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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혜의 '비올레타 10분 아리아'···관객도 숨을 멈췄다국립오페라단 ‘시민과 함께하는 가을 오페라 콘서트’ 성황···홍주영·김동섭·이원종도 노래 선물
소프라노 김성혜가 30일 서울북부지방법원 가인홀에서 열린 '시민과 함께하는 가을 오페라 콘서트'에서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에 나오는 비올레타의 아리아 '이상해 이상해...언제나 자유롭게'를 열창하고 있다. /양문숙 기자 photoyms@seoulmedia.co.kr
소프라노 김성혜가 30일 서울북부지방법원 가인홀에서 열린 '시민과 함께하는 가을 오페라 콘서트'에서 모차르트의 '마술피리'에 나오는 '밤의 여왕의 아리아'를 부르고 있다. /양문숙 기자 photoyms@seoulmedia.co.k

흥겨운 파티가 모두 끝나고 혼자 남았다. 알프레도의 고백이 싫지는 않지만 사랑에 빠질까 두렵다. ‘이상해, 이상하구나(E strano, e strano)’라고 중얼거리며 난생 처음 느껴보는 알 수 없는 감정을 조심스럽게 풀어 놓는다.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쓰지만 자꾸만 그 사람 모습이 떠올라 미칠 것 같다. 금방 눈물이 쏟아질 듯 애잔한 얼굴엔 ‘아, 그이던가(Ah, fors’e lui che l’anima)’라는 잠깐의 기쁨이 번지며 노래를 부른다. 하지만 이내 다시 마음을 고쳐 먹는다. ‘언제나 자유롭게(Sempre libera)’ 살거야라며 설레는 마음을 애써 부정한다.

고음의 기교를 뽐내는 콜로라투라 소프라노 김성혜가 ‘완벽한 비올레타’를 선보였다. 김성혜는 30일 오후 서울북부지방법원 가인홀에서 열린 ‘시민과 함께하는 가을 오페라 콘서트’ 무대에 올라 300여명의 관객을 사로 잡았다. 이날 공연은 국립오페라단과 서울북부지방법원이 힘을 합쳐 준비했다.

김성혜가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에 나오는 10분에 걸친 아리아를 부르자 여기저기서 소리없는 탄성이 쏟아졌다. 비올레타의 미묘한 심리 변화를 오롯이 목소리 하나만으로 표현하는 능력에 숨이 멎었다. 음악성, 테크닉, 연기력 무엇하나 흠잡을데가 없다. 섬세한 감성까지 실어 쉼없이 노래하자 어느새 관객 모두도 비올레타가 되어 깊게 공감했다.

그녀는 '리골레토'의 딸 질다가 되기도 했다. 괄티에르 말데라는 말도 안되는 가짜이름을 사용한 바람둥이 만토바 공작과 사랑에 빠져 ‘그리운 그대 이름(Caro nome che il mio cor)’을 부를땐 애절함이 가득했다. 오케스트라 선율에 살짝 살짝 얹혀지는 목소리가 일품이다. 반박자 늦게 뚝뚝 끊어 노래하는 스킬은 단연 엑설런트다.

어디 이뿐인가. 모차르트의 '마술피리'에 나오는 ‘밤의 여왕의 아리아’에선 증오와 분노의 끝판을 보여줬다. 딸 파미나에게 칼을 건네주며 라이벌인 자라스트로를 찔러 죽이라고 명령한다. "지옥의 복수심이 내 마음에 끓어오르고(Der hoelle Rache kocht in meinem Herzen), 죽음과 절망이 내 주위에 불타오르네" 노래하며 "아아~아아아~아아~" 고음을 토해내자 소름이 돋는다. 

바리톤 김동섭이 로시니의 '세비야 이발사'에 나오는 '나는 이 거리의 해결사'를 노래하며 관객에게 귤을 나눠주고 있다. /양문숙 기자 photoyms@seoulmedia.co.kr
바리톤 김동섭이 로시니의 '세비야 이발사'에 나오는 '나는 이 거리의 해결사'를 노래하고 있다. /양문숙 기자 photoyms@seoulmedia.co.kr

함께 출연한 다른 3명의 성악가 역시 정상급 수준을 보여줘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았다. 

