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7.11.24 금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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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라노 박하나 "정숙한 여인 끝···복수녀 '돈나 안나' 보여줄게요"라벨라오페라단 창단 10주년 기념작 '돈 지오반니' 무대서 색다른 캐릭터 선보여
오페라 '돈 지오반니'에서 돈나 안나로 출연하는 소프라노 박하나가 "시간이 흐를수록 음악에 대한 책임감, 음표에 대한 책임감, 내 노래에 대한 책임감이 커져간다"고 말하고 있다. /문인영 기자 photoiym@gmail.com

"단순히 순결을 잃고 괴로워하는 정숙한 여인이 아니라 자신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복수를 원하는 강인한 여인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소프라노 박하나가 붉은빛 짙어가는 11월에 모차르트 오페라로 관객을 만난다. 그녀는 오는 17~19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르는 라벨라오페라단 창단 10주년 기념작 '돈 지오반니'에서 '돈나 안나' 역을 맡는다.

2065명의 여자를 유혹한 바람둥이에게 기사장인 아버지를 잃은 비극의 여인은 이미 수많은 소프라노가 연기하면서 하나의 정형화된 틀이 존재한다. 박하나는 이번 공연에서 지금까지 알고 있던 돈나 안나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지난 2일 라벨라오페라단 연습실서 만난 그녀는 "다각적인 캐릭터 분석으로 나만의 돈나 안나를 보여주겠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 나에게 악보는 '보물지도'…모차르트와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

소프라노 박하나가 "돈나 안나는 이미 수많은 소프라노가 연기했지만 다각적인 캐릭터 분석으로 나만의 돈나 안나를 보여주겠다"며 야심찬 포부를 밝히고 있다. /문인영 기자 photoiym@gmail.com

"돈나 안나의 아리아는 너무도 유명해 학부 시절부터 공부했습니다. 하지만 인물 분석은 한적이 없어요. 이번에 캐스팅되면서 철저하게 파헤쳐 봤죠.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입체적인 캐릭터를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박하나가 연주하게 될 돈나 안나는 차분한 귀족 여인이지만 용기 있는 강한 여자다. 돈 지오반니에게 겁탈 당하는 순간에도 나중에 복수할 일을 생각하고 상대방의 얼굴을 확인하는 치밀함을 보여준다. 마냥 조신한 성격은 아니라는 것.

그녀는 "오페라 전체에 걸쳐 돈나 안나가 등장하는 아리아 및 앙상블이 많은데 각각의 노래마다 많은 감정이 오가면서 다양한 면들을 찾을 수 있었다"면서 "단순히 순결을 잃은 정숙한 여인이 아니라 자신의 명예를 위해 복수를 원하는 강인함을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돈나 안나의 아리아는 1막과 2막에서 각각 1곡씩 연주된다. 1막의 아리아는 아버지의 죽음에 절망해 그녀의 약혼자인 오타비오에게 복수를 해달라고 말하는 내용이며, 2막에서는 오타비오가 돈나 안나에게 언제 결혼을 할 것이냐고 묻자 "아직은 안돼, 그렇지만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이 아니야"라며 그를 보듬어주는 노래다.

후배들을 가르치고 있는 박한나는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기보다는 그동안 겪었던 것을 얘기해주며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하고 있다. /문인영 기자 photoiym@gmail.com

박하나는 "이 두 아리아만 보더라도 돈나 안나의 다른 모습이 드러난다"면서 "한 인물의 캐릭터가 상황에 따라 충분히 다른 면모를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이를 표현해내기 위해 여러 자료를 많이 참고했다"고 말했다.

돈 지오반니가 수없이 많이 무대에 오른 만큼 돈나 안나를 연기한 유명 소프라노의 영상도 많다. 혹시 가장 좋아하는 돈나 안나가 있었냐는 질문에 "정말 대가들의 영상이 많고 존경스럽지만 '나라면 이 부분을 이렇게 표현했을 것'라는 기대감이 있었다"면서 "이를테면 복수를 해야한다고 다짐하는 장면에서 쾅하고 폭발하는 것이 아니라 수치스러운 기억을 끄집어내야 하기때문에 오히려 화를 삼키는 모습을 표현해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박하나가 캐릭터를 분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대본'과 '악보'다.

