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7.11.24 금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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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난이 B급 과일의 화려한 부활···'건강한 지구' 만드는 두여인의 무한도전'지구인컴퍼니' 민금채 사장·김주영 이사, 톡톡 아이디어로 버려지는 농산물 줄이기 앞장
'지구인컴퍼니'의 민금채 사장(오른쪽)과 김주영 이사가 못난이자두 병조림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이 두사람은 상품 가치가 떨어져 시장에서 유통되지 못하는 B등급 과일과 채소에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줄해내고 있다.  /양문숙 기자 photoyms@seoulmedia.co.kr

“엄마 중에서 자식에게 '너 못생기고 키 작으니까 집에서 나가' 이렇게 말하는 분은 없잖아요. 약간의 흠은 있지만 그 가치를 찾아주기로 결심했어요.”

모양이 울퉁불퉁 비뚤비뚤 엉망이라 시장에서 유통되지 못하고 아깝게 버려지는 농산물을 다양한 방법으로 재가공해 판매하고 있는 '지구인컴퍼니'의 민금채 사장은 “맛에는 전혀 문제가 없지만 상품 가치가 떨어져 유통되지 못하는 B등급의 과일과 채소에 새로운 기회를 주고싶다”고 말한다. 

여기서 B등급은 맛이 이상한 것이 아니다. 다만 크기가 조금 작다거나, 껍질에 약간의 상처가 있는 농산물을 말한다. 혹은 포도의 경우에는 알이 한두 알 떨어졌다는 이유만으로 일반 시중에 유통되지 못하는 식재료를 뜻한다.

민 사장은 원래 모바일 앱 ‘배달의민족’으로 배달음식 시장을 장악한 ‘우아한형제들’의 잘 나가는 서비스 기획자였다. 우아한형제들에서 최근 내놓은 레시피 배달서비스 ‘배민쿡’ 앱도 그가 직접 기획하고 론칭까지 했다. 그런 그가 왜 덜컥 회사를 나와 험난한 길을 걷고 있는지 의아했다.

민 사장은 농부들이 흘린 땀방울의 수고가 헛되지 않게 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하는 일을 준비하면서 30곳 이상 농가의 농부를 만나 느낀 것은 하나같이 재배 농산물의 10%나 되는 B등급의 처리 문제였다”면서 “대부분의 B등급은 음식물쓰레기로 버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 예로 포도농가를 들었다. 약간의 문제가 있는 포도는 집에서 술을 담그거나 잼을 만들기도 하고, 또 즙을 짜서 주위에 나눠 주기도 한다. B등급이라 판매할 수가 없어 농가가 궁여지책으로 찾아낸 방법이다. 그렇게 하고도 남은 것은 어떻게 할까. 비용을 들여 폐기처분한다. 

민 사장은 “그렇게 버려진 음식물 쓰레기가 해마다 약 13억 톤, 전체 생산되는 음식물의 3분의 1에 이른다”면서 “그래서 13억 톤의 음식물 쓰레기 중에서 10톤, 아니 단 1톤이라도 줄여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심지어 미니사과의 경우 올 한해 한 농가에서 7톤 정도의 B등급이 나오는데 이걸 모두 즙을 짠다고 했다. 민 사장은 “안타깝게도 즙을 짜면 일반 사과와 맛은 같지만 상품성이 떨어져 돈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약점이 있다”며 “이 때문에 원물을 그대로 보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국내 유명 셰프들과 협업해서 만든 것이 미니사과 젤리다”라고 말했다.

젊은 농부의 경우는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다. 어떻게든 판로를 확보해 한푼이라도 건져보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나이 많으신 어르신 대부분은 활용 방법을 찾지 못해 대부분 폐기 처분한다. 이런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니 안타까웠다. 또 소비자에게 가공식품이지만 원재료를 훼손하지 않은 범위 내에서 식재료 본연의 충실한 맛에 대한 경험치를 높여주고 싶었다. 이런 이유 때문에 'B급 농산물 A급 대접받기 사업'에 뛰어들었다.

