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7.7.21 금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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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결혼한다" 비혼족들 싱글웨딩 촬영 새바람지금껏 낸 축의금 돌려 받으려 '비혼식' 진행도..."다양한 삶의 방식 중 하나" 공감대 형성
   
▲ 공개적으로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이른바 ‘비혼족’이 늘고 있는 추세다. 비혼족 사이에서는 비혼식·싱글웨딩 등의 독특한 문화가 형성되는 분위기다. /양문숙 기자 photoyms@seoulmedia.co.kr

공개적으로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이른바 ‘비혼(非婚)족’이 늘고 있는 추세다. 경제적 부담으로 결혼·육아 등을 원치 않거나 개인적 자유를 충족하길 원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이 같은 현상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통계청이 조사한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한 부부는 28만1600쌍으로 1년 전보다 2만1200건 감소했다. 이는 1974년 25만9600건을 기록한 이래 최저치다. 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를 나타내는 조혼인율을 비교해 봐도 2016년 5.5건으로 역대 최저치였던 2015년 5.9건보다 더 낮다.

결혼 감소에 영향을 주는 원인은 다양하겠지만 혼인에 대한 인식도 한몫 한 것으로 나타난다. 2016년 통계청 사회동향을 보면 “결혼을 해도 좋고, 하지 않아도 좋다”는 견해를 가진 만 15세 이상 남성이 34.4%, 여성은 43.0%로 나타났다. 10명 중 4명은 결혼을 꼭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인식을 가진 셈이다.

이렇듯 결혼에 대한 인식의 변화는 새로운 싱글라이프를 등장시켰고, 그 중 하나가 바로 비혼이다. 미혼이라는 말 속에는 “지금은 결혼을 하지 못했지만 언젠가는 할 것이다”라는 의미가 함축돼 있다면 비혼은 결혼을 아예 하지 않겠다고 적극적으로 선포하는 셈이니, 그들은 결혼에 있어서도 미혼인 싱글보다 더 자유롭다.

◆ 아직 대중적이진 않지만 이벤트 형식의 '비혼식 문화' 형성

비혼족들은 미혼과는 달리 결혼식을 하지 않겠다고 선포한 이들이다. 결혼을 공개적으로 알리기 위해 결혼식을 하듯이 반대로 ‘결혼하지 않을 것’을 알리기 위해 비혼식이 필요하다는 것이 비혼족들의 입장이다.

매스컴에서도 이들의 문화를 엿볼 수 있는데, 최근 SBS ‘미운우리새끼’ 출연으로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개그맨 박수홍은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비혼식을 열고 그동안 낸 축의금을 다 돌려받을 것이다”라고 언급하는 장면이 방송돼 화제가 된 바 있다.

물론 박수홍은 농담 삼아 꺼낸 말이지만 실제 비혼족들 사이에서도 비혼식을 열고 그동안 지인들에게 냈던 축의금을 회수하는 이들이 있다. 아직 대중적이지는 않지만 이벤트 형식으로 비혼식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

그런데 왜 굳이 비혼식까지 할까라는 의문도 든다. 지인들에게 비혼을 선포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더 큰 이유는 앞서 박수홍이 언급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실제 비혼식을 하진 않았지만 비혼식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는 공무원 정모(43)씨는 “지금까지 낸 축의금만 해도 집 한 채 값이다”라며 “친구와 지인들을 초대해 그동안 냈던 선물이나 축의금을 돌려받고 나와의 결혼을 기념하고 싶다”고 말했다.

싱글로 지내고 있는 홍보마케터 최모(38·여)씨도 “‘결혼 언제하냐’는 말을 듣는 것도 지겹다”며 “비혼식이라도 열어서 결혼하지 않을 것을 공개적으로 알리고, 꼭 결혼이 아니더라도 혼자 즐겁게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는 의견을 밝혔다.

학계에서도 비혼식 문화 및 비혼의 증가현상을 하나의 사회현상으로 바라보고 이에 대한 대안을 제시했다.

