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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회 칼럼] 태극기의 존엄함
   
▲ 1일 서울 구로구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3·1절 98주년 기념행사 '그 날의 함성!' 이 열리고 있다. /여성경제신문 자료사진

-국기의 신성함에 대해서는 아무리 강조한다해도 결코 지나침이 없습니다. 대통령이라는 자리일지라도 국가의 존엄을 초월하지는 못합니다-

미국 뉴욕에 있는 유엔본부에는 전 세계 193개 유엔 회원국의 국기가 일목요연하게 줄지어 서있습니다. 근처의 이스트 강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펄럭이는 알록달록 원색의 다채로운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을 이루고 있습니다. 국토의 크고 작음도, 인구의 많고 적음도, 민족의 피부색도 차별 없이 모두가 제 나라를 자랑하는 깃발들은 그림처럼 아름다워 뉴욕 시민들은 물론 전 세계에서 온 관광객들을 즐겁게 해주고 있습니다. 

국기(國旗)는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국가의 표상(表象)입니다. 주권국가라면 나라마다 제 나라를 대표하는 깃발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태극기가 있듯 중국에는 오성홍기(五星紅旗)가 있고 일본에는 일장기(日章旗), 미국에는 성조기(星條旗)가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국기는 그 나라 국민을 상징하거나 신성시하는 문양이나 색깔을 공통적으로 쓰는 것이 관례입니다. 우리나라 국기에 빨강, 파랑의 태극문양이 들어가듯이 일본의 일장기에는 붉은 태양이, 미국의 성조기에는 많은 별이, 그리고 영국의 유니온 잭에는 십자가가 들어가 있고 이슬람 국가들에는 초승달과 별이 공통적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국민에게 ‘자유와 정의’를 보장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는 미국의 성조기(星條旗)는 13개의 빨강, 하얀색의 가로줄이 바탕을 덮고 있는데 이는 독립 당시의 13개 주를 상징하는 것이요, 왼쪽 위의 푸른 사각형에 그려진 50개의 흰 별은 현재의 50개 주(州)를 나타냅니다. 이민의 나라로 다민족 국가인 미국은 200개가 넘는 인종을 통합하고 독립성이 강한 각주를 하나로 뭉치기 위한 통일국가로서의 상징으로 1777년 독립 이듬해부터 사용해 오고 있습니다. 

일본의 국기인 일장기(日章旗)는 ‘히노마루’라고 부르는데 1854년 개화기에 항구를 드나드는 서양의 배와 구별하기 위해 백색 바탕에 빨간 동그라미를 그려 일본 배에 게양한 것이 국기의 시초가 되었습니다. 중앙의 빨간 동그라미는 태양을 상징하며 ‘해가 돋는 나라’라는 일본인의 선민의식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붉은 바탕에 왼쪽 위로 한 개의 큰 별과 4개의 작은 별을 배열한 중국의 국기는 오성홍기(五星紅旗)라고 부릅니다. 큰 별은 중국 공산당을 뜻하며 네 개의 작은 별은 노동자, 농민, 지식계급과 애국적 자본가를 상징하는데 바탕의 빨간색은 공산주의 혁명을, 별의 노란색은 광명을 뜻합니다. 모택동이 국민당의 장개석 정권을 무너뜨리고 공산정권의 건국을 선포한 1949년 10월 1일 이후 계속 사용해 오고 있습니다. 

왼쪽부터 가로로 파랑, 흰색, 빨강으로 3등분한 프랑스 국기는 삼색기(三色旗)의 원조입니다. 프랑스인의 자부심인 이 기는 1789년 왕정을 무너뜨린 시민혁명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프랑스를 상징하고 있습니다. 파랑, 흰색, 빨간색은 프랑스가 자랑하는 혁명정신, ‘자유’ ‘평등’ ‘박애’를 뜻합니다. 

독일의 국기는 위에서 아래로 검정, 빨강, 노랑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1813년 나폴레옹과 맞서 싸운 의용군의 복장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현재 형태는 20세기 초 바이마르 공화국 때 제정되었는데 1933년 히틀러 시대에는 갈고리 십자가인 하켄크로이츠를 쓰다가 1945년 패전 이후 서독기로, 1980년 동서독 통일 뒤에도 계속 게르만 민족을 상징하는 국기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위의 검은색은 근면과 힘을, 가운데 빨간색은 끓는 피를, 아래 노란색은 명예를 나타낸다고 합니다. 