◆ 농부의 영농일지 소중한 자료

민 사장이 가장 먼저 한 일은 농식품부와 농진청 등을 드나들며 B등급 농산물 처리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를 찾는 일이었다. 시작하자마자 현실의 벽에 부딪혔다. A등급 전체도 사실상 유통시키기 어려운 상황이라 B등급에 대한 자료는 거의 제로였다. 처음부터 어디 쉬운 일이 있는가. 답은 현장에 있었다. 그가 찾아낸 솔루션은 농부의 영농일지다. 그렇게 농가를 찾아다니며 일일이 영농일지를 확인했다. 그 속에서 얼마 정도의 농산물이 버려지는지 확인하고 나름의 통계를 냈다. 그리고 농부들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민 사장은 “원래의 포도송이 그대로 자연건조한 건포도, 미니귤 잼, 미니사과 젤리 등 특이한 방법으로 메뉴개발을 하고 있는 것 역시 원재료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재료의 충실한 맛을 소비자들에게 오롯이 전달해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것을 소비할 수 있는 방법이 가공식품만으로 다 해결할 수 있다고도 생각하지 않지만 작은 시작이 밑거름이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생각을 더 확장한 것이 유명 셰프와 공동으로 못난이 농산물을 소비할 수 있는 F&B 캠페인 프로젝트를 전개하는 것이다. 또 가공회사 중에서 흠이 있는 채소나 과일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뜻을 같이할 수 있는 곳이 있다면 함께 파트너를 맺을 생각이다. 민 사장은 "꼭 지구인컴퍼니 브랜드로 상표화 되지 않아도 좋다"며 "각각의 분야에서 동참할 수 있는 사람이 모여서 조금 더 활성화해 소비할 수 있는 길을 찾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민 사장은 “언제부터인지 ‘유통’이라는 단어가 ‘물건을 싸게 사와 이익을 남겨 파는 일’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라며 “하지만 유통(流通)이란 원래 흐르고(流) 통하게(通) 하는 일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누군가 정성을 다해 만든 무언가를 그것을 필요로 하는 이에게 전달함으로써, 그 막힌 곳을 뚫어주는 것이야 말로 진짜 유통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민금채 사장은 “11월에 진행하고 있는 영천 안홍순 농부님의 못난이자두 병조림의 스토리펀딩은  이미 189%를 넘어섰다”며 B등급 과일의 화려한 부활을 자신하고 있다. /양문숙 기자 photoyms@seoulmedia.co.kr

정성 들여 키운 포도가 단지 조금 ‘못생겼다’는 이유로 처분할 곳을 찾지 못해 버려져야 한다면, 어쩌면 정작 못난 것은 포도가 아니라 우리의 유통 시스템이라는게 그의 생각이다.

민 사장은 “농부들이 애써 가꾼 농작물이 버려지는 건 지구에도 부담이 된다”며 “예를 들어 포도 한 송이를 버린다는 것은 그냥 포도 한 송이를 못 먹게 되는 일이 아니라, 그 포도 한 송이를 생산하기 위해 들인 물과, 비료, 설비, 토지 그리고 농부의 노력과 정성이 함께 버려지는 것이다”라고 목청을 높였다. 이어 “제가 생각하고 있는 유통의 방식은 농부의 농장부터 창고까지 남아있는 식재료 없이 모든 농산물을 유통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 B등급 과일 ‘못생겼다고 버려져’

민 사장은 “단순히 먹다 남은 것만 음식물 쓰레기가 아니라, 식량 경작부터 유통에 이르기까지 각 단계마다 꾸준히 버려야 할 것이 발생한다”라며 “그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과일과 채소인데, 더구나 이 음식물 쓰레기는 매립지에서 썩을 때 이산화탄소보다 더 해로운 메탄을 내뿜어 지구 온난화를 가속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네덜란드의 수프 브랜드 ‘크롬꼬머(Kromkommer:비틀린 오이)’는 못생긴 채소와 과일로 수프를 만들고 있고, ‘인스톡(In-stock)’이라는 레스토랑은 충분히 먹을 수 있음에도 팔리지 않아 버려질 운명에 처한 슈퍼마켓의 식재료를 활용해 요리를 만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민 사장이 말한 것과 같이 프랑스, 미국, 영국, 일본 등 해외에서는 일찍이 못생긴 채소와 과일로 만든 샐러드 및 가공식품을 판매해 환경을 살리고 있다.