코리아쿱오케스트라가 로시니의 코믹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 서곡으로 오프닝을 열었다. 애조를 띤 멜로디에 빠른 박자로 연주되는 이 유명한 곡이 끝나자 곧이어 바리톤 김동섭이 무대가 아닌 옆문에서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깜짝 등장했다. 그는 유쾌한 피가로가 되어 ‘다들 내 앞길을 비켜라(Largo al factotum della citta)’를 불렀다. 그는 ‘나는 이 거리의 해결사’ ‘만물박사의 노래’라는 애칭으로도 불리는 이 노래를 부르며 관객에게 귤과 사탕을 나눠주는 친절 서비스를 베풀었다.

김동섭은 리골레토로 변신해 만토바 공작의 부하들에게 ‘가신들아, 이 저주 받을 자들아(Cortigiani, vil razza dannata)’라고 무시무시한 분노를 표출하기도 했고, 제르몽이 되어 ‘프로방스의 바다와 땅(Di Provenza il mar il suol)'을 부드럽게 노래했다.

테너 이원종이 푸치니의 '투란도트' 중 '아무도 잠들지 못하리'를 노래하고 있다. /양문숙 기자 photoyms@seoulmedia.co.kr
테너 이원종이 푸치니의 '투란도트' 중 '아무도 잠들지 못하리'를 노래하고 있다. /양문숙 기자 photoyms@seoulmedia.co.kr

이원종은 테너들의 으뜸 레퍼토리인 '투란도트'의 ‘아무도 잠들지 못하리(Nessun Dorma)'와 '리골레토'의 ’여자의 마음은 갈대(La donna e mobile)'를 연주했다. 

소프라노 홍주영이 드보르작의 '루살카'에 나오는 '달에게 부치는 노래'를 부르고 있다. /양문숙 기자 photoyms@seoulmedia.co.kr
소프라노 홍주영이 드보르작의 '루살카'에 나오는 '달에게 부치는 노래'를 부르고 있다. /양문숙 기자 photoyms@seoulmedia.co.kr

소프라노 홍주영은 드보르작의 '루살카'에 나오는 ‘달에게 부치는 노래(Song to the moon)’를 불렀다. 물의 요정 루살카가 달님에게 간청한다. 부디 내 마음을 왕자님에게 대신 전해달라고. 홍주영의 애절한 목소리는 분명 달님에게 전달 되었으리라.

테너 이원종, 소프라노 홍주영, 소프라노 김성혜, 바리톤 김동섭이 푸치니의 '라 보엠'에 나오는 중 '행복했던 시절에 안녕'을 노래하고 있다. /양문숙 기자 photoyms@seoulmedia.co.kr

그리고 출연진 4명이 합동으로 '라보엠'에 나오는 아리아 4곡을 연달아 불러 미니 오페라를 연출했다. 이원종이 ‘그대의 찬손(Che gelida manina)'을 부르자 홍주영이 ’내 이름은 미미(Si, Mi chiamano mimi)'로 화답했고, 두 사람은 ‘오 사랑스러운 아가씨(O soave fanciulla)'를 듀엣으로 노래했다. 이어 김성혜와 김동섭까지 가세해 ’행복했던 시절에 안녕을(Addio, dolce svegliare)'로 피날레를 장식했다.

관객들의 박수 갈채와 환호가 이어지자 앙코르 곡으로 '자 넘치는 술잔을 듭시다(Libiamo ne' lieti calici)', 일명 '축배의 노래(Brindisi)'를 부르며 공연을 마무리 했다.

음악평론가 장일범이 노래 중간중간 친절한 해설을 곁들여 풍성한 콘서트를 선사했다.

 

 

민병무 기자  joshuamin@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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