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8.11.19 월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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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사람 직접 만나 중고품 직거래··사기당할 염려없으니'당근'이지지역기반 중고거래 어플 '당근마켓' 김재현 대표 "깨알정보 가득한 커뮤니티로 발전시킬 것"
   
김재현 당근마켓 대표가 지난달 30일 여성경제신문과 인터뷰를 진행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양문숙 기자 photoyms@seoulmedia.co.kr

“기존의 중고물품 시장은 택배거래라는 점을 이용해 사기를 치는 경우가 많았고, 조금만 마음에 안 들면 반말을 하거나 일방적으로 연락을 끊어버리는 등 매너문제도 아주 심각했어요. 그런데 지역을 기반으로 한 직거래의 경우 언제 어디서 다시 마주칠지 모르는 이웃주민이니 친절하고, 택배비가 들지 않아 더 저렴한 가격에 거래할 수 있습니다. 한 마디로 거래위험의 부담은 줄이고 동네 주민과 나눔도 실천할 수 있는 ‘착한 서비스’인 셈이죠.”

김재현(38) '당근마켓' 공동대표는 가까운 동네 주민과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간편하게 거래할 수 있는 지역기반 C2C(개인간) 중고거래 서비스를 개발했다. 위성항법장치(GPS)로 거주지를 인증한 같은 동네(2~7km 이내) 사람들을 연결시켜 물건을 사거나 팔 수 있도록 만든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당신의 근처’라는 줄임말을 담아 ‘당근마켓’으로 이름 지었다.

김 대표는 네이버, 카카오 등의 대기업을 거친 IT업계의 ‘거물’이다. 당근마켓은 그의 두 번째 창업으로 지난 2010년 지역 상권 기반의 통합 쿠폰 서비스 ‘쿠폰모아(씽크리얼즈)’를 만든 경험이 있다. 2년 만에 약 50억원의 가치를 인정받고 카카오에 매각했다. 즉, 이미 한차례 창업의 성공을 맛본 ‘창업 베테랑’인 셈이다. 그는 카카오 입사 당시 맛집 정보 서비스인 '카카오플레이스'를 함께 개발했던 김용현 팀장과 손잡고 지난 2015년 6월 공동대표로 당근마켓을 창업했다.

◆ 택배포장하기 힘든 ‘큰’ 물건도 척척 … “신뢰와 매너를 기본으로 다양한 거래가능"

당근마켓은 키워드 알림, 1:1채팅하기, 거래매너 온도 등을 통해 지역주민들끼리 편리하게 직거래가 가능하도록 최적화 시켜 만들었다. /사진제공=당근마켓.

당근마켓은 지난 2014년 ‘판교마켓’에서 시작됐다. NHN엔터, 엔씨소프트, 넥슨, 카카오 등 판교지역의 기업에 다니는 사람들끼리 회사 이메일을 통해 소속을 인증하고 물건을 사고 팔 수 있도록 한 게시판이 모티브가 됐다. 지역 주민들끼리 양심에 따라 다양한 물건을 자유롭게 교환하거나 거래할 수 있도록 확장시켜 새로운 중고 시장을 열었다.

김 대표는 “당시 판교마켓에서 거래를 하던 사람들이 1만원에 내놓을 물건도 ‘회사 사람들과 거래하는 거니까 조금 더 저렴한 가격에 팔아야지’하고 스스로 가격을 내려서 5000원에 판매하는 등 훈훈한 풍경을 자주 목격하면서 일정한 ‘소속감’이 주는 장점에 대해 알게 됐다”며 “지역을 기반으로 운영하면 보다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이 이 장점을 경험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당근마켓은 어플리케이션을 다운받고 3초면 가입이 완료된다. 간단한 문자인증을 통해 별도의 개인정보를 적지 않아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 간편하다. 거래하고 싶은 물건을 휴대폰으로 찍어 올리거나 마음에 드는 물건을 찾아 1:1채팅을 통해 거래한다. 가입비나 수수료가 없으며 집 근처에 위치한 사람들의 물건만 골라서 보여주니 거래 성사율도 높다.