우리가 못생겼다고 버리는 과일 하나가 지구의 체력을 약하게 하는 일이라는 발상에서 시작된 민 사장의 실험은 아직 갈길이 멀지만 차근차근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민 사장은 유통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디자인, 서비스기획, 마케팅 등의 영역에도 신경을 크게 쓰고 있다. 배민 시절 든든한 직장후배이자 지금은 지구인에서 없어서는 안 될 서비스기획과 디자인을 맡고 있는 김주영 이사를 스카우트하게 된 계기도 같은 맥락에서다. 

김 이사는 전천후 멀티플레이어다. 민 사장과 함께 농가를 다니면서 사진도 찍고 때로는 스토리펀딩을 위한 글도 쓴다. 여기에 본연의 업무인 디자인과 상품기획, 서비스개발도 하고 있다.

김 이사는 “농가를 다니면서 못생긴 식재료들이 버려지고 낭비되는 것을 보게 된 후 B급의 가치를 소비자에게 전달하고 싶었다”면서 “저의 디자인이 못생긴 채소와 과일을 좀 더 예쁘게 보일 수 있는 도구로 활용됐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 못생긴 과일, 디자인과 스토리입혀 재탄생

두 사람은 한번도 해본 적 없는 일을 했기에 시행착오도 많았다. 김 이사는 “상품 물량 확보해서 디자인 예쁘게하고 콘테츠 만들면 될 줄 알았는데 제조, 보관, 물류 이런 부분까지 살펴야 했기때문에 난감했다”고 말했다. 이어 “먹는 음식이다 보니까 매일매일 만들면서 당도체크 등 검사도 해야 하고 또 일일이 수작업을 하고 있어 속도도 나지 않는다”면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완성품이 나오기까지 손이 많이 가지만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주영 이사는 "조금 못생겼다는 이유로 안타깝게 버려지는 B급 농산물을 현대인들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춰 가공하고, 거기에 감성적인 디자인을 입혀 선보이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양문숙 기자 photoyms@seoulmedia.co.kr

남들이 부러워하는 꿈의 직장을 뒤로하고 과감하게 사표를 던진 것에 아쉬움은 없다. 오히려 제의를 듣는 순간 한번의 망설임도 없이 오케이했다. 

김 이사는 “저와 같은 디자이너들은 사실 차고 넘친다”며 “디자인팀 인원이 약 150명이나 되지만 하나의 상품에 대해 고민하지 못하고 밀려 들어오는 업무를 쳐내기 바쁠 정도로 기계식으로 일했다”고 고백했다. 이어 “일이 세분화되다보니 디자인에 국한된 업무만 하는 것이 싫었고, 좀 더 다양한 영역에서 상품을 둘러볼 수 있는 스펙트럼을 넓히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힘든 만큼 자부할만한 결과물도 만들었다. 김 이사는 “원래 제조시설를 가지고 있으면 식재료를 가져다가 가공해서 창고에 저장하면 되지만 저희는 작은 회사다보니 농가 주변 저온창고를 빌려 이틀에 한번씩 ‘센트럴 키친(Central Kitchen:식품 및 메뉴들을 만들어내는 곳)’으로 활용한다"면서 “처음에는 힘도 들고 고단했지만 열흘정도 지나니까 2톤 정도 제품이 쌓이는걸 보니 어깨춤이 절로 났다”고 말했다.

민 사장은 농산물의 가치를 모양이 아니라 맛과 품질이라는 ‘본질’에 두고 여기에 소비자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춘 가공과 감성적인 디자인으로 새로운 가치를 더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민 사장은 “사실 우리도 살다 보면 좀 채이고 패이고 멍도 들고 하는데 그런 인생이라고 의미가 없는 건 아니다”라면서 “자식이 못생기고 키 작다고 집에서 나가라고 말하는 엄마는 없다”라는 비유를 들었다. 이어 “버려지는 B등급을 보고 있자니 그런 취급을 받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면서 “A등급 농산물은 누구나 원하지만 B등급도 다 저마다의 가치가 있으니 그 가치를 찾아주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 스토리펀딩 대성공, 목표량의 189% 넘어

요즘 민 사장은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격언의 힘을 느끼고 있다. 특히 지난 10월에 시작한 첫 스토리펀딩도 성공리에 마쳤다.

