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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회 칼럼] 누구를 찍을까
   
▲ 지난 20일 서울 관악구 신림역 인근에 붙은 제19대 대통령 선거벽보를 시민들이 바라보고 있다. /여성경제신문 자료사진

-국민 이상의 정치도 없고 국민 이하의 정치도 없습니다. 인간다운 인간, 정직한 인간, 그런 인간을 뽑아야 됩니다. 후회 없는 선택이 필요합니다.-

'운명의 날'이 목전에 다가왔습니다. 2017년 5월 9일, 대한민국 제19대 대통령을 선출하는 날입니다. 1948년 초대 대통령을 선출한 지 69년, 열아홉 번째 대통령입니다.

역사상 최초의 여성대통령 박근혜씨의 국정 농단 탄핵으로 치러지는 이번 선거는 다른 선거와 의미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박 대통령이 별 탈 없이 임기를 마칠 수 있었다면 12월 20일에 선거를 해야 맞지만 탄핵이 가결돼 대통령직이 공석이 됨으로써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뽑아야 하는 법 규정에 따라 쫓기듯 부랴부랴 대통령을 뽑게 된 것입니다.

민주주의가 좋긴 좋은 제도입니다.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지만 잘못이 있으면 책임을 물어 파면시키고 새 대통령을 다시 뽑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주권재민(主權在民)의 조항이 헌법 2조에 명시되어 있는데 따른 것입니다. 민주주의를 시작한 지 100년도 안된 길지 않은 역사에 그런 헌법을 가진 우리나라가 새삼 자랑스럽기만 합니다.

이제 우리 국민들은 앞으로 5년 나라를 이끌 새 지도자를 선출합니다. 그동안 보아 왔듯이 대통령을 잘 못 뽑으면 발전을 커녕 온 나라가 휘청대는 일이 비일비재했기에 꼭 좋은 인물을 뽑아 후회하는 일이 없어야 하는 것이 이번 선거의 국민적 과제입니다.

옛 글에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는 말이 있습니다. 중국의 사서삼경(四書三經)의 하나인 '대학(大學)'에 나오는 글로 천하를 다스리고자 하는 자는 먼저 몸과 마음을 닦고 집안을 안정시킨 후에 나라를 다스려야 만 백성을 평안하게 해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수신(修身)이라 함은 몸을 닦는다 함이니 지식을 습득해 안목을 넓히고 제가(齊家), 즉 가정을 꾸려 가족들을 행복하게 한 다음 정사(政事)에 나아가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 나라를 다스리고 세상을 평정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천하 만민을 평안하게 해 주려거든 앞서 나라를 잘 다스려야 하고, 나라를 잘 다스리려면 가정을 원만하게 꾸려야 하고, 그러려면 먼저 수양을 통해 닦은 절제된 인격을 갖춰야 한다는 것입니다.

글의 핵심은 바로 '수신'입니다. 2000여 년 전에도 제왕이 되려는 자에게는 그와 같은 근본 덕목을 갖춰야 한다는 서슬 퍼런 통치자의 금도(襟度)가 요구됐던 것입니다.

그런데 결전을 눈앞에 두고 TV토론을 보노라면 후보들이 하나같이 청산유수 같은 장밋빛 공약을 쏟아내 누가 당선이 되더라도 국가의 미래는 걱정 없을 것 같은 느낌을 갖게 합니다. 그런가 하면 10년 전, 20년 전 근거도 확실치 않은 곰팡이 냄새나는 사건을 끄집어 내 티격태격 시비를 일삼고 선거 때면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들고 나오는 '색깔론'으로 상대를 덧씌우려 하는 고약한 구태는 정말이지, 국민들을 짜증 나게 합니다.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라"는 마키아벨리(1469~1527·이탈리아)의 '군주론'만 알았지, "먼저 수신을 하라"는 '대학'의 가르침은 잊은 것일까.

전문가들 중에는 "정책은 없고 인신공격만 있다"고 혀를 찹니다. 그러나 말이 좋아 정책이지, 정책이란 것에도 국민들은 불신이 높은 것이 사실입니다. 표를 얻고 보자는 식의 공약에 너무 많이 속아 온 결과입니다.

기억에도 생생한 2007년 이명박 후보의 거창한 '747공약'(수출 7만 달러 돌파, 국민소득 4만 달러 달성, 세계 7개 강국 진입)이 그랬지 않았습니까. 747은 그만두고 엉뚱한 강둑만 파헤쳐 놔 지금 그 부작용이 골칫거리가 돼있습니다.

2012년 박근혜 후보 때의 공약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국민 대통합, 경제민주화, 대 탕평 인사, 반값 대학등록금, 고교 무상교육, 영유아 국가 보육 등으로 "국민 행복시대를 열겠다"고 200여 가지가 넘는 화려한 공약을 내세우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그 공약 몇 가지나 이행됐습니까? 우리 국민들, 지금 행복해졌습니까? 그걸 묻고 싶은 것입니다. 그런 것을 공약(公約)이 아니라 빌 공(空)자 공약(空約)이라고 합니다.

국민이 깨어나야 합니다. 일찍이 영국의 사회학자 스마일스(1812~1904)는 "국민 이상의 정치도 없고 국민 이하의 정치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한 나라의 정치는 더도 아니고, 덜도 아니고 바로 그 국민의 수준이라는 말입니다.

대통령을 하겠다는 이가 좌파니, 우파니 국민을 편 갈라 표를 얻으려 하고, 파면된 대통령 집 앞에 주저앉아 "마마, 마마!"하고 울부짖는 국민이 있는 것이 현하 대한민국의 자화상입니다. 이런 후보, 이런 국민이 깨어나지 않는 한 절대로 선진국이 되지 못합니다.

이번 대통령은 첫째도, 둘째도 '인간다운 인간'을 뽑아야 합니다. 여론이 어쩌니, 능력이 어쩌니 해도 근본적으로 먼저 인간이 인간다워야 합니다. 당연히 능력을 갖춰야겠지만 거짓말 하지않는 정직한 인간, 겸손하고 염치를 아는 인간을 대통령으로 뽑아야 합니다. 지연 혈연 학연, 내 사람, 네 사람에 얽매이지 않는 '넓은 사람', 국민 대통합을 이루어 낼 그런 인물 말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민족통일에 대한 확고한 철학을 가진 사람이어야 합니다. 우리 민족은 676년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이후 고려, 조선을 거쳐 일제로부터 해방된 1945년에 이르도록 장장 1269년 동안 한 번도 분단된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미국과 소련 등 강대국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남북으로 갈린 지 올해로 72년이 되었습니다. 누가 대통령이 되던 통일은 피할 수 없는 우선과제입니다. 남북이 화해하는데 앞장서고 통일의 물꼬를 튼다면 그가 누구든, 그 사람 이름 석 자야말로 우리민족의 역사에 찬연히 기록될 것입니다.

누가 그런 사람일까? 반드시 이번 선거는 찍어 놓고 실망하고, 후회하지 않는 인물을 선택해야 하겠습니다.

김영회(언론인)  yhk93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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