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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작용 생리대' 파헤친 에코페미니스트···"생활용품속 화학물질 우리 삶 위협 "이안소영 여성환경연대 사무처장 "기업은 정부기준보다 더 엄격한 제품기준 만들어야"
이안소영 여성환경연대 사무처장이 생리대 트리 앞에서 면생리대를 소개하고 있다. /양문숙 기자 photoyms@seoulmedia.co.kr

‘릴리안’이라는 특정 생리대에서 시작된 유해성 논란이 생리대 전반에 대한 불안으로 번져가고 있는 가운데 부작용 피해 제보 건수도 3000여건에 이르렀다. 현재 식약처가 검사에 나서겠다고 밝힌 상태지만 제2의 가습기 사태로까지 번지는 게 아닌지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여전히 크다.

그나마 좀 더 일찍 부작용 논란이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 다행일지도 모른다. 그저 몇몇 예민한 소비자의 문제로 치부됐더라면 조용히 묻혔을테니 말이다. 이번 릴리안 사태가 논란의 중심이 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여성환경연대의 역할이 컸다. 그동안 일회용 생리대의 유해성에 대해 꾸준히 문제제기한 것. 특히 이번 릴리안 생리대 부작용에 대한 제보를 받는 등 생리대 피해 여성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고 있는 이안소영 여성환경연대 사무처장을 25일 만났다.

◆수많은 부작용 사례, 왜 정부당국과 기업은 모르쇠

“수많은 여성들이 여성환경연대에 자신의 부작용과 고통을 제보했습니다. 이들 제보 중에는 해당제품을 사용한 뒤로 생리량 감소, 생리통 증가, 생리주기 변화와 함께 질염 등 여러 가지 사례가 포함돼 있습니다.”

이안소영 여성환경연대 사무처장은 “현재로서는 인과관계가 분명하게 밝혀지진 않았지만, 일회용 생리대로 인해 여러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안소영 여성환경연대 사무처장이 "부작용 생리대의 원인이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태지만 많은 여성들이 부작용을 호소하고 있는 만큼 역학조사를 하는 것이 국민 건강에 책임을 다하는 정부의 역할이 아닐까"라고 강조하고 있다.  /양문숙 기자 photoyms@seoulmedia.co.kr

1년 전부터 여성들이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릴리안 생리대 부작용을 토로하는 글이 심심찮게 올라오기 시작했고, 그러다 지난해 10월 강원대 생활환경연구실 김만구 교수 연구팀에 국내 유통 중인 생리대 10종에 대한 유해물질 조사를 의뢰했다.

그는 “유해물질 조사 결과 릴리안 제품에서는 휘발성 유기화합물(TVOCs)이 많이 검출됐다. TVOCs에는 톨루엔, 스타이렌, 벤젠 등의 물질이 포함돼 있는데 이 중에는 피부자극이나 유해성 있는 물질도 있다”면서 “그것이 생리의 양을 줄였다고 할 수는 없지만 영향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일회용 생리대의 공정문제인지 성분문제인지 원인이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태지만, 어쨌든 많은 여성들이 부작용을 호소하고 있는 만큼 역학조사를 하는 것이 국민 건강에 책임을 다하는 정부의 역할이 아닐까”라고 꼬집었다.

외국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미국 비영리단체 ‘지구를 위한 여성의 목소리(WVE)’는 2014년 미국 여성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일회용 생리대인 피앤지(P&G)사의 올웨이즈(always) 라인 4종류를 대상으로 유해물질 검출실험을 했다. 그 결과 스타이렌, 염화에틸, 클로로포름, 아세톤 등이 검출됐다.

이안소영 사무처장은 “유해물질 검출시험 디자인을 할 때 WVE에서 채택한 방법을 기초로 했고, 검출된 물질들도 거의 비슷하게 나왔다”면서 “독성물질 수준이 낮다고 해서 여성의 몸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의 질 내부는 흡수력이 좋기 때문에 다른 인체조직에 비해 화학물질에 더 나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많다”면서 “휘발성 화학물질은 공기 중으로 잘 유출되는 것인데, 생리대가 있는 공간은 굉장히 밀폐돼 있어 곧바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오히려 지금보다 훨씬 더 안전하고 높은 기준으로 생리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성환경연대는 왜 하필 생리대에 관심을 가졌나

이안소영 여성환경연대 사무처장이 '생리대 유해화학물질 규제하라'라는 피켓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양문숙 기자 photoyms@seoulmedia.co.kr

여성환경연대는 2000년 중반까지 일회용 생리대에 들어있는 염소표백제, 고분자흡수제, 방부제 등의 문제를 조사하고 시민들에게 알리는 역할을 해왔다. 일회용 생리대의 대안으로 면생리대 워크숍도 오랫동안 진행했다.