박하나는 "나에게 악보는 '보물지도'다"라면서 "수백년 전 모차르트는 어떤 의도로 이렇게 썼을까 연구하고 그대로 연주해보는 것이 바로 모차르트와 소통할 수 있는 통로다"라고 언급했다.

무대에 오르는 순간까지 손에서 악보를 놓지 않고 모차르트와 이야기를 나눌 것이라는 박하나의 열정이 이번 공연에서 '돈나 안나'를 어떤 모습으로 그려낼지 기대된다.

◆ '노래다운 노래를 하는 사람'이라는 모토로 음악에 대한 책임감 깊어져

라벨라 오페라단 창단 10주년 기념 오페라 '돈 지오반니'에서 '돈나 안나'역을 맡은 소프라노 박하나가 라벨라 오페라단 연습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문인영 기자 photoiym@gmail.com

박하나는 주로 오페라 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다. 올해만 해도 '사랑의 묘약' '붉은자화상(창작오페라)' '카르멘'에 출연했고 이번에 '돈 지오반니'까지 합하면 모두 4편에 이름을 올린다. 

여러 편의 오페라에 섰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서울대학교 성악과 시절 동기생 10여명이 함께 올린 '라보엠'이다. 온통 실수 투성이였지만 첫 무대였기에 지금까지도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무대 세트에서부터 연출, 그리고 연주까지 모두 힘을 합쳐 성공적으로 무대에 올렸다.

이후 미국 신시내티 유학시절 오페라 '라보엠'에서 '미미'로 데뷔했는데, 그동안 해오던 음악과는 다른 차원에서의 성장과 힐링을 경험할 수 있었단다.

그는 "개인적으로 마음이 힘든 상황 속에서 무대에 섰는데, 막상 노래를 하는데 누군가가 토닥여주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노래다운 노래를 하는 사람'이라는 모토로 나 스스로도 무대 위에서 살아있음을 느끼고, 관객에게도 힐링을 줄 수 있는 연주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박하나에게 음악이란 무엇일까. 박하나는 '책임감'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간이 흐를수록 음악에 대한 책임감, 음표에 대한 책임감, 내 노래에 대한 책임감이 커져간다"고 강조했다. 퍼펙트를 향한 끝없는 탐구를 이렇게 표현한 것이리라.

그동안 예원중, 서울예고, 서울대학교 성악과를 거쳐 미국 신시내티 박사과정까지 단계별로 성장해왔다면 이제는 전문 연주자로서 자신의 음악이 부끄럽지 않고, 특히 앙상블 공동체에서도 좋은 음악을 연주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깊어졌다.

박하나는 "다음 단계, 또 그 다음 단계로 거듭나면서 그 책임감은 더욱 깊어질 것이다"라며 "내가 배웠던 것들, 많은 작품들 하면서 느꼈던 것들을 후배에게 전달하는 일도 소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박하나는 현재 서울대 음악대학에서 후배들에게 성악 레슨을 가르치고 있으며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기보다는 그동안 겪었던 것을 얘기해주며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 "라벨라 오페라단의 '돈 지오반니' 많이 보러오세요"

박하나는 "라벨라 오페라단 창단 10주년기념 '돈 지오반니'는 2시간 30분정도의 공연이지만 지루하지 않게 보여드릴 자신이 있다"면서 "마치 드라마를 보면서 공감할 수 있듯이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도록 출연진들이 열심히 준비하고 있으므로 강력 추천한다"고 말하고 있다. /문인영 기자 photoiym@gmail.com

소프라노 박하나는 이번 오페라에서도 자신의 음악에 대한 책임감과 열정을 쏟아내겠다는 '아름다운 욕심'을 밝혔다. 

오페라하면 여전히 어렵고 지루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은데 그럴 필요 없단다.

박하나는 "이번 '돈 지오반니'는 2시간 30분정도의 공연이지만 지루하지 않게 보여드릴 자신이 있다"면서 "마치 드라마를 보면서 공감할 수 있듯이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도록 출연진들이 열심히 준비하고 있으므로 강력 추천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하나는 "앞으로도 계속 무대 위에서 살고 이를 토대로 음악에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나의 꿈이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공연에서 돈나 안나 역은 소프라노 박하나와 강혜명이 더블 캐스팅됐다. 돈 지오반니 역은 바리톤 김종표와 우경식이 번갈아 연기한다.  

신은주 기자  44juli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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