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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 폐지 청원 23만명…자연유산유도제 '미프진' 합법화 둘러싸고 시끌"불법 낙태로 여성 건강 위협" vs "쉬운 낙태로 생명경시 풍조 더 만연할 것" 팽팽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가 지난 10월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 발족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여성경제신문 자료사진

최근 '낙태죄 폐지와 자연유산유도약(미프진)을 합법화해달라'는 내용의 글이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오르며 이에 동조한 사람이 23만명에 달하자 다시 한 번 '낙태'에 대한 찬반논란이 뜨겁다.

우선 낙태죄 폐지를 주장하는 이들은 "원치 않는 출산은 당사자와 태어나는 아이 그리고 국가 모두에게 비극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현행법은 '여성'에게만 죄를 묻고 처벌하는데 임신은 여자 혼자서 되는 일이 아니다"고 말한다.

이들은 "현재 60여개국에서 미프진을 합법으로 인정하고 있고, 이 약은 12주 안에만 복용하면 생리통 수준과 약간의 출혈로 안전하게 낙태가 된다"면서 "그러나 현행법에 의한 불법 낙태 수술로 의료사고가 난다면 어떻게 도움을 받을 수가 있을까, 몇몇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자연유산 유도약을 판다며 중국제 가짜약을 파는 사기도 있다"고 언급했다.

이들은 또 "한국이 미프진 합법 국가라면 올바른 처방전과 정품약을 구할 수 있을 것이며 원치 않는 임신으로 고통 받는 여성들을 구제할 수 있게 될 것이다"라며 "낙태죄를 만들고 낙태약을 불법으로 규정짓는 것은 이 나라 여성들의 안전과 건강은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냐"고 강조했다.

최근 '낙태죄 폐지와 자연유산유도약(미프진)을 합법화해달라'는 내용의 글이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오르며 이에 동의한 사람이 23만명에 달하자 다시 한 번 '낙태'에 대한 찬반논란이 뜨겁다. /사진=청와대 청원 게시판 캡처 화면

이들의 주장대로 국내에서는 형법 269조에서 낙태한 여성과 의료인에게 벌금 및 징역형을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법적으로 낙태를 금하고는 있지만 2010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전국 인공임신중절 변동 실태조사에 따르면 인공임신중절 수술 시행은 연간 16만8700여건으로 이중 95%는 불법으로 추정된다.

또 낙태가 사실상 금지된 국내에서는 미프진의 유통 또한 불법이지만 인터넷을 통한 구매 역시 쉽게 이루어지고 있다. 실제 구글링을 통해 '미프진'을 검색하면 수십건의 판매 사이트가 검색되고, 판매 사이트를 찾아 '카톡' 아이디(ID)로 메시지를 보내면 바로 상담이 이뤄진다. 임신 주차 등의 간단한 정보만 묻고 입금이 확인되면 배송이 시작된다는 설명이 이뤄졌으며 비용은 보통 사흘간 복용하는 9개 알약 세트가 30만~60만원 사이다.

낙태가 사실상 금지된 국내에서는 미프진의 유통 또한 불법이지만 실제 인터넷을 통한 구매 역시 쉽게 이루어지고 있다. /사진=미프진 불법 판매 사이트 캡처 화면

미프진은 태아가 성장하는 데 필요한 호르몬 생성을 억제하고 자궁을 수축시켜 유산을 유도하는 약으로 프랑스에서 개발했다. 프랑스에서 미프진은 1988년 9월 승인됐으나 거센 반대 시위 끝에 제약회사가 시장철수를 결정한 바 있다. 그러나 프랑스정부와 보건국에서 공중보건을 위해 약물을 계속 생산해줄 것을 요구했고, 당시 프랑스 보건부장관은 "미프진은 단지 제약회사의 상품이 아니라 여성을 위한 도덕적인 상품임을 프랑스 정부가 보장할 것이다"라며 1990년 2월 병원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한국여성민우회에 따르면 미프진은 세계보건기구에 의해 안전성과 효과를 인정받았고, 2005년에는 필수의약품 목록에 등재되기도 했다. 현재 중국(1988년), 영국(1991), 스웨덴(1992), 오스트리아, 벨기에, 덴마크, 핀란드, 독일, 네덜란드, 스페인, 스위스(1999), 대만, 미국, 튀니지(2000), 베트남(2002), 우즈베키스탄(2005), 카자흐스탄(2006), 우간다(2013), 태국(2014), 캐나다(2015) 등 61개국에서 승인돼 판매 중이다.

한국여성단체연합 관계자는 "완전한 피임법이 존재하지 않는 현실에서 낙태죄로 인해 수많은 여성들이 임신 중절에 대한 양질의 정보를 얻지 못하고, 고비용에 안전하지 않은 수술을 감행하고 있다"면서 "한국에서는 연간 30여만 건의 인공임신중절이 대부분 불법으로 행해진다고 추정되며 수많은 여성들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정부는 형법상 낙태죄를 폐지하고, 안전한 인공임신중절을 위한 의료체계 및 포괄적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라고 촉구했다.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가 지난 10월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 발족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여성경제신문 자료사진

하지만 이에 맞서 낙태죄 폐지와 미프진 합법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다수의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먹는 낙태약은 태반 일부가 자궁에 남아 출혈을 일으키며, 출혈이 심할 경우 환자의 목숨이 위험해질 수 있다"면서 "미프진을 합법화해 판매하고 있는 국가에서도 반드시 의사가 환자의 상태를 진단한 후 처방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낙태죄 폐지논란에 대해 최정윤 낙태반대운동연합 사무처장은 "낙태의 문을 열게 될 경우 생명경시 풍조는 더 만연하게 될 것이며 '원치 않는 임신'으로 오히려 여성은 아무렇지 않게 낙태를 강요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라며 "낙태문제를 논의할 때 보통 낙태를 원하는 사람의 입장만 생각하기 쉬운데 반대로 낙태하지 않고 아기를 지키려는 친모나 친부의 입장에서 생각해본다면, 상대방이나 주변의 낙태 요구가 있을 경우 법적으로 보호받거나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어렵다"고 우려했다.

이어 최 사무처장은 "생명의 시작이 언제인가, 낙태해도 되느냐 안 되느냐는 개인의 취향이나 견해, 또는 대중의 여론으로 결정할 일이 아니다"면서 "생명과학 전문가인 의사들이 연구한 팩트를 따라야 하며 결코 정치적인 힘으로 생명원칙을 무너뜨리지 않기를 바란다"고 주장했다.

신은주 기자  44juli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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