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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함이 묻어나는 고영태, 정상참작은 좋다만
안준영 기자  |  andrew@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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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3월 03일 (금) 16:2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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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춘추시대인 기원전 607년 어느 봄날 송(宋)나라 군영에서 파티가 벌어졌다. 송군 총사령관 화원(華元)이 적국 정(鄭)나라 군대에 맞설 정예병을 위한 연회를 베풀고 있었다.

공기 중에 양고기 냄새가 퍼져갔지만 화원의 전속 운전병 즉 전차 차부(車夫)는 홀로 군영의 귀퉁이에 쪼그리고 앉아 건량(乾糧)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었다. 누군가 그 모습을 보고는 화원에게 그에게도 양고기를 한 점 나눠주자고 건의했다.

그러나 화원은 입을 삐죽이며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듯이 말했다. "싸움은 그가 하는 게 아니다."

이윽고 송군과 정군의 결전이 벌어졌다. 양군의 전투가 한창 무르익을 때 차부는 화원이 탄 전차를 몰고 적진영 한가운데로 돌진해 들어갔다. 화원은 아연실색하며 차부를 꾸짖었다.

그러자 차부는 고개를 돌려 명언을 남겼다 "양고기를 나눌때는 네 마음대로 했지만 전차를 모는 일은 내 마음대로 한다." 말이 끝나자마자 정군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화원을 포로로 붙잡았다.

이 고사가 시사하는 바는 소인배(?)에게 원한을 사면 심각한 댓가가 따른다는 것이다.

한때 최순실씨 측근이었던 고영태(41)씨는 최씨 비리를 처음 세상에 폭로한 인물이다.

국기를 흔드는 메가톤급 게이트를 열어젖힌 제보자인데다 국정조사 청문회와 각종 인터뷰에서 추가 폭로를 이어가면서 야당 의원과 상당수의 시민들로부터 스타 대접까지 받았다.

그러나 그의 인생 궤적을 거슬러가면 의인 칭호는 고사하고 도덕성을 담보한 내부고발자라는 명제에도 쉽게 수긍하기 어렵다.

고 씨가 전대미문의 국정농단 사건의 기폭제가 된 것은 맞지만 최순실 비리의 건설자 내지 조력자인 것도 간과할 수 없다.

파문이 수면위에 떠오르기 전인 2015년까지도 고 씨는 주군 최순실의 국내 주소지의 옆 건물에 비밀 아지트를 두고 미르·K스포츠재단, 더블루K 등 최 씨가 직간접적으로 소유한 법인의 운영에 의욕적으로 개입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이 시점까지 그의 실체는 비선실세의 측근으로 전횡을 휘두른 부역자에 가깝다.

최순실 게이트의 또 다른 핵심 인물인 광고 감독 차은택씨는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최순실씨와 고영태씨는 내연관계였는데 고 씨가 바람피워서 결별 수순을 밟게 됐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두 사람의 첫 만남은 다양한 설이 존재하나 호스트바에서 손님과 접대부로 처음 알게 됐다는 추측이 널리 알려져 있다.

이후 고 씨는 비밀 문건을 들고 언론사를 노크하게 된다. 정황상 연인(고씨에겐 물주일 수 있다)에게 버림받자 복수전에 나선 것 같은 모양새가 그려진다.

최순실 게이트가 열린 지 6개월이 지난 지금 그는 사익을 노린 기획 폭로자라는 정황까지 드러나고 있다. K스포츠재단 장악 계획을 짜는 듯한 내용이 담긴 목소리가 공개되면서 국정농단의 또 다른 피의자가 될 가능성이 생겼다.

고 씨가 언론플레이를 통해 판도라의 상자를 연 일등공신임은 분명하다. 법정에서 정상 참작 사유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동기의 불순성이 짙은 인물을 선의의 고발자로 포장하고 정의의 사도로 격상하는 어설픈 감성적인 접근은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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