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7.10.24 화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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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회 칼럼] 새 시대가 열리다
   
▲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서울시 서대문구 홍은동 자택을 나서며 생후 한달 된 아이를 안아주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의 대통령 당선은 '촛불민심'의 승리요, 국민의 위대한 승리입니다. 형님 같은 친근한 대통령,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어주시길-

새로운 시대가 열렸습니다. 2017년 5월 10일 우리 국민은 새 시대를 맞이합니다. 장막에 가려진 비정상의 때 묻은 구시대가 가고 국민에 의한 희망의 시대가 개막된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 국정농단 책임을 물어 헌재의 탄핵이 가결된 지 2개월 만에 치러진 이번 제19대 대통령선거는 제1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새 대통령으로 선출했습니다.

최종 개표 결과 문재인후보는 총 3267만2101명이 투표에 참여한 가운데 그중 41.08%인 1342만3800표를 얻었습니다. 2위는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후보로 24.03%인 785만2849표, 3위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로 21.4%인 699만8342표, 4위는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로 6.76%인 220만8771표, 5위는 정의당 심상정 후보로 6.17%인 201만7458만 표였습니다.

총 15명이 출마해 두 사람이 중도 사퇴했고 13명이 끝까지 왔으나 경쟁은 다섯 사람의 싸움이었습니다. 여론조사 결과 대세는 처음부터 문재인 후보가 선두를 달려 1강 2중 2약으로 나누어져 당선은 일찌감치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짧은 기간에 쫓기듯 치러진 이번 대선은 친북 좌파, 빨갱이, 돼지흥분제, 아들 취업의혹, 영감탱이 등 온갖 네거티브성 막말이 난무하며 이전투구(泥田鬪狗)를 방불하는 혼탁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별다른 사건, 사고 없이 큰 선거를 마칠 수 있었던 점은 다행입니다.

이제 대한민국은 앞으로 5년 문재인 대통령에 의해 국정이 운영됩니다. 과거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국정에 참여했고 당대표 경력에 2012년 제1야당의 대선후보로 나선 경험이 있기에 국민들이 문대 통령에게 거는 정치적 기대는 클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당선이 됐다고 해서 마냥 좋아할 겨를이 없습니다. 선관위의 당선증 전달과 동시에 임기가 시작됨으로써 기뻐할 겨를도, 잠시 쉴 틈도 없이 곧바로 국정에 임해야하기에 말입니다.

우선 탄핵정국에서 비롯된 ‘촛불’과 ‘태극기’로 갈라진 민심을 다시 하나로 묶어야 합니다. 선거 기간 중 진보, 보수로 갈려 더욱 골이 깊어진 대립현상을 수습하는 일이 급선무입니다. 안보도, 경제도 그리고 어떤 국정 현안도 국민통합 없이 극복하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로 야기된 안보위기를 극복하는 일이 시급합니다. 미국의 최신형 첨단병기들이 공중에서, 해상에서, 육지에서 무력시위를 벌이고 북한 역시 질세라 일전을 각오하는 험악한 분위기라서 이 전쟁위기를 극복하는 것 또한 우선 과제입니다.

고고도미사일 사드 배치를 둘러싼 중국의 거센 경제 보복을 이겨 내야하고 국내 경기회복, 청년 일자리, 적폐 청산, 양극화에서 비롯된 사회갈등 해소 등등 너무나 많은 일들이 앞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문 대통령은 ‘인간승리’의 한 편 드라마를 보여줬습니다. 1950년 12월, 흥남부두에서 후퇴하는 미군함정에 실려 남하한 부모에게서 태어나 가난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냅니다. 부모의 양말행상, 계란장사로 겨우 생계를 이어간 그는 중·고교 시절 도시락을 싸 간 적이 없을 만큼 혹독한 현실과 싸워야 했습니다.

4년 장학생으로 뽑혀 대학에 간 문재인은 유신반대 운동에 앞장섰다가 구속되어 강제입영으로 특전사에서 군복무를 마쳤고 전두환 정권에서 다시 구속돼 구치소에서 사법시험 합격증을 받은 일은 유명한 일화입니다. 출소 뒤 변호사가 된 문재인은 부산에서 운명적으로 노무현 변호사를 만났고 인권변호사로 힘없는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변론활동을 펼칩니다.