문화비평가인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최근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서 “우리가 결혼식에 가는 이유는 ‘부조’라는 상부상조 문화인데, 결혼을 아예 하지 않겠다고 선포한 비혼족의 입장에서는 과거에 자신이 부조한 것이 아까운 것이다”라며 “비혼식을 대중적으로 많이 하지는 않지만 어떻게 보면 본전생각이라고 볼 수 있다”고 비혼식 발생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이 교수는 또 비혼족의 발생에 대해서도 “젊은 세대들이 결혼을 해서 보장받을 수 있는 미래적 삶에 대한 불투명함이 작용하는 것 같다”며 “비혼을 선언한다고 해서 이들이 연애를 하지 않겠다는 뜻은 아니며, 단지 결혼식을 할 수 없는 여건이기 때문에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라고 언급했다.

그는 “기존 결혼의 관념으로 젊은 세대의 사랑 방식들을 이해하기보다는, 결혼은 아니라도 다양한 방법으로 살아갈 수 있는 여러 가지 여건들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며 “여러 가지 세금 제도라든지 복지 제도 등이 가족 중심으로 돼 있는데 이런 것들을 좀 개선해가야 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 웨딩업체들도 앞다퉈 '나홀로 결혼사진 촬영' 상품 선보여

“나 결혼할거야.”

얼마 전 KBS 2TV ‘배틀트립’에서 개그우먼 김숙은 제주도의 낭만적인 해변에서 야외결혼식을 앞둔 신부를 연상케 하는 모습으로 등장해 이렇게 외쳤다.

이날 방송에서 김숙은 자신이 직접 챙겨온 웨딩드레스를 꺼내 들더니 오래 전부터 꿈꿔온 버킷리스트라며 ‘싱글웨딩’ 촬영을 하겠다고 선언해 화제가 됐다.

또 MBC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는 걸그룹 레인보우의 지숙이 웨딩드레스를 입은 배우 한채아의 모습을 촬영해주는 모습이 방영되면서 싱글웨딩이 이슈된 바 있다.

이들처럼 신랑 없이 혼자 웨딩 드레스를 입고 사진을 찍는 싱글웨딩 촬영이 비혼 여성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싱글웨딩’ 해시태그가 달린 게시물도 3000여건이나 검색되는데, 이들 게시물은 주로 남성 없이 여성 혼자 웨딩드레스를 입고 메이크업을 받는 장면을 찍어서 올리는 사진이 많다.

   
▲ 레인보우 지숙이 웨딩드레스를 입은 배우 한채아의 모습을 촬영해주고 있다. /사진=지숙 블로그 캡처

최근 빅데이터 분석업체 다음소프트는 2013년부터 올해 3월31일까지 블로그(6억2165만1616건), 트위터(99억3399만297건), 커뮤니티 글(4796만8244건)을 대상으로 ‘결혼과 비혼’에 대한 누리꾼의 관심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블로그 내 결혼 언급량은 2014년 10월 7만7115건, 2015년 1월 8만84건에서 이후 꾸준히 감소해 2016년 2월 5만 1118건까지 떨어졌다. 반면 비혼에 대한 관심은 블로그, 트위터, 커뮤니티 내 비혼 언급량이 2013년 3만9272건에서 2016년 4만7458건으로 증가한 것은 나타났다.

더 흥미로운 것은 ‘비혼식’ ‘싱글웨딩’에 대한 언급량도 2015년 2만2035건에서 2016년 3만1576건으로 늘었고, 올해 언급량도 3월 기준 2만1898건에 달했다.

이렇듯 결혼은 기피하지만 웨딩드레스를 입고 아름다운 사진을 남기고 싶은 비혼족이 늘면서 웨딩업체들도 앞다퉈 싱글웨딩 촬영 전용 상품을 내놓고 있다.

