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7.12.14 목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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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178cm·허리61cm···여성들 '바비인형급 마네킹' 퇴출 나섰다표준체형과 너무 달라 외모압박으로 작용...여성단체들 '포토샵 고지법' 제정 움직임도
여성환경연대는 최근 31개 의류 브랜드의 5개 품목을 중심으로 7단계(XXS·XS·S·M·L·XL·XXL)의 다양한 사이즈 구비 여부를 조사한 결과 미쏘, 에잇세컨즈, 후아유 등은 단 한 항목도 XL이상 사이즈를 구비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양문숙 기자 photoyms@seoulmedia.co.kr

“저는 여자지만 77을 입어요. 직접 매장에 가면 맞는 옷이 없어서 빅사이즈 옷을 판매하는 인터넷 쇼핑몰을 이용할 수밖에 없어요.”

‘유나맘’이라는 아이디의 한 여성은 최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이같이 토로했다.

유나맘은 “사실 쇼핑몰도 작은 사이즈 모델들이 옷을 입고 있어서 그 옷을 내가 입으면 과연 예쁠까 의문이 든다”면서 “빅 사이즈 모델들이 직접 입고 사진을 찍은 쇼핑몰이 있다면 소개해달라”고 글을 남겼다.

같은 커뮤니티에서 ‘아이스’라는 아이디의 한 여성도 “살이 찌니 예쁜 옷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면서 “어디 가도 옷 입어볼 엄두가 안난다”고 말했다.

여성환경연대는 최근 31개 의류 브랜드의 5개 품목(반팔·블라우스·바지·치마·원피스)을 중심으로 7단계(XXS·XS·S·M·L·XL·XXL)의 다양한 사이즈 구비 여부를 조사한 결과 3단계(XS·S·M) 사이즈만 갖춘 브랜드는 31개 중 23개(74.2%)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은 2017년 한국 브랜드파워조사(K-BPI), 스파(SPA), 캐주얼, 여성의류 분야에서 각각 1~3위를 차지하거나 서울의 대표적인 상권인 명동과 홍대에 매장이 있는 여성복 취급 브랜드로 선정했다.

여성환경연대는 최근 31개 의류 브랜드의 5개 품목을 중심으로 7단계(XXS·XS·S·M·L·XL·XXL)의 다양한 사이즈 구비 여부를 조사한 결과 미쏘, 에잇세컨즈, 후아유 등은 단 한 항목도 XL이상 사이즈를 구비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양문숙 기자 photoyms@seoulmedia.co.kr

조사 결과 바지 항목을 제외한 의류 품목에서 XL를 구비한 브랜드는 스파오, 유니클로, 포에버21, H&M 단 4개 브랜드에 불과했다. 대조적으로 미쏘, 에잇세컨즈, 후아유는 조사대상 중 단 한 항목도 XL이상 사이즈를 구비하지 않았으며 온라인 조사에서도 다양한 사이즈를 구비하지 않았다.

고금숙 여성환경연대 환경건강팀장은 “의류 사이즈 실태조사를 통해 여성들의 외모에 대한 압박과 잣대가 심각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여성의 표준 체형과는 너무나도 동떨어진 마네킹 체형, 그리고 표준 체형 이외의 신체는 생활필수품인 의복을 구입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라고 밝혔다.

여성환경연대는 이번 조사 결과 발표와 함께 지난 7월 26일 명동에서 ‘문제는 마네킹이야’라는 퍼포먼스를 열기도 했다. 이날 여성환경연대 등 여성단체(불꽃페미액션, 언니미티드, 장애여성 공감,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66100)들은 “키 178cm, 가슴 81cm(32인치), 허리 61cm(24인치)가 의류 상점 쇼윈도에 놓인 마네킹 몸매의 치수다”라며 “‘이게 실화냐’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바비인형 몸매가 마네킹에도 고스란히 재현되고 있다”고 외쳤다.

여성환경연대가 지난 7월26일 명동역 6번 출구 유니클로 매장 앞에서 ‘문제는 마네킹이야’라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여성환경연대

2015년 국가기술표준원에서 실시한 7차 인체치수조사에 따르면 20~24세 여성 키의 평균값은 160.9cm, 최대값은 176.6cm다. 그러나 대부분의 마네킹 키는 175cm에서 180cm를 웃돈다는 주장이다.

또한 마네킹의 길쭉하고 늘씬한 허리둘레는 24인치지만 한국여성 표준체형은 70.9cm, 약 28인치 정도다. 엉덩이 둘레는 마네킹이 89cm라면 한국여성 표준은 92.7cm, 무릎높이 각각 54cm와 41.4cm다.

여성환경연대는 “마네킹같은 몸매를 칭송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존재하는 한, 일상과 노동환경에서 가해자는 몸매 압박, 외모 품평, 자기 몸에 대한 불만족과 혐오가 여성 건강권과 노동권을 침해할 수밖에 없다”면서 “실제 체형과 괴리를 줄이도록 표준체형에 맞거나 다양한 체형을 구현한 마네킹을 제작 전시해야 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실제 최근 해외에서는 12사이즈(M)의 마네킹에서 16사이즈(L사이즈)마네킹 혹은 장애를 가진 몸을 표현한 마네킹까지 다양한 체형의 마네킹이 도입됐다고 부연했다.

여성환경연대가 지난 7월26일 명동역 6번 출구 유니클로 매장 앞에서 ‘문제는 마네킹이야’라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여성환경연대

여성환경연대는 또 “수많은 여성들이 무리한 다이어트로 건강을 해치거나 거식증과 폭식증에 시달리고 있고, 이는 비정상적인 체형을 여성의 이상적인 체형으로 제시하는 사회적 편견과 미디어의 이미지 영향이 크다”면서 “포토샵 고지법을 제정하라”고 제안했다.

프랑스에서는 올 10월부터 포토샵 고지법이 시행되는데, 이 법에 따르면 잡지 등에 실리는 사진의 경우 모델이 말라보이도록 보정했다면 반드시 ‘수정된 사진’이라는 문구를 명시해야 한다.

이어 “여성들이 자신의 체형에 맞는 옷을 골라 입고 건강권을 보장받기 위해 일정 규모 이상의 의류 브랜드는 다양한 사이즈를 제작하고 판매하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면서 “2007년 빅사이즈 법안이 상정됐으나 통과되지 못한 바 있는데, 큰 사이즈 뿐 아니라 다양한 체형을 가진 여성들이 체형으로 인해 의류 선택권과 노동권 등을 제한 받지 않아야 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신은주 기자  44juli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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