노무현의 대통령 당선과 함께 정무수석, 비서실장으로 국정에 참여해 경력을 쌓은 그는 한마디 구설도 듣지 않고 자리를 물러납니다. 퇴임 뒤 노 전 대통령의 투신자살에 크나큰 충격을 받은 그는 정계에 다시 돌아왔고 2012년 한 차례의 대권 도전 실패 끝에 결국 대통령의 자리에 오릅니다.

이제 문 대통령은 무거운 짐을 어깨에 졌습니다. 선거기간 중 자신이 거듭해 약속한 적폐 청산도 그 하나입니다. 사회 곳곳에 박혀있는 뿌리 깊은 부조리를 뽑아내야 하는 일이 결코 수월한 일은 아닙니다. 말이 좋아 청산이지 이미 체질화, 일상화되어있는 온갖 적폐를 청산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일 수 없습니다. 기득권 세력의 반발과 저항을 이겨내야 하는 것은 그야말로 힘든 일입니다. 

문 대통령은 역사에서 교훈을 얻어야 합니다. 길지 않은 헌정사에 우리 역사는 왜 그리 굴곡이 많았는지, 그것을 되짚어 봐야 한다는 말입니다. 이승만은 왜 대통령직에서 끌려 내려와 망명지에서 쓸쓸히 숨을 거두었는지, 박정희는 왜 심복의 흉탄에 처참한 최후를 맞았는지, 전두환은 왜 백담사로 쫓겨 갔고 교도소로 갔는지, 노태우는 왜 수의(囚衣)를 입고 법정에 서고 옥고를 겪었는지, 그리고 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은 왜 가족들이 구속되는 수모를 당했는지, 또 노무현은 왜 절벽에서 투신을 해 목숨을 끊지 않으면 안 되었는지, 그리고 박근혜는 왜 탄핵을 당하고 지금 구치소에 갇혀 재판을 받고 있는지, 반드시 생각해 봐야 합니다. 거기에는 분명 지나쳐서는 안 될 교훈이 있을 것입니다. 역사에서 배우지 못하면 똑같은 비극을 되풀이해 겪는다는 명언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대통령이라는 직위는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영예로운 자리지만 왕조시대 만인지상(萬人之上)의 절대권자는 아닙니다. 대통령은 국민의 수임을 받아 일정기간 국정을 운영하는 막중한 자리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슨 일이든 하고 싶은 대로 마구 하는 자리는 아닙니다. 대통령이라는 직위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봉사하는 자리입니다.

대통령의 막강한 지위와 권한은 헌법 규정 안에서만 보장되는 것이지, 무소불위로 무슨 짓이든 마구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 바로 그를 잘 설명해 줍니다.

이제 문 대통령은 넓은 도량으로 온 국민을 아우르는 통합의 정치를 펴야 합니다. 내편, 네 편, 여와 야를 가리지 말고 좋은 인재를 골라 쓰고 야당의 협력을 이끌어 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정치인의 능력이요, 대인(大人)의 금도(襟度)입니다.

문 대통령은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어야 합니다. 선거 때 공약대로 광화문 삼겹살집에서 젊은이들과 소주잔을 기울이는 형님 같은 대통령, 친구 같은 친근한 대통령이 되어야 합니다. 그가 누구이던 국민과 격의 없이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 달라는 말씀입니다. 문재인의 당선은 촛불민심의 승리, 나아가 국민의 위대한 승리인 것입니다.

한국에서 선거로 진흙탕 싸움을 벌이던 그 시간, 프랑스에서는 예상을 깨고 중도신당의 39세 젊은 정치인이 혜성처럼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외신들이 전합니다. 놀라운 것은 퍼스트레이디가 된 부인이 과거 고등학교 시절 선생님으로 24세 연상의 63세 여성이라고 합니다. 역시 프랑스는 멋진 나라입니다.

 

김영회(언론인)  yhk93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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