서울 마포구에서 웨딩촬영을 전문으로 스튜디오를 운영 중인 박모 대표는 “이전에는 주로 웨딩촬영을 전문으로 했지만 몇 해 전부터는 싱글웨딩을 문의하는 고객이 늘고 있어 싱글웨딩도 함께 병행하고 있다”며 “웨딩촬영의 경우 신랑신부 두 명의 일정을 맞춰야 하지만 그에 비해 싱글웨딩은 스케줄 조정 및 활영 진행 등이 수월한 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싱글웨딩 촬영은 적게는 30만원에서 수백만원까지 상품별로 다양하다”며 “웨딩찰영의 3대 요소로 불리는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를 어떻게 선택하느냐에 따라 다르고 일반적인 웨딩사진이 아니다보니 본인만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콘셉트로 촬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적인 스튜디오를 찾지 않더라도 셀프웨딩으로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웨딩드레스를 대여하거나, 친구에게 사진촬영을 부탁하는 등 다양하다.

지난 18일 덕수궁에서 친구와 함께 싱글웨딩을 촬영하고 있던 지윤(35‧가명)씨는 “당장 결혼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웨딩드레스를 입은 모습은 사진으로 꼭 남겨놓고 싶었다”라며 “몇 달 전부터 셀프웨딩촬영을 계획하며 인터넷을 통해 직접 셀프웨딩드레스를 구매하는 등 나름 준비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지윤씨는 또 “결혼 계획이 없다면 한번쯤 싱글웨딩을 경험해 봐도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라며 “예비 신랑은 옆에 없지만 뭐 어떤가,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라는 말이 유행하듯 인생은 한 한번 뿐이니 꼭 결혼이 아니라도 나의 행복을 찾는 것이 중요한 것 아닌가”라고 강조했다.

◆ "혼자서도 잘 살아요" 비혼족 위한 제도·정책 마련 등 고려해야

“기혼자들보다 비혼인 나에게는 내 삶을 만족시킬 수 있는 시간과 경제적인 여유가 더 많은 것 같다.”

비혼식을 고려하고 있다고 언급했던 홍보마케터 최씨는 자신의 비혼라이프에 대해 꽤 만족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일 외에 연휴 등의 여유시간이 주어지면 오키나와, 필리핀 등에 가서 스킨스쿠버를 즐긴다. 스킨스쿠버 시작 초기에는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떠났지만 지금은 한두명씩 결혼을 하면서 모임에 참석하지 못하고 있단다. 하지만 오히려 기혼 친구들은 최씨를 부러워한다는 설명이다.

이렇듯 비혼족들에게는 결혼으로 배우자와 아이들에게 투자해야 하는 시간과 정성을 자신에게 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존재한다. 기혼자들이 배우자와 아이들을 보호하고 양육하는 데 가치를 둔다면 비혼족들은 그 대상이 없기에 자신에게 투자하는 것뿐이다. 그저 가치를 어느 곳에 두느냐의 차이지 결혼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특별히 잘못된 방향도 아니다.

페미니스트 사회학자인 우에노 치즈코와 미나시타 기류가 저술한 ‘비혼입니다만, 그게 어쨌다구요’에서도 두 학자는 과연 지금껏 많은 사람들이 관습과 규범에 따른 것이 아닌 자발적인 의지로 결혼하고 출산한 사람들은 얼마나 있는지, 또 그런 결혼생활이 과연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었는지 지적면서, 비혼은 다양한 삶의 방식 중 하나며 비혼의 장점이 있음을 강조한다.

비혼은 더 이상 결혼을 못한 노처녀 노총각들이 아니며 다양한 삶의 방식 중 하나라는 의견이 모아지고 있는 분위기다. 결혼을 선택한 사람들은 그 삶에 충실하면 되는 것이며, 결혼을 선택하지 않은 사람들은 또 그들 나름대로 그 삶에 충실하면 되는 것이다. 다만 점점 비혼족이 늘고 있는 사회현상 속에서 그들의 삶이 충분히 존중받고 사회의 한 사람으로서 그들을 위한 제도 및 정책도입도 고려해 비혼족이 더 이상 특이한 현상이 아닌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신은주 기자  44juli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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