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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영 "돈 지오반니의 등장으로 인한 주변인물의 갈등 강조하고 싶다"라벨라오페라단 창단 10주년 기념작 연출 맡아 17~19일 섬세하고 감각적인 무대 선보여
라벨라오페라단 창단 10주년 기념작 '돈 지오반니' 연출을 맡은 정선영은 "바람둥이 '돈 지오반니'의 등장으로 인해 드러나는 다른 인물들의 내적·외적 갈등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하고 있다. /문인영 기자 photoiym@gmail.com

"바람둥이 '돈 지오반니'의 등장으로 인해 드러나는 다른 인물들의 내적·외적 갈등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관객과의 소통에 중점을 두는 연출가'로 알려진 정선영이 오는 17~19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서 올리는 라벨라오페라단 창단 10주년 기념작 '돈 지오반니'에서 살짝 색다른 이야기를 이끌어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지난 2014년 국립오페라단의 '돈 지오반니'를 성공적으로 연출한 경험이 있어 이번 공연 역시 팬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달 초 라벨라오페라단 연습실에서 만난 정 연출가는 "일반적으로 이 작품의 연출은 젊고 방탕한 귀족 돈 지오반니의 매력이나 단죄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면서 "그러나 나의 기본적인 해석은 본능에 자유로워 거리낄 것 없는 인간 그 자체보다는, 돈 지오반니가 나타나면서 비로소 드러나는 다른 등장인물들의 내적·외적 갈등에 더 마음이 간다"고 말했다.

돈나 안나, 돈나 엘비라, 체를리나, 돈 옥타비오, 마제또 등 주인공 주변인물의 섬세한 감정 변화 표현에도 많은 공을 들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어 "돈 지오반니를 통해 본능과 규제의 충돌, 그리고 위선 속에서 살아가는 불행한 우리의 삶을 그리고자 했다"면서 "내일은 오늘보다 진보하고 자유로워지길 간절히 바라지만, 어쩌면 우리는 갑갑한 어제의 틀 속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라며 연출 의도를 밝혔다.

이런 주제를 더 효과적으로 강조하기 위해 무대 위에는 조각조각의 기와들이 얽히고설킨 단단한 막을 형성하고 있는 커다란 기와 구조물이 등장한다. 

정 연출가는 "자유롭고 혁신적인 우리의 겉모습 속에 숨겨진 구태의연한 옛 시대의 도덕 관념들을 기와 구조물로 상징화했다"면서 "답답하게 느껴지는 기와 구조물 사이로 마치 이를 비웃듯 자유롭고 진보적인 돈 지오반니가 활보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 '돈 지오반니'는 모차르트에게 받은 '삶의 숙제'와도 같은 작품

정선영 연출가는 "이번 '돈 지오반니'를 통해 본능과 규제의 충돌, 그리고 위선 속에서 살아가는 불행한 우리의 삶을 그리고자 했다"고 밝히고 있다. /문인영 기자 photoiym@gmail.com

정 연출가는 대학 재학시절부터 지금까지 25년 가까이 한 길을 걸어왔다. 그는 "한 발자국 떼는 일이 정말 서럽고 어려웠는데, 여성이라는 점도 눈에 보이게 혹은 보이지 않게 불리하게 작용했을 지도 모르겠다"면서 "그러나 그 누구든 기득권에 부딪치면 더 짓밟히게 될 수밖에 없어 그저 묵묵히 최선을 다해 걸어왔다"고 밝혔다. 여성 연출가로서 겪어야 했던 '아픔'을 살짝 드러냈다.

정 연출가는 "개인의 내적 진실에 대한 사회의 편견과 횡포가 사라지기를 바라는 염원도 넓은 관점에서 보면 이번 오페라의 주제와 무관하지는 않은 것 같다"면서 "성별보다 성향을 보는 사회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언급했다.

정 연출가는 그동안 국립오페라단 '돈 지오반니', 예술의전당 대학오페라페스티벌 '피가로의 결혼', 대구 국제오페라축제 '투란도트', 그리고 '운명의 힘' '일 트로바토레' '카르멘' 등의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그는 "그동안 맡은 한 작품 한 작품 모두 소중하지만 이번에 갑작스러운 제안에도 기꺼이 연출을 맡은 이유는 바로 내가 정말 사랑하는 오페라 '돈 지오반니'였기 때문이다"라며 "관객에게 모차르트의 숨은 그림을 더 잘 찾게 도와줄 수 있다면 이를 표현할 또 다른 방법들을 100가지라도 준비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만큼 쉽지 않지만 중요하고 흥분되며, 마치 모차르트에게 부여 받은 삶의 숙제와도 같은 작품이라는 설명이다.

원래 이번 오페라는 독일의 한스 요하임 프레이가 연출을 맡기로 했으나, 개인적 건강 문제 때문에 중간에 정선영으로 교체됐다.

정선영 연출가는 "돈 지오반니는 정말 사랑하는 오페라이자 마치 모차르트에게 부여 받은 삶의 숙제와도 같은 작품이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문인영 기자 photoiym@gmail.com

그는 연출가로서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시간이 허락되는 한 다른 장르를 포함해 많은 공연을 보러다닌다. 그러나 무엇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삶과 극에 대한 관계'에 대한 생각을 멈추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정 연출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오페라 연출가'의 핵심은 무엇일까. 

"한국은 학위를 중요시하는데 연출은 지식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국립오페라단 등에서 10년 넘게 조연출을 하며 배운 것들을 토대로 나만의 연출 방식을 구축해 나가고 있을 때, 외국 학위가 없다는 이유로 연출은 물론 대학 강의가 주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미국으로 건너가 석사 학위를 받긴 했지만 결코 학위가 연출력의 절대적 기준일 수는 없다. 현장 경험을 통해 음악과 공간을 느끼고 표현하는 방법을 스스로 익혀나가는 것이 창의적 연출의 핵심이다."

결국 그는 풍부한 현장경험을 통해 스스로 익혀나가는 창의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번 '돈 지오반니'에서도 그의 이런 연출 솜씨가 고스란히 담겨 있으리라.

돈 지오반니 역은 바리톤 김종표와 우경식이 더블 캐스팅됐고, 돈나 안나 역은 소프라노 강혜명과 박하나가 번갈아 맡는다.

신은주 기자  44juli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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