영국의 국기는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 3개의 국기를 합쳐 만들어졌는데 유니언 잭이라고 부릅니다. 과거 ‘해가지지 않는 나라’ 대영 제국답게 연합왕국을 구성하면서 과거 식민지였거나 영연방에 속한 나라인 호주, 뉴질랜드 등 일부 국가에서는 왼쪽 위에 영국기를 작게 넣어 쓰고 있습니다. 

국기에 공통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문양은 십자가와 태양, 초승달, 별 모양입니다. 십자가는 기독교, 태양은 빛과 생명을 뜻합니다. 초승달과 별은 이슬람 국가임을 상징하는 징표입니다. 터키, 말레이시아, 파키스탄 등 이슬람 국가의 국기에 초승달과 별이 그려져 있는 것은 바로 그 때문입니다. 

과거 소련을 비롯한 공산주의 국가들에서는 노동자와 농민을 뜻하는 망치와 낫이 그려져 있었으나 1990년 소련이 해체되고서는 지금은 볼 수 없습니다. 

그런데 국기하면 우리 대한민국의 태극기를 자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개성 넘치는 독특한 디자인은 물론 주역(周易)의 심오한 뜻까지 고스란히 담겨 있는 태극기야 말로 문자 그대로 수난의 현대사를 민족과 함께 해온 대한민국, 그 자체입니다. 

태극 깃발의 의미를 풀어보자면 바탕의 흰색은 밝음과 순수, 그리고 전통적으로 평화를 사랑하는 민족성을 나타내고 있고 중심의 빨강, 파랑의 태극문양은 음(陰·파랑)과 양(陽·빨강)의 조화를 상징하는 것으로 우주만물이 음양의 상호작용에 의해 생성하고 발전한다는 대자연의 진리를 형상화한 것입니다. 네 모서리의 건곤감리(乾坤坎離) 사괘(四卦)는 주역의 기본괘를 담은 것으로 하늘과 땅, 불과 물을 의미합니다. 

태극기의 최초 도안자는 고종황제(高宗皇帝)라고 합니다. 고종은 1882년 조선의 왕을 상징하는 어기(御旗)인 태극 팔 괘도를 일부 변형하여 그 해 조미(朝美)통상수후조약과 박영효 등 일본 수신사 일행에 의해 쓰게 했다고 전해집니다. 그로부터 태극기는 조선, 대한제국,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공식 국기로 사용되었으나 1910년 일본의 식민지가 되면서 사라졌다가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과 함께 비로소 정식 국기로 사용돼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1919년 기미년, 온 국민이 일어나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던 그 3월을 다시 맞았습니다. 덧없는 세월에 세상은 '뽕나무 밭이 변해 바다가 되었다' 듯 상전벽해(桑田碧海)로 바뀌어 있는데 지금 국민의 마음은 촛불과 태극기, 둘로 갈려 일촉즉발의 시한폭탄 같은 사회분위기에 불안한 심기를 숨기지 못합니다. 

그 옛날 기미년 3월 1일 그날은 온 민족이 하나가 되어 일본 제국주의에 항거해 싸웠건만 지금 이 나라는 남북의 분단도 모자라 다시 둘로 패를 갈라 대결하는 형국이 되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깝다 아니할 수 없습니다. 

98년 전 만세운동에 참여한 인원은 3개월간 200만3000여명이었습니다. 시위 회수 1542회, 사망자 7059명, 부상자 1만5961명, 체포자 4만6948명이었고 민가 715채, 교회 47곳이 불에 탔습니다. 당시 한반도 전체 대한제국의 인구가 860만 명이었으니 200만 명이 시위에 나섰다면 그 뜨거운 열기가 어땠을까, 상상을 해 봅니다. 

태극기는 우리 민족과 수난을 같이 해 온 신성하고 존엄한 존재입니다. 그런데 그 태극기가 일부 집단의 전유물이 되어 시위 도구로 사용되고 있는 것을 보는 국민의 마음은 착잡합니다. 그것이 나름의 충정에서 나온 발상이라 할지라도 존엄한 국기가 한 사람 정치인의 진퇴에 매인 상징물이 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우리 태극기가 어떤 국기입니까. 지난시절 가정에서는 보물처럼 장롱 속 깊은 곳에 고이 간직해 두던 귀중하고 성스럽기까지 한 존재입니다. 대통령 자리가 아무리 중요한 자리라 한들 국기의 존엄함을 초월하지는 못합니다. 조국의 독립을 위하여 온 몸을 불살라 희생하신 선열들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오늘 그것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김영회(언론인)  yhk93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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