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7.10.22 일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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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을수 있는 내돈 7000만원 빼앗겼다" 승부 가른 반포의 분노이사비 7000만원 지원 무산되자 "GS건설이 작업했다" 현대건설로 표심 이동
2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반포주공1단지 시공사 선정 총회에서 조합원들이 차례대로 순서를 기다리며 투표를 하고 있다. /양문숙 기자 photoyms@seoulmedia.co.kr

"그냥 가만히 있으면 받을 수 있는 내 돈 7000만원을 빼앗긴 것 같아 화가 났다. 밤잠도 못잤다. 현대건설에 투표해서 GS건설을 심판하러 왔다."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 사업자 선정을 위한 조합원 총회가 열린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 앞. 50인승 대형버스와 28인승 리무진 버스 등이 쉴새없이 사람을 태워 날랐다.

버스에서 내린 사람들 상당수는 70대 이상의 어르신들. 반포1단지 아파트 소유주들이다. 곧 있을 사업자 선정 투표에 관해 한마디 해달라고 하자 "GS건설이 이사비를 지원받지 못하도록 뒤에서 작업했다"며 쓴소리를 내뱉었다. 

재건축조합이 현대건설의 7000만원 이사비를 받지 않겠다는 결정을 한 후에 진행되는 투표여서 GS건설로 무게가 쏠릴 것이라는 예측이었지만, 조짐이 심상치 않았다. 체육관을 찾은 조합원들의 표심이 현대건설로 움직일 것이라는 시그널이 곳곳에서 감지됐다.

결국 GS건설이 이사비 무산의 역풍을 맞았다. 공사비 2조6000억원을 포함해 사업비 총 10조원에 이르는 반포1단지를 현대건설이 품었다. 정부의 제재가 조합원의 분노을 자아냈고 그 결과는 고스란히 GS건설의 몫이 됐다.

투표 당일날에도 강남권 재건축 '최대어'를 가져갈 승자가 되기 위한 현대건설과 GS건설의 막판 경쟁은 치열했다. 홍보영상에서도 두 회사는 첨예하게 대립했다.

"오늘 이 자리에는 근본이 다른 기업이 있다. 신용과 정직으로 국가재건과 국가 발전을 위해 피땀 흘려온 정직한 국민기업 현대와 재건축 사업장에서 조합원을 협박하며 온갖 거짓말과 감언이설을 한 기업이 있다"(현대건설 홍보영상)

"현대건설 이사비의 진실은 현대건설이 시공사가 되면 이사비를 못받는 것은 물론이고 사업에 막대한 차질이 빚어져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GS건설 홍보영상)

지난 21일 1차 합동설명회에 이례적으로 직접 참석해 화제가 됐던 양사 대표이사들은 이날 현장 투표에 앞서 실시된 2차 설명회에도 직접 나서 프레젠테이션을 했고, 체육관을 가득 매운 1600여명의 조합원 앞에서 경쟁적으로 '큰절'을 올렸다.

현대건설은 조합원 평균연령이 70세가 넘는 고령인 점을 겨냥해 수차례 영상에 정주영 현대건설 창업주를 등장시키는 '정주영 마케팅'을 펼쳤고, GS건설은 가장 논란이 됐던 '현대건설의 이사비 7000만원 무상 제공 위법 판정' 이슈를 다시 한 번 부각했다. 양측 모두 상대의 약점을 파고드는 공격을 설명회 내내 이어갔다.

2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반포주공1단지 시공사 선정 총회에서 조합원들이 투표결과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양문숙 기자 photoyms@seoulmedia.co.kr

먼저 단상에 오른 현대건설 정수현 사장은 "현대건설의 창업자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사업을 하면서 신용을 잃으면 그걸로 끝이야'라고 했다. 이 말처럼 저희는 신뢰를 잃지 않겠다고 약속드린다"고 GS건설을 에둘러 비판했다.

이어 "이번에 가장 이슈가 된 게 이사비인데 저희가 제안한 걸 조합이 삭제했지만 이 사업을 진행하는 데 차질이 없고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한 인허가 기관과 협조해 그 이익을 여러분께 돌려드리는 방법을 만들어가겠다"고 약속했다.

현대건설은 앞서 상영한 홍보 영상에서 "재건축초과이익환수 면제 책임을 지고,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받더라도 최저 일반분양가를 건설사가 보장하겠다. 미분양시 조합원이 정한 가격으로 현대가 책임을 지고 대물 인수를 하겠다"며 GS건설보다 사업 조건이 우위에 있음을 재차 강조했다.

또 "GS건설처럼 반포 등 강남 일대에서 마구잡이식 수주를 하는 게 아니라 오직 반포주공1단지 수주를 위해 재건축 역사상 최고의 사업조건을 제시했다"고 사업 경험 부족에 대한 공격에 '방어막'을 쳤다.

다음으로 단상에 오른 GS건설 임병용 사장은 "GS건설은 공사비 원가 절감에 자신감이 있고 서류를 공개할 수 있는데 (현대건설은) 영업비밀이라는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원가공개를 거부하고 있다"며 "제안서 내용을 전문가를 통해 평가해보니 2550억원이 빈다"고 현대건설을 겨냥했다.

그러면서 "이 쌈짓돈을 갖고 조합원들을 지원하겠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미쳤다"며 은근히 현대건설의 '이사비' 논란을 부각했다.

임 사장은 "아무리 좋은 내용도 그게 화근이 돼 사업 자체가 지연되면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게 된다"며 "저희는 가장 안전한 원가절감의 방법으로 이익을 조합원들에게 돌려드리려는 것이다"라며 우위를 강조했다.

GS건설은 홍보 영상에서 "현대건설의 고급 브랜드 '디 에이치'는 계열사도 같이 쓰는 것으로 언제 바뀔지 모르는 브랜드다"라며 압도적 브랜드 우위를 강조하는가하면 "현대건설이 제시한 '스카이브릿지'는 국토부에서 인허가가 불가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주장하며 현대건설의 설계안의 비현실성을 지적했다.

두 회사가 막판까지 한치의 양보 없는 혈투를 이어간 것은 승부를 점칠수 없는 분위기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26일 부재자 투표에서 전체 조합원의 약 82%가 이미 투표를 마쳤지만 나머지 20%의 표심이 결과를 가를 것이라는 이야기가 많아 막판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수주전이 지나친 과열 양상을 보이고, 도 넘은 상호 비방전이 오간 데 대해 곱지 않은 시각도 있었다.

이날 총회를 찾은 한 조합원은 "다른 회사를 비방하는 지나친 홍보전이나 돈을 써서 조합원을 움직이려는 행태는 불편하게 느껴졌고 반드시 고쳐져야 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양혜원 기자  moneyss@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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