이안소영 사무처장은 “일회용 생리대의 가격 문제를 이슈화 하고 정책에도 반영될 수 있도록 했지만 안전성 논란에 대해서는 이슈가 되지 못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 이유는 안전성 논란에 대한 이유나 증거가 없었기 때문인데, 그러나 많은 여성들이 일회용 생리대를 쓰다가 면생리대로 바꾸면 증상이 좋아졌다고 말하지만 그렇다고 일회용 생리대에 무언가 있다는 것을 밝혀줄 근거는 없었다”면서 “그래서 뭔가 계속 근거를 만드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마침 지난해 저소득 가정 소녀들의 깔창 생리대가 이슈화되면서 SBS 스페셜 ‘바디버든’의 고혜미 작가와 함께 검출시험을 할 수 있는 곳을 찾아보기로 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일회용 생리대 유해성 검출시험은 인터넷 포털 소셜 펀딩을 통해 비용을 마련해 강원대 김만구 교수 연구팀에 의뢰했다.

이안소영 사무처장은 “생리대는 여성에게는 필수품으로서 여성의 대표적이고 상징적인 것이다”면서 “일회용 생리대 유해성 검출시험은 비단 생리대 문제만이 아니라 생활용품 속 화학물질에 대한 문제와도 관련이 있어서 이들 유해성 물질에 대한 장기적인 해결 방안을 찾아보자는 취지로도 중요한 일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기업, 정부당국, 그리고 여성시민단체의 역할은?

이안소영 여성환경연대 사무처장은 앞으로 월경문화에 대해서도 정부당국과 여성들이 함께 정책대안을 마련해갔으면 한다는 바람을 밝히고 있다. /양문숙 기자 photoyms@seoulmedia.co.kr

명백한 이유가 없고 인과관계도 없다는 것이 그동안 릴리안 부작용 논란에 대한 식약처의 입장이었다. 그리고 해당 기업은 또 어떤가. 식약처 기준에 따라 만들었다고 말할 뿐 제품 사용 후 부작용을 호소하는 여성의 목소리에는 귀기울이지 않았다.

이안소영 사무처장은 “한편으론 이해가 안되는 것은 아니지만 가습기살균제 문제, 살충제 계란 등 우리가 생각하는 안전 기준이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면서 “또 기업은 제품 판매를 통해 이익을 얻고 있으니 정부의 기준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자기의 제품을 안전하게 생산할 기업윤리의 책임이 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가운데 여성시민단체의 역할은 과연 무엇일까 고민하게 된다고 했다.

이안소영 사무처장은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이슈에 대해 문제제기하고, 사회의 문제를 아젠다로 만드는 것이 가장 큰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그 이후는 연구자가 하거나 당국이 해야 할 조치로 생리대 문제로 보면 현재 유해성 검출시험을 한 상태로 이를 근거로 전성분 표기에 대한 요구를 기업과 식약처에 계속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릴리안 사태에 대해서도 제보자를 3009명 모았는데 모은 이유는 한가지”라면서 “부작용을 호소하는데 그것에 대해 들어주는 곳이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여성환경연대가 나서 제보자들의 사례를 모아 함께 이후의 대책을 강구해야겠다는 것이 목표였다”고 덧붙였다.

이안소영 사무처장은 “제보 받은 3000여건을 식약처와 소비자보호원 등 국가기관에 제공해서 피해자대책을 만들어서 관련 기준치를 만들 수 있도록 할 것이고, 서명 운동 등을 통해 강력 촉구하는 일을 할 것이다”라며 “이번 계기를 통해 식약처와 기업들이 굉장히 진심으로 이 문제를 풀고 모니터링하고 시민들에게 알리게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많은 여성들이 일회용생리대에 불안해하고 있는 가운데 면생리대가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이안소영 사무처장은 “대안이 될 수 있지만 모든 여성이 다 면생리대를 사용할 수 없는 문제라서 여성의 근무환경이라든지 생리휴가 등 여러 조건들도 함께 모색해봐야 할 문제일 것이다”라며 “월경문화에 대해 앞으로도 정부당국과 여성들이 함께 대안을 마련해가면 좋을 것이다”라고 말을 맺었다.

신은주 기자  44juli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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