또한 판매자만 일방적으로 가격을 제시하지 않고 채팅을 통해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가 쌍방향 가격 조정이 가능토록 했다. 판매자가 가격을 내릴 경우 그 물건에 관심을 표했던 사람들에게 알림이 가기도 하고, 관심 키워드를 걸어두면 해당 물건이 올라올 때 알람이 오기도 한다. 이 때문에 매주 등록되는 물건만 1만개가 넘으며 등록된 물건의 20~30%가 2주 이내에 거래될 정도로 빠른 회전율을 자랑한다.

특히, 중고거래 시장에서 믿고 구매하기 힘든 물건도 척척 잘 팔린다. 직거래를 권장하다 보니 노트북 등과 같은 고가의 물건을 구입하기 전 '사기 당하면 어쩌지'라는 불안감은 갖지 않아도 된다. 근처에 사는 이웃과 물건의 상태를 확인하고 살 수 있으니 만족감은 당연히 높다. 자전거나 책상, 유모차 등 포장하기 어려운 큰 물건도 마찬가지다. 필요 없는 사람에게는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물건에 대한 부담을 없애줄 뿐만 아니라, 처리 시 드는 비용 없이 합리적인 가격 제안을 통해 즉시 처분이 가능하다.

김 대표는 "우리 아이가 쓰던 작은 책장이 거의 새것이었는데 아내가 버리려고 하기에 당근마켓에 올렸더니 같은 아파트 바로 옆 동에 살고 있는 아주머니가 직접 수레를 끌고 집 앞으로 찾아왔다(웃음)"며 "이것이 바로 주변 사람들을 중심으로 할 수 있는 직거래의 큰 매력이다"라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서비스이다 보니 지역에 따라 특성이 다르게 나타나는 흥미로움도 있다"면서 "판교 같은 경우엔 IT 덕후들이 많아 전자제품이 활발하게 거래되고, 죽전이나 수지에는 젊은 육아맘이 많아 육아용품이 주로 올라오며, 강남에는 명품백 등도 활성화 돼 있다"고 덧붙였다.

물론, 비매너 거래에 대비해 사전에 거를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물건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업자들의 판매를 막고 '매너온도'라는 신뢰도 유지 장치를 통해 친절하면서도 믿음이 확보된 사람들끼리 더 잘 거래할 수 있도록 최적화 시켰다. 쉽게 말해, 가입 후 사람의 온도인 36.5도로 시작해 거래를 할수록 구매자들의 평에 따라 온도가 변화도록 만든 거다. 매너가 좋을수록 높은 온도를 나타내며 매너온도를 통해 이용자의 기본 매너를 미리 체크할 수 있다.

김 대표는 "당근마켓은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매너'를 가장 강조해 운영하고 있다"며 "중고 시장을 '중고딩 시장' 이라고 별칭이 붙여 부를 정도로 인식이 좋지 않은데 이를 바꾸기 위해 이전 중고 시장의 단점들을 보완하고자 노력했다"고 이야기 했다.

◆ 당근마켓으로 이어지는 특별한 인연… “육아맘 고충 나눌 수 있는 동네친구 생기기도"

김재현 당근마켓 대표가 지난달 30일 여성경제신문과 인터뷰를 진행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양문숙 기자 photoyms@seoulmedia.co.kr

중고물품 시장의 특성상 구입했던 물건을 사용하다가 재판매 하는 형식이기 때문에 취향이 비슷하거나 연령대가 겹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컨대, 지난 달 까지 잘 맞았던 아이의 옷이 갑자기 작아져 입힐 수 없게 돼 마켓에 올렸는데 판매자의 아이보다 성장이 느리거나 조금 어린 또래 아이의 엄마가 그 옷을 원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렇다보니 중고시장 내에서도 판매자와 구매자간의 아이 연령대나 본인의 취향 등 공통분모가 잘 맞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거래가 연속된다. 우연히 직거래를 하려고 만났다가 동네 친구가 되는 경우도 다반사다. 연결된 이용자끼리 한 집에 모여앉아 쓰지 않는 물건들을 거실에 펼쳐놓고 프리마켓을 자처하는 경우도 흔한 풍경이다.

