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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회 칼럼] 장강후랑추전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 오후(현지시간) 독일 함부르크 엘부필하모니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문화공연을 마치고 문재인 대통령의 손을 잡자 뒤쪽에 있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제공=청와대

 -뒷물이 앞 물을 밀어내면 다시 뒷물이 또 앞 물을…그것은 자연의 이치요, 인간사의 진리입니다. 오늘 그것을 생각합니다-

독일에서 열렸던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에게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장강후랑추전랑(長江後浪推前浪)”이라는 문대통령 자서전속의 글을 인용, 첫 인사를 나눴다고 해서 화제입니다.

시 주석은 지난 6일 베를린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장강 뒷 물결이 앞 물결을 밀어낸다는 명언을 자서전에 인용, 정치적 소신을 밝혀 저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라고 인사를 했다고 합니다.

취임한 지 2개월, 다자(多者) 정상회담에 처음 선을 보인 문 대통령은 뜻밖의 발언에 놀라면서 그 말 한마디에 긴장감을 풀었고 첫 만남으로서는 무난하게 75분간의 정상회담을 마쳤다고 합니다.

시 주석이 인용한 ‘장강후랑추전랑’은 문 대통령이 2011년 펴낸 정치 자서전 ‘운명’에 중국의 명언을 인용한 글귀인데 이 문구는 중국 명나라 화가 오위(吳偉)가 ‘장강만리도(長江萬里圖)’란 화폭에 넣은 구절로 원문은 ‘長江後浪推前浪(장강후랑추전랑) 一代新人換舊人(일대신인환구인)’입니다. 장강의 뒷 물결이 앞 물결을 밀어내듯 한 시대의 새사람이 옛사람을 대신한다는 뜻입니다. 시 주석은 문재인 정부의 새 출발을 축하하면서 중국과 한국의 새로운 관계를 바란다는 메시지로 이를 대신한 것입니다.

문 대통령은 자서전 ‘운명’에서 ‘강물이 되어 다시 만나기를’이란 제목의 서문이 담긴 글에 도종환 시인(현 문체부 장관)의 ‘멀리 가는 물’이란 시와 함께 ‘장강후랑추전랑’이라는 시구를 인용했습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이 땅의 사람들도 그랬다. 결국은 강물이 되어 다시 만나고 역사의 큰 물줄기를 이뤄 함께 흘렀으면 좋겠다”며 “강물은 좌로 부딪히기도 하고 우로 굽이치기도 하지만, 결국 바다로 간다”고 적었습니다.

글은 이어 “장강후랑추전랑이라고 했던가, 장강의 뒷 물결이 노무현과 참여정부라는 앞 물결을 도도히 밀어내야 한다”며 “역사의 유장한 물줄기, 그것은 순리다. 부족한 이 기록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더 바랄 게 없다”고 끝을 맺었습니다.

장강은 양쯔강(揚子江)을 일컫는 말이니 해발 5000m의 중국 서북방 티베트의 칭짱고원(靑藏高原)에서 발원해 장장 1만6000리, 6397km를 흘러 중국 동해에 이르는 아시아 최장의 큰 강입니다.

중국은 인류문명의 발원지로서뿐 아니라 유구한 역사, 광대한 국토, 세계 제일의 인구로 ‘중화사상(中華思想)’이라는 자부심이 대단한 나라입니다.

그들은 일찍부터 ‘중국이 세상의 중심’이라는 자긍심으로 ‘중화사상’을 자랑해 왔고 그 자부심으로 역사를 지배해 오고 있습니다. 중국은 예부터 동서남북 사방의 이민족을 동이(東夷), 서융(西戎), 남만(南蠻), 북적(北狄)이라 하여 천시하고 멸시하여 오랑캐로 보는 것이 바로 중화사상에서 비롯된 한족(漢族)의 민족우월주의입니다.

중국은 역사가 유장(悠長)한 만큼 그에 얽힌 수많은 사건, 일화들을 수천 년 전해오면서 한자문화권의 이웃 나라들에 거울이 되고 교훈이 돼 오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시진핑은 대국의 지도자답게 첫 대면하는 상대를 세심하게 배려하는 정치 도량이 역시 다르구나, 하는 느낌을 갖게 하기 에 충분한 인물이 아닌가 싶습니다.

