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7.12.14 목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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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리나·아미나·루살카로 팔색조 변신···"역시 강혜정" 행복했던 2시간국내 무대 데뷔 10주년 콘서트 성황...콜로라투라 고음의 기교까지 뽐내 진한 감동
소프라노 강혜정이 지난 27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국내 무대 데뷔 10주년 리사이틀에서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사진제공=두잇컴퍼니

#1. 처음엔 능청스럽고 깜찍한 '노리나'로 변신했다. 말라테스타와 함께 파스콸레 영감을 속여 재산을 몽땅 가로채려는 계획을 서로 주고받으며 이중창을 부른다. 분명 나쁜 여자지만, 악녀본색은 온데간데없이 귀엽기만 하다. 양준모와 호흡을 맞춰 '자, 준비됐어요(Pronta io son)'을 노래하자 멋진 드라마 한편이 눈앞에 펼쳐진다. 낮고 굵직한 바리톤 음성에 노리나의 높고 맑은 보이스가 겹쳐지자 “이런게 바로 환상의 케미”라는 감탄사가 쏟아진다.

소프라노 강혜정이 지난 27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국내 무대 데뷔 10주년 리사이틀에서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사진제공=두잇컴퍼니

#2. 그 다음은 몽유병을 앓고 있는 '아미나'다. 스위스 어느 마을의 가장 예쁜 이 처녀는 사랑하는 엘비노와 약혼식을 올린 후 '사랑하는 친구들...이 얼마나 화창한 날인가(Care compagne...Come per me sereno)'라며 하객에게 감사하고 기쁜 마음을 표현한다. 오페라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선율을 창조한 하늘나라 작곡가도 이 곡을 들었다면 설렜으리라.

소프라노 강혜정이 지난 27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국내 무대 데뷔 10주년 리사이틀에서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사진제공=두잇컴퍼니

#3. 이번엔 물의 요정 '루살카'다. 왕자에게 마음을 빼앗긴 루살카는 휘영청 밝은 달에게 부탁을 한다. 내 마음을 제발 왕자님에게 전달해 달라고. “하늘의 은빛 달님이시여 / 잠시 동안만이라도 / 그 꿈을 생각할 수 있도록 / 그가 쉬는 곳을 비추소서 / 달님이시여, 사라지지 마소서” 슬프도록 아름답게 '달에게 부치는 노래(Song to the moon)'를 부르자, 관객 모두는 어느새 달님이 되어 자발적으로 사랑의 메신저가 된다. 조명도 한몫 거든다. 뒤의 벽에는 둥근달이 떠있다. 아이보리색 드레스를 입은 루살카의 허벅지 부분까지 보랏빛 조명이 비춘다. 마치 물속에 잠긴 채 노래하는 분위기를 연출한다. 귀가 즐겁고 눈도 즐겁다.

소프라노 강혜정이 지난 27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국내 무대 데뷔 10주년 리사이틀에서 관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제공=두잇컴퍼니

깨끗하고 우아한 음색을 자랑하는 소프라노 강혜정(계명대 음악공연예술대학 교수)이 지난 27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팔색조 변신을 펼치며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국내 무대 데뷔 10주년을 기념해 열린 이번 리사이틀에서 그녀는 도니제티의 ‘돈 파스콸레’, 벨리니의 ‘몽유병의 여인’, 드보르작의 ‘루살카’에 나오는 오페라 아리아 등을 선보이며 진한 감동을 안겨줬다.

꼬박 2시간 동안 이어진 공연 내내 "역시 강혜정"이라는 엄지척 세례가 이어졌다. '돈 파스콸레'에 나오는 ‘기사의 뜨거운 눈길(Quel guardo il cavaliere)’을 부를 땐 눈빛 하나 손짓 하나에도 심쿵 주의보가 발령될 만큼 관객을 사로잡았고, 로시니의 '피렌체의 꽃 파는 소녀(La fioraia fiorentina)'를 노래할 땐 기꺼이 주머니를 다 털어 꽃을 사주고 싶었다.

트레이드 마크인 청아한 목소리를 넘어 콜로라투라 기교를 뽐내기도 했다. 베네딕트의 '집시와 새(The gipsy and the bird)'가 맛보기였다면 아당의 오페라 '투우사'에 나오는 ‘아, 어머니께 말씀드릴게요(Ah! Vous dirai-je, Maman)’는 제대로 차려진 고음의 만찬이었다. 

소프라노 강혜정이 지난 27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국내 무대 데뷔 10주년 리사이틀에서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사진제공=두잇컴퍼니

널리 알려진 동요 ‘반짝반짝 작은 별’이 차용된 곡으로 대중들에게 친숙한 멜로디지만 고난도의 변주곡이다. 강혜정은 플루티스트와 호흡을 맞추며 마치 소프라노와 플루트 중 누가 더 쾌활한 소리를 낼 수 있을까 경연하듯 아름다운 소리를 전달하자 관객은 박수와 함성으로 화답했다.

한국적 감성을 아낌없이 들려주기도 했다. 작곡가 김민경이 편곡한 ‘새야새야’에서는 대금연주자와 함께 무대에 올라 전통의 미를 보여줬다. 강혜정은 노래의 내용과도 같이 녹두밭에서 지저귀는 파랑새였다. 또 이지수가 작곡한 ‘아라리요’를 통해서는 한국민요 특유의 아련하고 애절한 감정을 소프라노 선율의 청초함으로 표현했다. 

프로그램북에 나와 있는 모든 곡을 마쳤지만 감동을 더 이어가려는 관객의“앙코르” 소리가 이어지자 강혜정은 다시 무대로 나왔다.

그녀는 양준모와 함께 레하르의 '유쾌한 미망인'에 나오는 ‘입술은 침묵하고(Lippen Schweigen)’를 불렀다. 박수는 또 이어져 벨리니의 '청교도'에 나오는  ‘나는 사랑스러운 처녀(Son vergin vezzosa)’까지 선사했다.

소프라노 강혜정이 지난 27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국내 무대 데뷔 10주년 리사이틀에서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사진제공=두잇컴퍼니

이번 독창회의 파트너들도 단연 톱이었다. 지휘를 맡은 카를로 팔레스키는 스폴레토 극장 상임지휘자이자 페루지아 국립음악원 교수로 활동하고 있는 세계적 거장이다. 그는 정상급 오케스트라로 인정 받고 있는 ‘코리아 쿱 오케스트라’와 함께 무대를 꾸몄다. 1부 오프닝으로 '돈 파스콸레' 서곡, 2부 오프닝으로 로시니의 '세빌리야 이발사' 서곡을 연주했다.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 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바리톤 양준모는 베르디의 오페라 '파스타프' 중 '꿈인가? 생시인가?(E sogono? O Realta?)'를 불렀다.

공연을 마친 강혜정은 “이번 리사이틀은 국내 무대 데뷔 10년을 맞아 다시 한 번 저를 돌아보는 계기이자 그동안 팬들에게 받은 사랑을 다시 돌려드리는 감사의 선물이기도 하다”며 “앞으로도 계속 아름다운 노래를 들려드릴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신은주 기자  44juli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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