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7.11.24 금 23:38
  •  
HOME 리빙·스타일 주류·음료 다이내믹 우먼
"요플레처럼 숟가락으로 떠먹는 술도 있어요" 전통주 살리는 프로술꾼'대동여주도' '니술냉' 등 만든 이지민 대표 "일단 희석소주 먼저 이기고 싶어"
이지민  PR5번가 대표가 서울 압구정동 사무실에 다양한 전통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양문숙 기자 photoyms@seoulmedia.co.kr

‘주당’ ‘술꾼’ ‘국민주모’ ‘음주문화연구가’ 등 그의 별명과 애칭은 모두 술과 관련돼 있다. 그만큼 술을 사랑한다. 이지민(38) 대표는 술 좀 마신다는 사람들 사이에선 유명인사다.  그는 ‘대동여주(酒)도’와 ‘언니의 술 냉장고(니술냉)’ 콘텐츠 제작자이자 F&B 전문 홍보회사 PR5번가를 운영하며 전통주를 알리고 있는 이른바 ‘술 가이드’다. 지난 2013년 허허벌판과 같던 전통주 시장을 고군분투 개척하며, 전무후무한 스토리를 써가고 있는 업계의 선도자이기도 하다. 

그가 만든 ‘대동여주도(blog.naver.com/prnprn)’는 재미있는 볼거리가 넘친다. ‘전통’이라는 다소 진부함이 느껴지는 타이틀을 현대식으로 재해석하는 한편, 낯설고 어려워했던 사람들의 심리적 거리를 대폭 줄이는데 일조했다. 만화, 카드뉴스, 인포그래픽, 영상 등 다양한 경계를 넘나들며 술에 얽힌 흥미있는 이야기를 ‘옴니버스’ 식으로 풀어내 젊은이들을 전통주 앞으로 이끄는데 성공했다.

그는 어떻게 전통주에 주목하게 됐을까. 1일 서울 압구정동에 위치한 그의 오피스에서 '술과의 사랑' 보따리를 풀어놓았다.

◆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전통주'…“나라도 나서서 알려야 겠다 ‘사명감’ 생겨”

이지민  PR5번가 대표가 서울 압구정동 사무실에 업무를 보고 있다. /양문숙 기자 photoyms@seoulmedia.co.kr

이 대표와 술의 인연은 깊다. 술을 업으로 삼은 세월은 1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학 졸업 후 홍보회사를 다니며 주류 부문을 맡아왔고, 이후 LG상사 와인 사업부에도 참여했다. CJ에선 음료사업부에 몸담았다. 하지만 전통주에 관심은 없었다. 술과 가까이 살았지만 소주, 맥주, 막걸리, 그리고 조금 아는 명인주 정도가 전부인줄 알았던 그야말로 '우물 안 개구리'였다.

그런데 4년 전 운명처럼 전통주가 그에게로 왔다. CJ 음료사업부를 나오면서 앞으로 어떤 일을 할지 고민하던 중 우연히 지인의 권유로 찾게 된 양조장이 큰 계기가 됐다. 

“양조장 투어는 한마디로 ‘쇼크’였어요. 와이너리는 되게 잘해놨잖아요. 그런데 양조장은 할머니 할아버지가 사는 시골 같은 느낌이랄까. 하여간 거기서 문화적 충격을 받았죠.”

이 대표는 양조장에서 전통주가 지닌 힘에 자연스럽게 이끌렸다. 일종의 사명감도 생겼다. 명인이 들려주는 술에 얽힌 스토리를 잘 끄집어내면 승산이 있겠다고 확신했다. 그렇게 불모지와 같은 전통주 시장에 자신감을 밑천 삼아 도전했다. 이 대표의 통찰은 과감하고 대담했다.

“전통주에 관심이 없었을 땐 잘 몰랐는데, 전통주가 가지고 있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보니 모두 좋았어요. 전통주는 우리의 역사부터 문화, 각 지역에서 나는 농산물까지 고스란히 담고 있는데 저는 그걸 몰랐던 거죠. 그때 깨달았어요. 이렇게 좋은 술이 우리나라에도 있는데 여지껏 외국 술 알리기에만 주력했구나 하고요."