민 사장은 “지난번 상주 다누리농장의 추성엽 농부님의 포도즙(스토리펀딩)은 107%나 달성했다”면서 “11월에 진행하고 있는 영천 안홍순 농부님의 못난이자두 병조림도 이미 189%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실제 이 기업의 성장은 수치상에서 뚜렷이 나타난다. 이달 25일 마감하는 못난이자두 병조림 2차 프로젝트의 애당초 목표가는 300만원이었지만 프로젝트를 시작한지 열흘만에 이미 목표량의 189%를 넘어섰다. 금액으로는 약 560만원을 넘어섰다. 후원건수만 168건이나 됐다.

지금 진행하고 있는 스토리펀딩 이외에도 내년 초까지 진행할 프로젝트가 산더미처럼 쌓였다. 특히 미니 귤잼의 경우 파지 귤 중에서도 버려지는 매우 작은 귤을 원형을 살려 만들고 있다. 민 사장은 귤잼을 빵위에 올려 놓고 살짝만 펴주면 엄청나게 맛있다며 입맛을 다셨다. 또 내년에는 미니 사과를 원형의 모습을 살려 젤리로 만들어 판매할 예정이다.

특히 이 모두를 수작업을 하다 보니 많은 양을 한꺼번에 할 수가 없다는 게 아쉬울 뿐이란다.

지구인컴퍼니'의 민금채 사장(오른쪽)과 김주영 이사가 못난이자두 병조림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이 두사람은 상품 가치가 떨어져 시장에서 유통되지 못하는 B등급 과일과 채소에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줄해내고 있다.  /양문숙 기자 photoyms@seoulmedia.co.kr

자두 병조림의 경우는 유리병을 일일이 소독해 자두를 잘라 넣고 일반 통조림보다 훨씬 건강한 맛을 주기 위해 설탕도 최소화했다. 그리고 병뚜껑을 살짝 닫은 상태에서 30분간 중탕해 병조림을 만들고 있다. 일반 통조림보다 훨씬 건강한 맛을 보여주고 싶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

◆ 내년엔 채소 이용한 레시피 요리 개발 중

민 사장은 “국내에는 복숭아 병조림만 있는데 자두로는 같은 방식으로 처음 만들어 봤다”면서  “이미 BtoC로 9월에 판매를 해본 제품이라 원물의 맛이 어떤지 소비자들이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원물의 맛을 확인하고 신뢰한 분들이 B등급으로 만든 가공식품에 대한 편견을 깨고 재구매를 하고 있다는 것에 큰 힘을 얻고 있다”고 덧붙였다.

내년에는 과일뿐만 아니라 채소를 이용한 레시피로 다양한 가공식품에도 도전한다.

민 사장은 “내년 1월에는 못생긴 B등급으로 만든 죽과 야채수프 등 4가지 정도의 제품을 출시할 생각이다”라며 “현재 제조 공장에서 테스트 중이다”고 말했다. 이어 “양송이 수프, 토마토 수프 등 원형을 살려 만들어 볼 생각이다”고 덧붙였다.

장기적인 플랜도 마련했다. PB유통 채널과 자체 유통채널이 될 플랫폼 개발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온라인 유통채널인 ‘마켓컬리’와 반찬 배송 서비스 ‘배민프레시’, 온라인 편집숍 ‘29CM(29센치)’에서도 제품판매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끝마친 상황이다.

민 사장의 최종 목표는 농가에서 생산한 신선한 식재료를 A, B, C등급으로 나눠 오롯이 유통하는 것이다. A등급은 백화점이나 마트에서, B등급은 급식 식자재 업체 등에서, C등급은 가공을 통해 유통망을 지속 가능한 목표로 하고 있다.

정창규 기자  kyoo78@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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