김 대표는 "집이 가까운 이용자끼리 친해져 프리마켓을 열기로 하고 사진을 찍어 당근마켓을 통해 홍보하는 경우도 있다"며 "단순히 중고거래 시장으로서의 역할 뿐만 아니라 작은 커뮤니티로서의 역할도 충실히 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뿐만 아니라, 당근마켓은 나눔에도 앞장서고 있다. '1+1' 이라는 의미를 담아 매달 11일 무료드림 행사를 진행한다. 무료드림 역시 지역을 기반으로 하며 다수의 이용자가 자발적인 나눔을 자처한다.

김 대표는 "당근마켓 무료드림 날 무료로 물건을 주겠다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고, 물건을 받는 사람들도 빈손으로 나가지 않고 음료수를 사서 나가거나 나눌 수 있는 물건을 가지고 나간다"며 "당근마켓 안에서 이렇게 자발적인 따뜻함도 발생하고 있다"고 자부했다.

현재 당근마켓은 시와 광역시를 중심으로 서비스 중이며, 도 단위 까지 차근차근 넓혀 나가는 중이다. 특히 서울 강남, 송파구 일대와 경기도 분당, 판교, 죽전 지역에서의 거래가 가장 활발하다. 현재 누적다운로드 수만 80만에 달하며 평균 한 달 이용자 수는 33만명에 이른다.

김 대표는 "매달 게시물과 이용자 수가 눈에 띌 만큼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며 "주민간의 교류도 없어지고 따뜻함도 없어지는 각박한 현대사회 속에서 지역주민만의 나눔과 거래, 그리고 커뮤니티까지 모두 담아낼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 수익창출 보다는 서비스 안정화가 우선… "지역기반 서비스 넓혀 나갈 것"

김재현 당근마켓 대표가 지난달 30일 여성경제신문과 인터뷰를 진행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양문숙 기자 photoyms@seoulmedia.co.kr

당근마켓은 현재 카카오의 초기 수익모델을 적용해 수수료 광고비 등 일절 수익을 내지 않고 당분간 서비스 개선과 안정화에 힘쓰겠다는 전략을 가지고 있다. 이는 섣불리 단기 이익을 추구해 서비스를 성장시키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 않겠다는 김 대표의 운영철학이다. 어느 정도 이용자 규모가 확보되면 이를 바탕으로 시도할 수 있는 사업도 많고, 다양한 수익모델 적용도 쉬우며 수익규모도 커지기 마련이니 그때까지 기반을 다지겠다는 거다.

김 대표는 "현재 투자를 받아 서비스를 개선해 나가고 있다"며 "100만명이 모이면 지역광고를 통해 수익을 창출할 예정이다. 그 전까지 들어오는 광고를 모두 정중히 거절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당근마켓은 향후 이용자가 일정 수 이상 확보되면 중고거래 외에도 지역주민들간의 다양한 정보를 주고받으며 소통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지역 커뮤니티'를 추가 도입할 예정이다. 과외강사, 쿠킹클래스 등 필요한 서비스를 거래할 수 있는 '구합니다' 게시판과 '동네 Q&A' 게시판 등 생활권 서비스를 확장해 나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

김 대표는 "지역 주민들만 알고 있는 깨알정보들이 많다"며 "예를 들어 '이 동네 맛집은 어디 인가요' '운동화를 잘 세탁해주는 세탁소는 어디 인가요' 등 인터넷 속 무분별한 광고가 아닌 동네 주민이 추천해 주는 '진짜 정보'를 믿고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다양한 시행착오와 테스트를 통해 더욱 믿을 수 있는 '당근마켓'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올해 말까지 회원 수 100만명을 목표로 한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임유정 기자  wiselim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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