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7.8.19 토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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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생일날 아빠 잃고···차라리 태어나지 않았으면" 눈물추모사에 문대통령 '위로포옹'아버지 그리워하는 딸의 편지 낭독에 '눈시울'…무대 위까지 성큼 올라가 따뜻한 격려
   
▲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7주년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추모사를 낭독한 5·18 희생자 유족 김소형씨를 위로하고 있다.

“철 없었을 때는 ‘내가 태어나지 않았다면 아빠와 엄마는 지금도 참 행복하게 살아계셨을 텐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번도 당신을 보지 못한 소녀가 이제 당신보다 더 커버린 나이가 되고 나서야 비로소 당신을 이렇게 부를 수 있게 되었다. 아버지, 당신이 제게 사랑이었음을, 당신을 비롯한 37년 전의 모든 아버지들이 우리가 행복하게 걸어가는 내일의 밝은 길을 열어주셨음을…사랑합니다, 아버지.”

현직 대통령으로는 4년 만에 광주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이 5·18 유가족의 추모사에 눈물을 흘렸다.

검은색 정장에 검은색 타이를 맨 문 대통령은 이날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기념식에 참석해 5·18 유공자 가족, 광주시민 등과 일일이 악수하며 기념식장에 도착했다.

문 대통령은 식순에 따라 애국가를 4절까지 부르고 기념사까지 마친 뒤 이후 진행된 추모행사를 지켜봤다.

총 세 순서로 구성된 추모행사 중 첫 번째 순서에서 문 대통령은 눈물을 훔쳤다.

1980년 5월 18일에 태어났지만 아버지(고 김재평씨·당시 29세)가 광주 시위에 참여했다가 계엄군의 총탄을 맞고 숨진 탓에 아버지의 얼굴도 보지 못한 김소형(37) 씨는 추모글을 읽던 도중 감정에 북받친 듯 울음을 터뜨렸다.

   
▲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7주년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5·18 희생자 유족 김소형씨가 추모사를 낭독하자 눈물을 눈물을 흘린 뒤, 김씨에게 다가가 위로의 포옹을 하고 있다. 

김씨의 아버지는 전남 완도 수협에서 근무하다 딸이 태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광주로 왔다가 목숨을 잃었다,

객석에서 그 장면을 보던 문 대통령은 안경을 벗고 체크무늬 손수건을 꺼내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장내 곳곳은 금세 울음바다가 됐다.

해마다 슬픈 생일을 맞이하는 김씨가 추모사를 마치고 무대 뒤로 퇴장하려고 하자 문 대통령은 자리에서 일어나 무대 위로 올라갔다. 김씨는 무대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직전에야 이를 알아챘고 문 대통령은 김씨를 안으면서 격려했다. 마치 아버지 품에 안긴 듯 김씨는 약 10초 동안 대통령의 품에서 흐느꼈다.

문 대통령은 “울지 마세요. 기념식 끝나고 아버지 묘소에 참배하러 같이 갑시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문 대통령의 위로의 말에 더 많은 눈물이 쏟아졌지만 대통령 옷에 묻을까봐 이를 악물고 참아야 했다”면서 “아빠가 안아준 것처럼 기분좋고 포근하게 느껴졌다”고 설명했다. 

자리로 돌아온 문 대통령은 가수 전인권 씨가 추모곡으로 '상록수'를 부르자 이를 따라부르기도 했다. '상록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즐겨 부르던 곡이다.

문 대통령은 자신이 업무지시를 내려 제창할 수 있게 한 '님을 위한 행진곡'도 함께 불렀다.

자리에서 일어나 양쪽에 있던 정세균 국회의장과 '님을 위한 행진곡' 작곡가인 김종률 씨의 손을 잡고 앞뒤로 흔들면서 노래를 이어갔다.

문 대통령은 5·18 유공자 유가족의 아픔을 최대한 공감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었고 유가족은 문 대통령의 기념사를 들으면서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 문재인 대통령(왼쪽 다섯째), 정세균 국회의장, 김이수 헌재소장 권한대행, 김종률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남을 위한 행진곡' 작곡자) 등이 18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7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손을 맞잡고 '님을 위한 행진곡'을 합창하고 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대표권한대행(오른쪽 둘째)은 손은 잡았지만 입은 다물고 있다.

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오월의 죽음과 광주의 아픔을 자신의 것으로 삼으며 세상에 알리려 했던 많은 이들의 희생과 헌신도 함께 기리고 싶다"는 말과 함께 희생자들의 이름을 일일이 불렀다.

문 대통령이 호명한 희생자는 82년에 광주교도소에서 단식하다 옥사한 전남대생 박관현 씨와 87년에 '광주사태 책임자 처벌'을 외치고 분신한 노동자 표정두 씨, 88년에 '광주학살 진상규명'을 외치며 명동성당에서 투신한 서울대생 조성만 씨, 같은 해 '광주는 살아있다'고 외치며 숭실대에서 분신한 숭실대생 박래전 씨다.

문 대통령은 행사가 끝난 후 퇴장할 때도 유족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문 대통령은 이어 김소형씨의 아버지인 김재평 씨의 묘역과 '님을 위한 행진곡'의 주인공으로 알려진 윤상원 열사의 묘역을 참배했다.

민병무 기자  joshuamin@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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