전통주의 매력은 무궁무진하다. 시간을 거스르는 ‘초월의 힘’을 가지고 있다. 조선시대 왕에게 진상됐던 술, 조선왕 고종이 한미통상조약 체결 당시 건배주로 썼던 술, 남북정상회담에서 만찬주로 쓰인 술, 신라 때부터 전해져 내려온 술 등 그 자체가 살아있는 역사다.

“우리나라만 빼고 다 잘해요. 외국마다 각 나라들이 자랑하는 술이 있잖아요. 프랑스만 하더라도 정상회담에 누구랑 누가 만나면 어떤 와인을 내놓느냐를 놓고 눈치작전을 벌이기도 하고, 일본도 사케 장려정책이 참 잘돼 있고요. 그런데 우리는 그런 게 하나도 없는 거죠. 전통주를 국주로 밀진 않잖아요. 맥주 같은 경우엔 맛없는 술, 소주는 취하기 위해 마시는 술, 막걸리는 머리 아픈 술, 뭐 이런 식으로 세 가지 모두 선입견이 있어요. 그래서 우리 술을 업그레이드 시켜야 할 필요성을 느꼈죠.”

◆ “전통주를 위한 소통의 창구 만들어”…흥미로운 콘텐츠 양성 위해 노력

이지민 대표가 운영하고 제작하는 ‘대동여주(酒)도(blog.naver.com/prnprn)’에서는 전통주를 다양한 주제로 나누어 흥미롭게 소개한다. /사진제공=대동여주도

이 대표는 전통주를 알리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기존 자료들이 한자 투성이인데다 그나마 존재하지 않는 자료까지 수두룩해 그야말로 첩첩산중이었다. 쉽고 재미있게 볼 수 있으면서도 호기심을 끌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전통주를 알리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봐야 하고, 또 많이 공유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는데, 일단 글자가 너무 많으면 보고 싶지 않잖아요. 그런데 재미있고 쉽게 접할 수 있는 콘텐츠에 가장 적합화 되어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그림을 이용하는 만화나 카드뉴스거든요. 그래서 시도하게 됐죠.”

그는 가장 먼저 소통의 통로로 SNS를 선택했다. 그렇게 탄생하게 된 것이 바로 그가 제작·운영하는 ‘대동여주도’와 ‘니술냉’이다. 대동여주도는 ‘전국의 술’ 이라는 뜻과 ‘여자들이 술을 알리고 주도한다’라는 중의적인 의미를 담아 이름 붙였다. 니술냉은 밤마다 냉장고 앞을 기웃거리는 이 대표의 모습을 보고 그의 남편이 ‘언니들의 술 냉장고’를 줄여 만들었다.

대동여주도는 전통주만 콘텐츠로 다룬다. 단순히 술을 소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술과 어울리는 안주, 맛집, 명인들의 스토리, 다양하게 마실 수 있는 레시피 등 젊은 감성을 자극하는 요소들이 가득하다. 니술냉은 맥주, 와인, 위스키 등 다양한 술을 전통주와 함께 영상으로 소개하는 것이 특징이다. 술 소개뿐만 아니라 ‘술 독 빼기 좋은 10가지 운동’ 등 위트 있는 영상도 있다.

“콘텐츠를 제작할 때 어떻게 만들어야 젊은 사람들이 좋아할까 고민을 많이 해요. 관련 서적도 찾아보고 잡지도 보고 술에 관련된 모든 자료를 가리지 않고 보는 편이죠. 혼자 공부도 하고 직접 취재하러 다니기도 하고요.”

그 덕분에 이들 공간엔 흥미로운 콘텐츠로 가득하다. 예컨대 ‘봄과 어울리는 요리와 우리 술’ ‘시한편이 떠오르는 우리 술’ ‘연말 모임에서 분위기 살려줄 우리 술’ 등과 같은 식이다. 자유롭게 주제를 선정해 독자에게 흥미와 재미를 선사한다. SNS를 통해 볼 수 있으니 접근성도 좋고 무엇보다 재미있어 독자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 “전통주 알고 먹으면 더 맛있다”…희석소주 제치고 전통주 ‘대중화’ 시키는 것이 꿈

이지민  PR5번가 대표가 서울 압구정동 사무실에 다양한 전통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양문숙 기자 photoyms@seoulmedia.co.kr

