한·중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이 사드문제에 “역사적 책임”을 거론하고, 이어 중국외교부 고위층은 완전철수를 계속 주장하는 것은 무슨 의도인가. 북한핵에도 마지 못해 유엔에 동조하는 소극적인 모습을 계속 보여오지 않았던가. 중국도 한국에 미군이 주둔하는 것이 눈엣가시처럼 못마땅한 것이다.

북한의 위협을 등에 진 한국에게는 미국의 안보적 담보를 다지면서도, 경제를 무기화하는 중국의 시장을 확보할 배타적 난제를 안고있다. 어느 쪽도 소흘히 할 수 없는 딜레마를 요리하는 묘책이 국운까지 좌우하게 된 것이다. 탄식만 할 것인가. 

위기는 기회라고 한다. 4대 강국에 둘러싸인 한반도의 전략적 가치를 오히려 전향적으로 활용하면 싱가포르나 룩셈부르크, 스위스 같이 번영을 구가할 수 있고, 반대로 이스라엘이나 파나마처럼 불안한 나날에 부대껴야 한다. 그런 처지에서  아세안과 인도 등의 진출에 공을 들이는 정부와 기업들의 노력은 유익하고 평가할 만하다. 또 미국과 일본, 인도, 호주를 잇는 안보의 띠에 소외되지 않도록 집단안보의 참여도 개방적이어야 할 것이다. 유럽이 전후에 NATO의 우산 아래에서 번영을 일궜고,  일본도 미국과의 동맹 덕에 제2강국까지 성장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문제는 중국의 반발을 최소화하는 방안이다. 요체는 중국에게 한국의 안보적 포석을 양해시키는 일과, 한국과의 경제적 협력이 뗄 수 없는 필요하고도 충분하도록 연계시키는 일이다. 어렵지만 국권을 분명히 하면서 꼭 이뤄야 할 중요한 과제다. 수출에 매달리는 중국경제에 한국이 우호적인 시장이 돼주되 한국의 실익도 챙기기 위해 산업구조의 분업화와 비정상적인 교류의 개선도 시급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중국이 필요한 수준의 기술력과 제품의 맞춤형 공급을 증진하는 일이다. 중국의 기술과 저가생산은 날로 경쟁력을 더해가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한국의 기술이 많은 분야에서 앞서가고 있고,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가격면에서 유리하다. 중국의 모방기술의 한계를 파고들어야 승산이 있다는 논리다. 

가장 부가가치도 높고, 한국이 앞서 갈 수 있는 분야는 미래산업인 5G 산업과 생명과학 분야일 것이다. 중간제 공급과 자동차, 화장품, 유통과 관광 등 서비스산업은 계속 증진시키되,  상당한 발전의 가능성을 보이고 있고, 경쟁력이 있는  고부가 분야에 집중적인 관심과 투자, 지원이 이뤄지면 미래의 성장을 선도할 블루 오션이 될 것이다. 

트럼프의 '아메리카 퍼스트
(America First)나 시진핑의 '신창타이(新常態)'는 경제적인 신제국주의(Neo Imperialism)의 요소가 숨겨져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대국의 횡포에 슬기롭게 대응하는 지혜가 필요한 것이다. 그점이 큰 나라들의 드센 국가전략 앞에 선 한반도의 입장에서 오히려 적극적으로 유리한 길을 개척하는데 태풍의 눈이 될 것이다.

송장길(언론인·수필가)  womaneconomy@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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