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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에도 3000원 컵밥에 담긴 '이모님의 3000만원짜리 정성' 맛보려 북적노량진 공시족들 "더 줄까" 따뜻한 말 그리워 컵밥거리 애용...시원한 '편의점' 보다 더 인기
2일 서울시 동작구 노량진동에 위치한 컵밥거리는 점심을 먹기 위해 나온 공시생들과 학생들로 북적이고 있ㄷ다. /양문숙 기자photoyms@seoulmedia.co.kr
2일 서울시 동작구 노량진동에 위치한 컵밥거리의 한 상점이 ‘여름 손님’을 붙잡기 위해 컵밥을 먹는 모든 사람들에게 시원한 얼음을 띄운 아이스티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양문숙 기자photoyms@seoulmedia.co.kr

“엄마밥 먹는 것 같아서 좋아요. 비록 3000원이지만 이모님의 3000만원짜리 정성이 듬뿍 담겼어요.”

찌는 더위가 연일 이어지는 무더운 여름, 일부러 시원한 실내를 박차고 나와 실외에서 식사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단순히 식사를 빨리 해결하기 위한 수단이 아닌 집에서만 느낄 수 있는 ‘정’을 밖에서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곳이 과연 어디일까.

지난 2일 정오가 되자 서울 동작구 노량진에 위치한 컵밥거리는 인근 학원에서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나온 공시생들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낮 기온이 33도를 웃도는 찜통더위에도 불구하고 자리에 서서 식사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이어졌다.

땀을 비 오듯 쏟아내며 식사를 하고 있던 9급 공무원 중비생 김모준(27)씨는 “학원 방학 시즌을 맞아 밖에서 점심을 해결할 일이 많은데 더워도 꼭 컵밥거리를 찾는다”면서 “자주 오다보니 더 많이 주시기도 하고 혼자 밥을 먹어도 농담을 주고받으며 먹으니 외롭지 않아 좋다”며 웃었다.

컵밥거리에는 뜨거운 국물과 함께 훌훌 마실 수 있는 각종 면 종류를 비롯해, 다양한 재료를 볶아 만든 볶음밥 등이 메뉴의 주를 이루고 있다. /양문숙 기자photoyms@seoulmedia.co.kr
2일 서울시 동작구 노량진동에 위치한 컵밥거리에서 한 공시생이 주문한 컵밥을 받아들고 있다. / 양문숙 기자photoyms@seoulmedia.co.kr

컵밥거리에는 뜨거운 국물과 함께 훌훌 마실 수 있는 각종 면 종류를 비롯해, 다양한 재료를 볶아 만든 볶음밥 등이 메뉴의 주를 이뤘다. 특히 참치볶음밥·스팸볶음밥·김치스팸볶음밥 등 미리 조리해 나눠 둔 식재료를 그때그때 사람들의 입맛에 따라 빠르게 요리해 내놓았다. 컵밥은 대부분 3000원에서 5000원 사이로 메뉴와 가격 모두 대부분의 상점이 통일해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집에 따라 약간의 차별성도 있다. 몇몇 집은 ‘여름 손님’을 붙잡기 위해 컵밥을 먹는 모든 사람들에게 시원한 얼음을 동동 띄운 아이스티를 무료로 제공하거나, 팬 케이크과 콜라를 단돈 2000원에 판매하는 등 더위를 피해 시원한 식당을 찾는 손님들의 발길을 돌려 세우기 위한 작전도 펼쳤다.

다미네 삼겹살 김치컵밥을 운영하는 사장은 “여름에 조금 주춤하긴 하지만 계절에 상관없이 컵밥은 항상 잘 팔리는 편이다”라고 설명했다.

2일 서울시 동작구 노량진동에 위치한 한 편의점.은 인근에 위치한 컵밥거리에 비해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다. /양문숙 기자photoyms@seoulmedia.co.kr
2일 서울시 동작구 노량진동에 위치한 한 편의점이 인근에 위치한 컵밥거리에 비해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다. /양문숙 기자photoyms@seoulmedia.co.kr

반면 근처에 위치한 편의점은 비교적 한산했다. ‘합격 기원 도시락’이라는 야심찬 플래카드를 내걸고 공시생 마음잡기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공시생들은 시원한 에어컨과 자리제공이라는 파격적 서비스에도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듯 했다.

2년째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김정웅(26)씨는 “컵밥이 편의점 도시락과 비슷한 가격이지만 편의점 도시락 보다 푸짐하고 종류도 많아 일주일에 세 번 정도 컵밥거리를 찾고 있다”며 “편의점에서 느끼지 못하는 따뜻한 인심을 느낄 수 있어 진짜 집 밥을 먹는 느낌이다”고 말했다.

올해 수능을 준비 중인 삼수생 김지훈(21)씨도 “혼자 서서 밥을 먹다 보면 편의점과는 다르게 알뜰살뜰 챙김을 받을 수 있다”면서 “국물을 챙겨 주시거나 아들 같다며 무료로 음료수 서비스를 줄 때도 있다”며 컵밥거리의 장점을 소개했다.

실제 컵밥거리를 찾는 사람들은 컵밥을 제공하는 이른바 ‘이모님’과 짧은 담소를 나누며 잠깐의 휴식을 취하는 듯 보였다. “계란프라이 반숙으로 해줄까 완숙으로 해줄까?”혹은 “더 줄까?” 등의 따뜻한 말이 오가기도 했다. 식사를 다 하고 자리를 뜨는 학생들을 향해 “고마워 학생, 또 와~” 라며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노량진 명물 컵밥거리는 원래 서울 지하철 노량진역 맞은편 상가 거리를 중심으로 형성돼 있었다. 넓게 퍼져있는 대형학원들로 인해 유동인구가 많아 큰 인기를 끌었다. 노량진 중심가에서 저렴하고 푸짐하게 한 끼를 해결 할 수 있는 ‘독보적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하지만 주변 식당 매출에 치명적인 피해를 준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고, 결국 상인들 간의 갈등으로 인해 지난 2015년 10월 동작구청 등과의 협의를 거쳐 기존 컵밥거리에서 150m가량 떨어진 현재 위치에 새둥지를 틀게 됐다. 즉 기존의 위치보다 외진 곳으로 이동하게 된 셈이다.

당초 자리이동과 동시에 매출이 하락할 것 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지만 컵밥거리를 찾는 손님들은 꾸준했다. 물론 처음엔 이동으로인해 매출이 떨어졌다는 의견도 존재했지만 노량진 명물 이라는 별칭을 1년여 만에 다시 얻게 됐다. 이는 예기치 못한 1인 가구의 증가와 더불어 ‘혼밥’ 열풍이 불면서 그 덕을 보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노량진 컵밥 시장만의 훈훈한 인심과 따뜻한 정이 컵밥거리만의 유일한 장점이 된 것으로도 해석된다.

임유정 기자  wiselim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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