사마천의 ‘사기(史記)’ 이사열전(李斯列傳)에 보면 이런 얘기가 나옵니다. ‘태산불사토양고대(泰山不辭土壤故大) 하해불택세류고심(河海不擇細流故深)’. 2200여 년 전, 일곱 나라가 자웅을 겨루던 전국시대(戰國時代 BC403~221), 천하의 재사들이 각국을 유랑하며 유세(遊說)를 벌여 제왕들에게 발탁이 됐고 객경(客卿·타국출신의 신하)이 된 그들은 뒤질세라 경쟁적으로 지모를 겨룹니다. 그중 초(楚)나라 출신인 이사(李斯)도 진왕(秦王)에 발탁이 되어 특별한 신임을 얻습니다.

그러자 기득권을 가진 왕족과 대신들이 이를 시기해 타국 출신들을 쫓아내야 한다고 들고 일어 나 축객령(逐客令)을 내립니다. 이사는 붓을 들어 진왕에게 상소문을 올립니다. “신이 듣건 대 태산은 한 줌의 흙도 마다하지 않고 받아들여 큰 산을 이루고 강은 작은 물줄기도 가리지 않고 받아들여 깊고 넓은 바다를 이룹니다. 뛰어난 군주는 인재를 차별하지 않고 고루 채용하기에 그 덕이 널리 전해지는 것입니다. 그로써 국토는 사방으로 끝이 없고 백성들은 태평성대를 누리며 하늘은 사시사철 아름다움이 충만한 복을 내립니다. 이는 삼왕 오제께서 적(敵)이 없었던 것과 같습니다.”

이에 진왕은 축객령을 취소하고 오히려 그를 승상(丞相)에 임명하는 파격적인 조치를 단행합니다. 소문이 사방으로 퍼지자 각지에서 인재들이 모여들었고 20년 뒤 진나라는 역사상 최초로 중국을 통일합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나라가 흥하고 망하는 것은 통치자의 능력과 사람을 알아보고 골라 쓰는 용인술(用人術)에 달려 있습니다. 인물을 제대로 볼 줄 아는 사람치고 무능력한 통치자가 없고 내편, 네편을 갈라 친(親), 불친(不親)으로사람을 쓰는 인물치고 유능한 통치자가 없습니다.

문 대통령이 10일 G20 정상회의에 참석을 하고 귀국했습니다. 당대 지구상 최고의 지도자들이 한 자리에 모두 모인 자리였던 만큼 큰 무대에 처음 등장하는 문 대통령으로서는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느낌을 받았을 것입니다.

더욱이 국가적 이해관계가 상반된 강대국의 지도자들을 번갈아 만나야 했으니 처신이 쉽지 않았으리라 짐작이 됩니다. 시 주석을 만나면 미국 대통령 눈치를 봐야하고,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면 시 주석에 신경을 써야 하고, 북한 쪽에는 대화하자고 제안을 하고 각국 정상들에게는 압력을 넣어 달라고 부탁을 해야 했던 게 이번 G20 정상회의였으니 문 대통령의 입장이 몹시 불편했을 것입니다.

이제 귀국에 맞춰 문 대통령을 기다리는 것은 골치 아픈 국정현안들입니다. 우선 미발령 장관들을 임명해 내각 구성을 마쳐야하고 추가경정 예산안,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시급하지만 여소야대 상황에서 사사건건 몽니를 부리는 야당들을 구슬러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닙니다. 화려한 무대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일은 금세 어제의 꿈이 되었습니다.

뒷물이 앞 물을 밀어 내면 앞 물은 금방 사라져 버리고 앞 물이 된 뒷물 또한 이내 큰 물에 섞여 버리는 게 자연의 이치, 인간사의 진리입니다. 정치 또한 다를 게 없습니다. 영원한 뒷물, 영원한 앞 물이 있을 수는 없습니다. 오늘 그것을 생각합니다.

김영회(언론인)   yhk93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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