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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장길 칼럼] 대중정치에서 공중정치로
  • 송장길(언론인·수필가)
  • 승인 2017.06.19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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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정부가 성공하려면 이제 인기 위주의 포퓰리즘 정치를 숙성시켜,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공중을 염두에 두는 무게있고 격조 높은 정치를 펴야 희망이 있다. /여성경제신문 자료사진

문재인 정부는 대중의 열기를 크게 업고 집권했다. 광화문의 촛불시위가 박근혜 정권의 퇴진을 촉진시킨 일은 엄연한 현실이고, 문재인 대통령도 대중을 의식한 언행을 자주 내세우면서 대선 캠페인을 벌였음을 모두가 기억한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에도 국민이라는 개념으로 대중을 향한 정치적 제스처를 이어가고 있다. 사드배치 문제와 위안부 문제, 세월호 재조사, 4대강 건설, 인사 청문회 등에서 ‘국민’을 앞세우며 정치행위의 타당성을 다지려 하면서, 한편으로는 서민풍의 이미지 만들기에도 열중이다.

국민은 다양한 층과 의사의 총집합체다. 국민 중에는 보수성향도 있고 진보성향도 있으며, 서민으로부터 중산층, 상류층이 있고, 지적 편차는 물론, 지역을 비롯한 다양한 이해관계가 존재한다. 국민을 뭉뚱그려서 하나의 공동체로 표현하는 데는 자기편에게 우호적인 방향으로 포장하는 정치적 지향이 담겨있다. 비우호적인 대상을 무시해버리고 대중적인 지지도를 높이려는 의도로 읽힌다. 또한 대중의 지지를 무기로 의회 등 제도권을 압박하려는 모양새다.

대중은 대체로 감성적이고 비정형적이다. 어떤 사상(事象)을 합리적으로나 포괄적으로 판단하기보다 단순하게 반응하며, 스스로 대책을 구현하는 장치가 취약하다. 주동세력의 이해에 휘둘리기도 쉽다. 대중은 역사의 추동력이 되기도 하였지만 국가경영에 깊이 간여한다면 심각한 역기능이 우려된다. 인류가 직접민주주의 대신 의회제도를 발전시킨 이유일 것이다.

국가경영에는 시행착오가 용납되지 않는다. 그만큼 엄중하고, 되돌릴 수가 없어서 출중한 기량이 요구된다. 고도의 전문성과 예리한 분석, 예측, 기획 뿐만 아니라 건전하고 균형잡힌 판단이 곧게 작동해야 한다. 이러한 정의롭고 전향적인 거버넌스는 오히려 대중의 환영을 받거나, 아니면 설득을 해서라도 이끌어 나갈 때 나라는 번성할 것이다. 대중에 영합하기보다 대중을 이끌어야 진정한 지도자이지 않은가.

문재인 정부는 거의 집권체제의 완비에 접어들었다. 선거 후유증은 가셨고, 인사청문회의 진통과 상처가 아물면 앞을 보고 달리는 일만 남았다. 대통령책임제의 강점이다. “이게 나라냐” “헬조선”과 같은 분노성 대자보라든가, “적폐청산”이란 보복성  레토릭은 순화시키고, 국가대계를 위한 진정한 의미의 개혁, 조용하고도 내실있는 시정, 그리고 무엇보다 과거를 들추는 개혁보다 미래지향적인 정책개발로 성공하겠다는 의지를 보일 때 국민의 호응을 받을 것이다. 

사회의 기둥은 공중이다. 공중은 쉽사리 표면화되지 않지만 올바른 판단의 평균치며, 결국 세상을 움직이는 오피니언 리더다. 아무리 대중사회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대중의 힘이 거세져도 나라의 현실대응과 미래의 포석은 양식있는 공중, 조용하면서도 사려 깊은 지성인들의 몫임을 정치지도자들은 깊이 인식해야한다.

문재인 정부가 성공하려면 이제 인기 위주의 포퓰리즘 정치를 숙성시켜,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공중을 염두에 두는 무게있고 격조 높은 정치를 펴야 희망이 있다.

송장길(언론인·수필가)  webmaster@womaneconom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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