이런 이 대표의 노력 덕분일까. 최근 전통주에 대한 이미지가 많이 바뀌었다. 길거리만 나가봐도 전통주 맛집이 눈에 띄게 늘고 ‘대장부’와 같은 우리 농산물로 만든 술도 계속해서 나오는 등 청신호가 감지된다.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전통주를 둘러싼 선입견이 여전히 팽배하기 때문이다. 전통주라 하면 흔히 ‘도자기에 담긴 독한 술’ ‘한약재 들어간 맛없는 술’ ‘비싸고 어려운 술’ 등을 떠올리기 십상이다. 또 예(禮)를 갖추고 먹어야 할 것 같은 무거운 선입견에 사로 잡혀 기피하기도 한다.

“전통주는 복분자, 사과, 머루, 다래 등 산천에서 나는 모든 것이 술의 재료가 됩니다. 이렇게 좋은 재료에 명인들의 시간과 정성을 담아 빚은 술인데 비싸다는 선입견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픕니다. 국내 유일 매실주 100%로 담근 ‘매실원주’만 하더라도 300ml에 6000원인데 희석소주가 요즘 5000원정도 하니까 절대 비싼 건 아닌데 말이죠.”

자신에게 딱 맞는 전통주를 고르는 방법도 조언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전통주를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전혀 어렵지 않다"며 "전통주도 종류가 굉장히 많고 다양하기 때문에 자신이 선호하는 술을 알고 전통주 분류만 잘 이해하면 실패 없이 골라 마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예를 들어 독주를 좋아하는 분은 증류주가 잘 맞고, 풍부한 향을 좋아하는 분은 과실주가 잘 맞는 등 술의 분류와 재료 선호에 따라 골라 마시면 된다"고 설명했다.

마시는 방법 또한 각양각색이다. 그는 “온더락으로 즐기거나 위스키처럼 스트레이트로 마시는 방법도 있고 탄산수와 섞어서 마실 수도 있다. 서양의 보드카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며 "안주도 반드시 파전에다가 먹어야 된다라고 생각하는데 편견이다. 우리가 흔히 일상에서 즐겨 먹는 빵 이라든지, 파스타 등 서양음식과도 잘 어울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전통주를 맛있게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술을 빚는 방법, 재료 등 특성에 대해 연구하고 다양한 레시피를 만들어 공유하기도 한다. 전통주로 만든 셔벗, 아이스크림, 칵테일 등이 대표적이다. 또 업계에서도 젊은 층을 끌어안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기도 하다. 강원도 홍천 예술주조에서 선보인 떠먹는 술 ‘배꽃 필 무렵’이 대표적이다. 이 술은 요플레처럼 숟가락으로 떠서 먹을 수 있다.

이 대표는 이러한 레시피와 노하우를 연륜과 함께 차곡차곡 쌓아 향후 전통주에 관한 책도 엮고 술도 개발하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차근차근 전통주 시장이 넓어져 희석소주를 대체시킬 수 있는 술로 거듭났으면 하는 바람도 갖는다.

“향후 희석소주를 없애고, 우리 농산물로 만든 제대로 된 술이 대중화 되는 것이 제 꿈이에요. 기업이 나서서 희석소주 만드는 것을 줄이고 국산으로 된 농산물로 술을 만들기 시작하면 어려운 일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요즘 농산물이 남아돈다고 하잖아요. 그 농산물을 활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된다고 봐요. 그리고 저 또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전통주를 찾을 수 있도록 열심히 발로 뛰고 노력 하겠습니다.”

또 이 대표는 이런 말도 남겼다. “우리나라는 ‘무형의 가치’에 대해 저평가 하는 부분이 있어요. 새로운 콘텐츠를 양산하기까지 너무나 많이 고민하고 시간과 노력을 쏟아 붓는데, 당연하게 공짜로 얻어 가려고 한다고 해야 하나요. 콘텐츠의 가치를 인정해 주지 않는 부분이 많아요. 제 값을 주려 하지 않는 부분도 크고요. 더 좋은 콘텐츠가 양산되기 위해서는 이런 부분이 많이 개선됐으면 하는 바람도 있습니다.”

임유정 기자  wiselim88@naver.com

<저작권자 © 여성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임유정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